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 252×65×65cm, 2023. 사진 갤러리인 HQ
정물, 252×65×65cm, 2023. 사진 갤러리인 HQ

작가 김시안은 독특한 에어브러쉬 기법을 활용하여 익숙한 생물이나 사물을 플라스틱과 같은 질감의 정물로 재구성하여 표현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던 것들의 본질에만 집중한다. 정물로 재창조된 사물과 생물은 객관적이며 단순하고, 때론 솔직한 형태를 드러낸다.

작가 김시안이 개인전 《Eternal Land》를 5월 13일부터 갤러리 인 HQ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십장생을 선보였다. 작가는 십장생의 소재를 3D 프로그램상에서 만든 뒤에 화면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십장생 사슴, 소나무는 단순화되고 간결한 형태와 색채로 나타났다.

정물, 237 ×112×162cm, 2023. 사진 갤러리 인 HQ
정물, 237 ×112×162cm, 2023. 사진 갤러리 인 HQ

콘노 유키는 김시안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무(無)에서 작가가 빚어낸 형태는 3D 프로그램 모니터와 작품이라는 두 공간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이곳 또한 무의 공간이다. 말하자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거나 무엇도 불가능한 곳이 아니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작품에 그려진 사물들은 생명이 없는 존재와 살아 있는 존재와의 사이를 오간다. 작가가 두 공간을 넘나들며 만든 형상은 그곳에서 창조되고 살아 숨 쉬는 존재이며, 현실에 없거나 모니터 상의 허구라는 판단으로 기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십장생을 재현 대상=모티브로 단순히 그리는 대신, 작품은 십장생을 통해서 오래감/장수의 논리를 부각한다. 그의 회화는 아무것도/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사물을 두고 이상을 결정화(結晶化)하는 인간의 관점뿐만 아니라 사물을 향한 오래감을 그림에 담아낸다. 작품은 박제와 분석을 통해서 지난 시기의 물건을 관리하는 박물학적 태도 또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소나무에 마치 풍선이 씌워진 표현, 화면 일부를 커튼처럼 얇은 막이 걸린 표현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잘 보관하고 유지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또한 거울처럼 반영상이 비친 매끈한 바닥은 고정된 상태에서 구석까지 잘 보일 수 있게 마련된 디스플레이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작품에서 작가의 시선은 인간과 사물 둘 다를 향하고 이들이 오래감을 둘러싸서 맺는 상징적이고 박물학적 관계를 포착한다.”

정물, 246×80.5×100cm, 2023.  사진 갤러리인HQ
정물, 246×80.5×100cm, 2023. 사진 갤러리인HQ

 

콘노 유키는 "빚어서 만든 점토 조각처럼 형태가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변화 속에서도 형태와 장수의 의미가 여전히 보존되는 공간을 작가는 3D 스케치와 작품 화면이라는 두 공간을 통해서 보여준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보존의 공간은 오래감=장수에 이상적이다."라고 했다. 

김시안 작가의 개인전 《Eternal Land》는 6월 4일까지 Gallery IN HQ(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홍연길 97)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