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이 지난 후 어린이들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 지연이 보고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이 지난 후 어린이들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 지연이 보고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영향을 뒤로하고 코로나가 없던 원래의 일상으로 거의 돌아간 듯 합니다. 하지만 곳곳에 상처가 남았습니다. 특히 뇌 발달이 한창인 아이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죠.

그 시기 영유아시기를 보낸 아동 2명 중 1명은 발달이 늦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상호작용과 활동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기에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 정서적인 면에서도 발달 지연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올해 들어 브레인컨설팅 검사나 뇌교육 수업을 요청하는 아이들에게서 감정적 소통 능력과 감정조절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4세부터 취학 전까지의 아동기에는 전두엽과 해마 등의 발달과 함께 언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기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언어발달은 이후 뇌 발달의 다른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죠.

언어발달의 지연 원인으로 손꼽히는 가장 큰 것은 ‘마스크 착용’입니다. 아이들은 말소리와 입 모양, 표정과 몸짓들을 통해 언어를 배우게 되는데 마스크 때문에 상대방의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 없게 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내 감정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 지연, 감정 이해 부족의 원인으로 '마스크' 착용이 큰 원인으로 손꼽힌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아이들의 언어 발달 지연, 감정 이해 부족의 원인으로 '마스크' 착용이 큰 원인으로 손꼽힌다. 사진 Pixabay 이미지.

또한, 또래 관계 소통과 교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너와 내가 다름을 느끼는 사회적 인지과정과 정서적 대화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이 부족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협업 능력과 문제해결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일상이 멈춰지면서 가정 내 보육 시간이 늘고 가정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을 겁니다. 부모의 우울증이나 감정조절 방식에 따라 아이들의 변연계가 손상되고 기억력과 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3년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선생님들도 지금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데 소극적이고 어려워해요”, “대근육 운동을 발달시킬 시기를 놓쳤어요. 똑바로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는 수업에서 규칙을 정하고 순서를 정해서 하는 건데 그 자체를 너무나 어려워해서 끝까지 하지 못하는 모둠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잃어버린 시간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마스크 때문에 친구의 표정을 읽는 연습을 못해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해석하니 서로 오해가 생기죠”, “표현은 거칠어졌고 다툼이 늘었습니다. 서로 조그만 자극에도 참지를 못해요.”

팬데믹 이후 정서지능이 확연히 떨어지는 아이

초등 1학년인 승호(가명)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3살 터울인 동생에 대해 적대감을 느끼고 마음속에 분노가 차 있는 것 같다며 어머니 은정 씨(가명)는 걱정이 많습니다.

승호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친구가 아니면 나가 놀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공부가 뜻대로 안 되거나 하기 싫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학습을 너무나 싫어한다고 합니다. 포기가 빨라 뭔가를 끝까지 하지 못하고 뭘 해도 대강하고 글씨도 흘려 쓰는 등 정성을 들이는 태도가 없어서 걱정인데, 학교 선생님마저 승호가 책임감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머니 은정 씨는 승호가 긍정적인 정서를 갖기를 무척이나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승호의 지능평가 검사와 인성(성격)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초1 승호의 지능(IQ) 평과 검사 개인결과표. 자료 BR뇌교육 제공.
초1 승호의 지능(IQ) 평과 검사 개인결과표. 자료 BR뇌교육 제공.

지능평가 검사 결과를 분석하면 공간지각능력이 매우 우수하고 언어감각 능력이 좋습니다. 말투나 목소리 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승호야! 또, 또, 또. 넌 매번 왜 그러니?”처럼 부정적이고 비난하는 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죠. 상황 판단력과 눈치가 빠른 아이이고 특히나 정서적인 기억을 잘하는 아이기 때문에 내면에 더 불안감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런 승호의 특징을 알게 되었고 저는 승호에게 긍정적인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고 안내했습니다.

인성 검사에서는 정서 점수가 50점대였는데 승호는 잘 삐칠 수 있습니다. 아홉 가지 칭찬을 받고도 한 가지 안 좋은 말을 들었다면 아홉 가지 칭찬보다 기분 나쁜 한 가지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죠.

또한, 성실함과 자발성의 점수가 비슷한 승호는 아는 만큼 실행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성실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 지시나 강압적인 말투로는 승호의 자발적 행동을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손 닦고 와!”라는 말에는 기분이 상해서 행동하지 않을 것이고 “승호야~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준비했는데 같이 먹게 손 닦고 올까?”와 같이 구체적인 요청과 칭찬으로 스스로 선택한다는 자발성을 자극해 주어야 합니다.

한편, 승호의 기질을 보면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아이입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감정표현이 서툰 승호는 친구 관계가 부담스럽고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통해 승호의 자신감, 긍정적인 정서를 찾아주어야 합니다.

초1 승호의 인성(성격) 평가검사 개인결과표. 자료 BR뇌교육 제공.
초1 승호의 인성(성격) 평가검사 개인결과표. 자료 BR뇌교육 제공.

그래서 승호처럼 감정표현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드렸습니다. 뇌과학에 기반한 뇌교육 솔루션으로 감정 관찰과 감정이해를 통해 감정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우선,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 같지만 매우 중요한 인성 훈련인데 이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죠. 나의 감정을 알아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서 분리해서 나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나에 대한 관찰부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몸 상태를 조절하면서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기 관찰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놀이처럼 해도 좋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30초 있어보기〉 〈한발로 서서 10초 버티기〉 〈가장 바른 자세로 1분 있어 보기〉 등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간단한 놀이처럼 활용해보세요.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가 커집니다. 메타인지라고 하지요.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한 첫 단계는 나에 대한 관찰. 자기 관찰 놀이 중 하나인 한발로 서서 10초 버티기. 사진 BR뇌교육.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한 첫 단계는 나에 대한 관찰. 자기 관찰 놀이 중 하나인 한발로 서서 10초 버티기. 사진 BR뇌교육.

두 번째, 메타인지를 키우기 가장 좋은 활동이 ‘명상’입니다. 긴 시간의 지루하고 힘이 드는 명상은 아이들에게 나쁜 기억을 줄 수 있으니 짧은 시간 쉽고 재미있는 명상을 경험시키세요.

“눈감고 호흡을 세 번만 해볼까? 우와~ 잘했어!”

“눈을 감고 느껴봐. 엄마 손이 어디에 있는지.” 이때 아이의 등이나 배, 가슴, 머리 위 등에 손을 대지 않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합니다. 아이가 느낌에 집중하면서 감각이 깨어나고 집중력도 커집니다.

“2분 동안 신나는 음악에 맞춰 씩씩하게 걸어볼까? 발바닥이 꾹꾹 눌러지도록 걸어보자.” 이처럼 움직이면서 동작에 집중하는 것을 ‘동적動的 명상’이라고 하는데 가만히 앉아있기 힘든 아이들에게는 꽤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 감정 단어의 세분화입니다. 즉,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인데, 부모가 평상시에 많은 감정 단어를 사용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 승호가 지금 속상하구나. 실망스럽구나. 활기차네. 기대감이 크구나. 울적하구나.” 감정 단어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정의 내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감정을 인지할 수 있을 때 언어로 표현할 수 있고, 인지된 감정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누구나 가능합니다. 감정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죠. 이렇게 계단 오르기처럼 감정표현의 재미를 알아간다면 어느새 아이는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내가 느끼는 기분이 어떠한지를 잘 표현하는 멋진 뇌의 주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이효심 원장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올해 14년 차의 아동‧청소년 두뇌 코칭 전문가. 현재 BR뇌교육 수원영통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