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상임 단원이자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박종선류 아쟁산조’ 이수자인 김빛나의 독주회 〈김빛나의 잇다Ⅰ_도스리기 ‘이태백류 아쟁산조’〉가 8월 15일 오후 4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다.

제목에 들어 있는 '도스리기'는 '도스르다' 명사 형태로 무언가를 다듬다, 다스리다, 추스리다라는 뜻을 지닌 옛 우리말이다. 이 단어를 제목에 쓴 이유를 김빛나는 이렇게 밝혔다. 

"제가 생각하는 '도스리기'는 자신만의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스스로 조절하고 어루만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쟁을 연주할 때 오른손은 활을 사용하여 음향적 효과를 다룬다면 왼손으로 줄의 역안(力按)을 이용해 음정, 시김새 등 음악적 디테일을 다루게 됩니다. 따라서 연주자의 확신과 신념이 담기지 않은 음악은 단순한 소리일 뿐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음악을 연주할 때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연에서 김빛나 아쟁 연주자는 자신의 오랜 스승이자 남도 음악의 대가 이태백 명인이 구성한 ‘이태백류 아쟁산조’를 50분가량을 연주한다. 2018년에 구성된 ‘이태백류 아쟁산조’가 긴 산조로 서울에서 연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쟁연주자 김빛나는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거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에 몸담으며 전통음악을 토대로 한 현대음악에 도전해 왔던 연주자로, 자신의 뿌리인 전통음악을 통해 음악을 다스리고 이해하는 과정을 배우며 한 단계 더 성장한 연주자가 되겠다는 뜻을 이 공연에 담았다.

김빛나 연주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남도 음악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스승의 뜻을 잇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태백 명인이 김빛나의 고수로 무대에 올라 오랜 제자의 연주에 장단을 맞추며 힘을 실어준다. 아울러 윤중강 국악평론가가 해설을 맡아 ‘이태백류 아쟁산조’ 공연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아쟁 연주자 김빛나 독주회 '김빛나의 잇다Ⅰ_도스리기' 포스터. 이미지 위아티스트
아쟁 연주자 김빛나 독주회 '김빛나의 잇다Ⅰ_도스리기' 포스터. 이미지 위아티스트

윤중강 국악 평론가에 따르면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제1세대 아쟁산조와 제2세대 아쟁산조를 뒤이어 21세기에 발표된 제3세대 아쟁산조로, 이태백 명인이 학습한 ‘음악적인 지식’과 직접 터득한 ‘예술적인 지혜(智慧)’가 만난 결과물이며 그의 음악적 역사가 담겨 있다.

이태백 명인은 스승 박종선 명인과 김일구 명인으로부터 배운 것을 모체로 삼았다. ‘박종선류 아쟁산조’는 서편제의 애잔함과 서정이 담겨 있고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동편제의 굳건함과 기상이 살아있다. 이태백 명인은 이런 동편제와 서편제를 두루 아우르는 산조를 실현했다. 다시 말해,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가락과 성음의 측면에서 ‘보성제(制) 아쟁산조’라고 할 수 있으며, 기존의 아쟁산조와는 다른 신선함을 선사한다. 또한, ‘이태백 아쟁산조’는 기존의 아쟁산조에서 대부분을 차지했던 계면조(界面調)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여기에 우조(羽調)와 경조(京調)를 추가하고, 이태백의 음악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남도 음악 중 ‘씻김굿’을 비롯하여 경기음악 특유의 ‘경드름’까지 함께하면서 다양한 조성 변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음악의 변화무쌍함은 사람의 목소리와 닮은 아쟁 소리로 판소리 한 편을 듣는 것 같은 감동을 전한다.

김빛나 아쟁 연주자는 이번에 전통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아쟁 연주법을 배우고 익혀온 노하우를 담은 자신의 첫 저서 《아쟁의 이해》를 출간했다. 《아쟁의 이해》는 아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과 연주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빛나가 직접 연주하여 촬영한 스케일 영상과 연습곡 영상 등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책 속의 큐알코드를 통해 영상을 확인하며 좀 더 입체적으로 아쟁 연주법을 알 수 있다.

김빛나 연주자는 “독자들이 아쟁에 대해 더 쉽고 촘촘하게 이해할 방법을 고민하여 구성했다”고 책을 펴낸 뜻을 전했다.

출간을 기념하여 8월 15일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책을 나눠주는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