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풍경. 사진 김성호건칠문화연구소
바닷속 풍경. 사진 김성호건칠문화연구소

김성호건칠문화연구소는 건칠 장인 김성호 개인전 《옻칠 중에 최고의 漆, 건칠(乾漆)》을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개최한다.

건칠공예란 옻칠과 숯가루 또는 지분(화산재, 옛 기왓장 가구, 토분, 석고 가루 등)을 혼합하여 구상한 작품의 형태대로 삼베 1회 도포, 옻칠 1회 도장을 10여회 반복 작업하여 성형하는 기법으로서 일명 협저칠기 또는 포심 칠기라고도 하는 옻칠 기술이다.

건칠은 생칠(生漆)을 핵심 재료로 하여 마포(삼베나 헝겊 등)와 고래(호분 또는 지분이나 석고)를 덧씌워가며 백골(골격)을 조형적으로 성형하면서 완성한 후 그 위에 각종 색칠을 활용해 칠화(漆畫)나 나전(螺鈿) 기법을 시문하여 작품성을 높이는 방법도 사용된다.  건칠에 나전기법으로 무늬를 넣어 제작한 작품은 건칠나전 작품이다.

김성호 장인은 "건칠(乾漆)이란 스트로폼이나 새끼, 노끈 등으로 형태를 만든 뒤 그위에 옻칠과 삼베, 무명 등 헝겊을 반복적으로 도포하여 원하는 형태를 만든 뒤 내부의 스트로폼이나 새끼 등 이물질을 빼내고 외부에 옻칠 그림 또는 조형성을 살리거나 자개를 이용해 세공하여(이를 나전기법이라고 함) 문양을 시문하는 것을 통틀어 '건칠나전' 작품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용문(적)화병. 사진 김성호건칠문화연구소
용문(적)화병. 사진 김성호건칠문화연구소

이번 전시에서는 총석정, 봉황화병, 용문(적)화병, 함지박, 달항아리, 총석정 등 다양한 건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작품 총석정은 제작 기간만 1년이 넘는 대작(높이 70cm 넓이 330cm)이다. 

2017년 12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97년만에 처음 공개하는 평창동계올림픽기념 '창덕궁 희정궁 벽화' 특별전에 '총석정 절경도(叢石亭 絶景圖)'를 전시했다. 이 작품은 1920년 해강 김규진의 작품으로 강원도 홍천 앞바다에서 바라보며 비단 7폭을 이어 그린 대작(세로 196cm 가로 883cm)으로 한국회화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성호 장인은 이런 내용의 신문기사를 보고 세월이 가면 탈색이나 그림 자체가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쟁이 생활 65여년의 기질이 발동하여 영구불변의 나전과 옻칠기법으로 제작해봐야겠다는 결심하였다.  그후 2019년 시작하여 거의 1년여 기간동안 공을 들여 작품을 완성했다. 

김성호 장인은 이화여대교수로 전공예부문 심사위원을 지낸 강창규(姜昌奎, 1906-1977) 선생으로부터 건칠 제작 기법을 사사받았다. 강창규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 동경미술학교의 공예분야에서 유학했으며 선생의 작품으로 등록문화재 제451호 “건칠반(乾漆盤)”이 있다.

청실홍실.  사진 김성호나전문화연구소
청실홍실. 사진 김성호나전문화연구소

김성호 작인은 "일본인들은 건칠공예 문화를 상당히 좋아하고 수집 등 장식용으로 활용하는 데 비해 우리는 '건칠문화'을 너무나 모르거나 무관심하다"며 "건칠은 고대에 그릇 등 용기, 관 제작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상, 불교장엄용품 등을 다양하게 제작해왔고, 광복 후  돌아가신 강창원, 정창호 두 분 등이 건칠공예품을 제작했으나 크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현재 전국에서 건칠공예품을 제작하는 장인, 작가들은 또한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귀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건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성공한 전시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호 장인은 1967년 서울기능경기대회 은메달 수상을 시작으로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국내외 초대전, 순회전 등에 참가했다. 2013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명인 인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