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 드라마 ‘구미호뎐 1938’은 전작인 2020년 ‘구미호뎐’에 이어 시청률 6.9%로 케이블TV 드라마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 절친이었으나 불시에 원수가 된 전직 북쪽 산신 천무영(류경수 분, 백두산 호랑이)으로 인해 혼돈의 시대 일제강점기 1938년에 불시착한 전직 동쪽 산신 이연(이동욱 분, 구미호)을 둘러싼 K판타지 액션 드라마 ‘구미호뎐 1938’.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 2화에서 조왕신을 마주한 구미호 형제 이연, 이랑. 사진 tvN 드라마 갈무리.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 2화에서 조왕신을 마주한 구미호 형제 이연, 이랑. 사진 tvN 드라마 갈무리.

한반도를 다스리던 4대 산신이던 그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흥미로운 존재가 토착신들이다. 토착신은 특정 지역에서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오며 오래 모신 신들로, 시즌 2의 2화에서 조왕신, 4화와 5화에서 업둥이이자 업신이 나왔다.

조왕신은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가택신 중 부뚜막신이이다. 드라마에서는 급격히 밀려드는 근대문물로 인해 부뚜막이 사라지는 세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야차로 만드는 ‘삼충三蟲’을 풀며 분노를 표출한다.

구미호 이연은 조왕신을 “시어머니 때문에 불타 죽은 며느리가 환생한 신”이라 소개하며 “콤플렉스 덩어리를 토착신으로 보내면 어쩌자는 거냐”며 투덜거리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것을 조언했다.

조왕의 연원은 알 수 없으나 불을 다루는 데서 유래되어 신성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집안에서 불씨는 흥망성쇠, 길흉화복과 동일시해서 집안에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온갖 정성을 드렸고, 집안 계승의 상징으로 시어머니가 맏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전남 영광군 영월 신씨 종가에서는 500여 년 동안 이어왔다고 한다.

조왕신은 부뚜막을 다스리는 가택신이다. 불씨를 집안의 흥망성쇠와 결부해 신성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 갈무리.
조왕신은 부뚜막을 다스리는 가택신이다. 불씨를 집안의 흥망성쇠와 결부해 신성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 갈무리.

《삼국지》〈위서동이전〉 변진조에는 “귀신에게 제사 드리는 방법은 다르나 문의 서쪽에 모두들 부엌신인 조신竈神을 모신다”고 하여 기원전부터 집집마다 조왕을 모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무속 신화인 ‘문전본풀이’에서는 남선비와 여산부인, 일곱형제와 첩인 귀일의 딸이 등장한다. 본부인 행사를 하며 일곱 형제를 죽이려 한 귀일의 딸은 측간으로 도망가 측신이 되고, 일곱 형제가 환생화를 얻어 살린 어머니 여산부인이 조왕신이 된다.

업신은 집안 재물의 운수를 관장하는 가신家神의 하나로 ‘구미호뎐 1938’에서는 업둥이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는 “욕망을 지배하는 신이기에 가장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나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민담에는 눈코입이 없는 구렁이나, 두꺼비, 족제비 등 동물의 모습이나 드물게 인간의 모습도 전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뱀이다. 주로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이나 그 주변에서 머물며 그 집에 재복을 불어나게 한다. 옛 선조들은 항아리에 쌀을 담아서 ‘업항아리’를 모시기도 하고 터줏가리처럼 짚으로 엮어 모시는 지역도 있다.

인간의 욕망을 지배하는 업신. 드라마 '구미호뎐 1938'에서는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으로 그려졌다. 사진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 갈무리.
인간의 욕망을 지배하는 업신. 드라마 '구미호뎐 1938'에서는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으로 그려졌다. 사진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 갈무리.

조앙신이나 측신 등 다른 가신家神들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가옥이 조성되면 그 집에 깃들어 길흉화복을 관장하는데 업신은 예고없이 찾아와 그 집을 부자로 만들거나 반대로 소리소문없이 나가버려 그 집을 망하게도 한다. 업신이 있는 장소를 알고 매월 그믐날 저녁에 흰 죽을 쑤어 가져다 놓고, 다음날 가보면 죽을 먹은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또한, 업둥이와 업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자기 집 앞에 버려진 아이를 업둥이라 하며, 내보내면 화를 당하지만 잘 키우면 복을 받는다고 하여 거두어들여 남아는 대를 잇게도 하고 여아는 좋은 가문에 시집을 보내는 인간애 넘치는 풍습이 있다. 아울러 새로 며느리를 맞이한 다음부터 그 집이 가난을 면했다면 며느리를 업으로 여겨 예뻐했다.

드라마 ‘구미호뎐 1938’처럼 토착신이자 집안을 관장하는 가신家神이 등장하는 것으로 영화 ‘신과 함께 2’도 있다. 집을 지키는 가택신 중 성주신(마동석 분)이 나오는데 조왕신, 측신, 문신, 업신, 삼신 중 가장 웃어른으로 가족의 할아버지에 해당한다.

K-판타지 액션활극을 표방하는 ‘구미호뎐 1938’에서는 토착신과 함께 불교의 저승시왕들, 저승 앞에서 죄의 경중을 다는 탈의파와 현의용 등 오랜 세월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살아있던 존재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