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하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하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초등 4학년인 재희(남)는 공부를 무척 싫어한다고 합니다.

“고집이 세서 제 말을 안 들어요.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게 없어요. 하루종일 빈둥거리고 놀다가 ‘이제 숙제 좀 해야지!’라고 이야기하면 뚱해져서 자기 침대에 올라가서 말도 안 하죠. 결국 혼을 내야 책상 앞에 앉으니 매일 매일 전쟁입니다. 문제집도 앞부분만 슬쩍 풀고 ‘다 했어’라고 하구요. 그리고 뭐든지 기다리지를 못하고 당장 사야 하고, 당장 해야 해요. 그러고 나서 후회도 많이 합니다.

형은 제가 말로 하면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아는데, 애는 도통 그러지를 않아요. 제가 자꾸 혼을 내서 그런지 이제는 제 말을 더 안 듣고 안 하는 것 같아요. 곧 5학년이라 공부도 해야 하는데 너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서 걱정이에요.”

엄마 단희 씨는 재희에게 주도적인 학습 자세를 키워주고 싶어 합니다.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긍정적인 정서가 되어야 합니다. 재희의 부정적이고 짜증이 가득한 감정과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SBT(뇌파를 통한 두뇌활용능력검사)를 시행했습니다.

뇌파검사 결과를 살펴보니, 문제를 해결하는 뇌의 작용 즉 두뇌활용 능력이 양호합니다. 문제해결 시 좌우뇌의 활용이 균형적이고, 인지하는 강도, 인지 패턴도 양호합니다. 집중력도 좋은 편인데 문제는 능력에 비해 시험 결과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즉, 뇌 감각을 좋으나 통합력이 약하다는 것으로 공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학습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놀이에서도 재희의 역량이 잘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희의 BBB (Body Brain Balance) 검사 결과지. 사진 BR뇌교육 제공.
재희의 BBB (Body Brain Balance) 검사 결과지. 사진 BR뇌교육 제공.

그래서 BBB (Body Brain Balance)에서 학습 기초체력을 살펴보았습니다. 결과처럼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학습 준비 체력이 약하면 효과적인 학습이 어렵습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집중을 지속할 수 있고 공부의 질이 높아지는데 재희의 운동지속 능력은 20점 만점 중 6점으로 매우 낮습니다. 또한 글을 잘 읽어 내려갈 수 있고 좌우 구별이나 눈과 손을 통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협응력이 매우 낮습니다.

인지적 처리를 돕는 소뇌의 운동 조절, 평형을 유지하는 신체 밸런스도 낮아, 이런 점수라면 아이가 운동이나 학습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정보처리가 늦어져 사고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복잡한 작업이나 어려운 문제해결, 창의융합 사고력이 약할 수밖에 없음을 이 검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재희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인 부모님에 대해 자세한 상담이 필요하여 가족 컨설팅을 하였습니다. 이유는 검사 결과에 비해 부모에게서 받은 재희의 피드백이 매우 부정적이고, 재희와 부모와의 관계에서 단절된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건 재희 아버지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일찍 독립해서 온전히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온 매우 독립적이고 책임감 강한 분이고, 재희 어머니는 무뚝뚝하고 부정적인 아버지 밑에서 첫째로 자라면서 사랑한다는 말은커녕, 응원과 지지를 받았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부정적인 피드백과 타박에 어린 시절의 상처가 많았습니다.

따뜻한 공감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받아본 적 없던 재희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이 조금은 거칠고 무뚝뚝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예측합니다. 밥 챙겨주고, 장난감 사주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원에 보내주는 것. 이것이 두 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큰 아들인 형은 탐구형이라 공부도 잘하고, 규범적이고 예민하지 않아 그런 부모의 성향에 영향을 덜 받아 별다른 부딪힘 없이 잘 자랐습니다. 반면, 섬세하고 감성적인 재희는 공감해주지 않는 부모님, 윽박지르듯 표현하는 부모님의 말과 행동에서 상처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게다가 학습 능력도 형만큼 좋지는 않아 알게 모르게 형과 비교가 되면서 아이도, 부모도 상처가 되어 마음이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마음을 닫아버리고, 뚱한 표정으로 부모의 말을 튕겨내며, 엄마의 전화도 받지 않는 상태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결과가 잘 나오지 않으니 부정적인 자아도 커졌고, 친구들에게 적절한 거절을 못 하면서 관계에서도 소극적이고, 친구 탓도 많았습니다.

우선, 재희는 브레인 체조를 통한 두뇌 자극 훈련과 메타인지 훈련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잠재력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뇌교육 브레인체조. 사진 BR뇌교육 제공.
뇌교육 브레인체조. 사진 BR뇌교육 제공.

브레인 체조는 자기 몸으로 동작을 하면서 의식과 호흡을 일치시키는 고차원적 뇌 훈련으로 신체를 고루 자극하여 뇌 신경망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신체뿐 아니라 정서, 사고의 불균형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 몸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이해하고 견뎌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감은 보통 심리컨설팅으로 생각하지만, 몸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브레인 체조가 집중력을 높이는데 이유는 기초 동작들이 복직근 강화와 장내 미주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장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원활하게 해소하고, 체력향상과 안정된 학습 집중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체조를 하면서 지루함, 조바심, 당장의 욕구들을 통제하며 몸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 자기 조절력과 기초 인지력이 향상되면서 메타인지를 할 수 있는 인지력이 활성화됩니다.

서너 달 지나면서 움츠러들었던 재희의 몸이 펴지며 밝고 당당해진 것이 느껴졌는데 그때쯤부터 자기표현이 많아지고 큰소리로 인사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신체적 변화도 보이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피구를 하면 정확도가 높아졌고, 여러 어려운 체조의 동작들을 잘 따라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잘 이해하며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두뇌 활성과 자신감이 서서히 커지면서 재희는 두 번째 솔루션으로 메타인지 훈련을 들어갔는데 이 프로그램은 평소에 어렵게 느껴지고 지속적인 실천이 어려웠던 계획수립과 실천 습관을 만들어가는 인지훈련입니다.

즉, HSP12단이라고 하는 물구나무서는 과정을 목표로 매일, 매주, 매월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가는 과정입니다. 스스로 굳게 믿고 있던 한계를 단계별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과장 없는 정확한 메타인지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본인이 마음먹은 대로 선택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키웁니다. 이것은 성인 이후에도 자신의 잠재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희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자각과 변화였습니다. 단희씨 또한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희가 자신과 닮았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아이가 아닌 단희씨 본인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6개월간 진행되는 부모교육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단희 씨의 어린 시절 아픔을 인지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상담을 하면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게 많던 단희 씨도 표현이 많아졌습니다.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상황은 같은데 이젠 화가 나지 않아요. 아이들 마음이 느껴지니까 제가 그냥 인정해 주게 돼요.”, “전에는 독서가 그냥 하는 것, 숙제 같은 것이었죠. 어제는 카페에 앉아서 독서 하는데 갑자기 너무 행복한 거예요. 이런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느낌이 처음이에요.”

단희 씨가 느끼는 것이 많은 만큼 아이들과도 소통을 중점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코칭 받은 대로 실천을 하면서 재희가 밝아졌고 자기 신뢰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 단희 씨가 실천한 것은 아이의 등굣길에 현관에서 큰소리고 웃으며 응원해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게 의무감으로 하던 것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지고, 혹시 잊은 날은 아이들이 기다린다며 환하게 웃으며 집안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엄마가 교육을 받으러 나오는 길, 양치하던 재희가 “잠깐만!” 외치더니 엄마를 불러 세워 박수 치며 응원해주고 안아주며 교육 잘 받고 오라고 해서 교육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엄마의 애정 표현을 기쁘게 주고받는 모습에서 아이 내면의 변화가 크게 느껴집니다.

하굣길에 엄마 전화를 피했던 재희가 먼저 전화해서 허락받고 놀고, 공부는 여전히 좋아하지 않지만, 하루에 할 공부를 재희가 정해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실력도 늘어서 단원평가에서 100점 맞았다고 자랑도 합니다. 한결 부드러워진 집안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 서로 칭찬하고 인정해 주기를 가정의 문화로 만들고 있습니다.

1년 정도의 수업과 상담을 통해 단희 씨도 재희도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조절할 수 있는 메타인지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가장 먼저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남과 소통이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도전하고 이뤄낼 수 있는 감각이 생깁니다. 메타인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입니다.

“예전에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게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럼 ‘아이를 그냥 놔두라는 건가? 무엇을 인정하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멋집니다. 여전히 저는 감정도 많이 일어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조차도 인지하게 되니까 조절이 되네요.”

부모가 보는 자녀의 모습은 항상 무언가 부족해 보입니다. 뇌가 아직 성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현재 모습을 변화의 과정으로 본다면 양육자로서 시선이 달라질 겁니다.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분이 아이 앞에 서 있는 부모입니다. 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부모로서 무한한 아이의 잠재성에 빛을 밝혀주세요.

 

이효심 원장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올해 14년 차의 아동‧청소년 두뇌 코칭 전문가. 현재 BR뇌교육 수원영통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