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 in your court, 2020, Acrylic on canvas, 150x125cm,  사진 아트코너H
Ball in your court, 2020, Acrylic on canvas, 150x125cm, 사진 아트코너H

햇빛담요재단의 복합문화공간 아트코너H는 라트비아 출신 아티스트 아놀즈 앤더슨(Arnolds Andersons)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프렐류드 Prelude》가 6월 1일부터 7월 8일까지 개최한다. 아놀즈 앤더슨은 영국 런던과 라트비아의 리가(Riga)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프렐류드 Prelude》라는 전시 제목은 ‘빗방울 전주곡’으로 잘 알려진 쇼팽의 <“Raindrop”. The Prelude, Op. 28, No.15>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아놀즈 앤더슨의 작품 <빗방울 전주곡 Raindrop Prelude>(2021)에서 착안했다.

Hearts and minds, 2020, Acrylic on canvas, 150x125cm, 사진 아트코너H
Hearts and minds, 2020, Acrylic on canvas, 150x125cm, 사진 아트코너H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쇼팽은 연상의 여류 문인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와 사랑에 빠져, 1838년 함께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 해변가에 있는 발데모사 수도원에 머물렀다. 고립된 섬, 적막한 수도원에서 서로만을 바라보았던 두 사람의 도피 생활은 끊임없이 내리는 비바람으로 둘러쌓여 있었으며, 쇼팽은 이를 음악으로 녹여냈다. 왼손과 오른손을 옮겨 다니며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는 A플랫의 음이 마치 빗방울을 닮아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 곡에서 아놀즈 앤더슨이 발견한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이었다. 방금까지 자신이 연주하던 피아노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나체의 남자는 붓을 내려놓고 작품을 바라봄과 동시에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 자신이다.

“무대 위, 한 남자가 피아노 건반 안쪽을 보고 있다. 악기와 완전하게 한 몸이 되기를 원하기라도 하듯, 순수한 나체로 피아노 앞에 선 남자는 이제 음악 그 자체가 되기를 열망한다.” (아놀즈 앤더슨)

작가의 작품 속 강렬한 색감, 그래픽화 공간 그리고 뒤틀린 신체 묘사는 작가 자신이 포스트 소비에트 이후 사회에서 젊은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거부감과 배신감이 투영된 것이다.

Naked Truth, 2021, Acrylic on canvas, 150x160cm, 사진 아트코너H
Naked Truth, 2021, Acrylic on canvas, 150x160cm, 사진 아트코너H

그러나 그의 작품은 혐오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 예술로 승화되고 회복된 상태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가령 절제된 화면 구성과 극적인 색채의 대비, 그리고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처럼 표현된 인물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멜랑콜리(Melancholy)'의 우울함과 상실감은 검은색과 회색빛으로부터 시작하여 강렬한 원색 계열의 색으로 도달하고, 대리석으로 굳어진 조각상에서 부드러운 살을 가진 인간의 육체로 이어지며 환한 예술의 빛으로 승화된다.

어떤 시대에나 다수가 인정하는 모범을 따르지 않을 때는 혹독한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다. 조르주 상드와 쇼팽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랑,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드러내고자 고군분투했던 쇼팽의 열망은 아놀즈 앤더슨의 작품이자 이번 전시의 제목인 <프렐류드 Prelude>로 이어지며, 그의 작품들은 비판과 질타를 넘어서는 인간의 숭고한 신념을 보여준다. 아놀즈 앤더슨의 작품에서는 사람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개의치 않으며 인간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는 범성애(汎性愛, Pansexuality)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아티스트 아놀즈 앤더슨(Arnolds Andersons)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프렐류드 Prelude》포스터. 이미지 아트코너H
아티스트 아놀즈 앤더슨(Arnolds Andersons)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프렐류드 Prelude》포스터. 이미지 아트코너H

 

전시를 기획한 아트코너H의 최태호 아트디렉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사랑의 단상을 고민하며, 열린 마음으로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리투아니아 루벤 아트파운데이션(Lewben Art Foundation)이 공식파트너로 참여한다.

《프렐류드 Prelude》전은 아트코로H(서울시 중구 을지로95)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관람 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