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특산식물인 설앵초. 자생지에서도 성장률이 유지되고, 온난화 조건 극한 실험에서도 높은 생존력과 유연한 환경 적응성을 나타냈다. 사진 국립수목원.
한반도 특산식물인 설앵초. 자생지에서도 성장률이 유지되고, 온난화 조건 극한 실험에서도 높은 생존력과 유연한 환경 적응성을 나타냈다. 사진 국립수목원.

계속되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남부는 이미 온대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최근 분석이다. 금세기 말인 2100년까지 기온 상승 추세는 2.9~4.7℃도 다양하게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식물종, 바다 생물종 분포가 변화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광주과학기술원 김은석 교수와 공동으로 한반도 고산지역 특산식물에 대한 생존력 평가 연구를 진행해 지난 9일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특산식물 400종, 나무로는 구상나무 등이 있는데 모델로 고산지대 바위틈에 자라는 특산식물인 설앵초와 한라설앵초 2종이 선발되었다.

설앵초는 한반도 남부 가야산과 지리산, 천황산, 한라산 등 고산지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보호가 필요한 앵초과 식물이다.

연구는 자생지 내 개체군 변화 모니터링과 실내 온난화 조건 실험으로 진행되었다. 연 평균 기온이 약 17℃인 대표적인 4개 산지 가야산, 지리산, 천황산, 한라산 야외 자생지에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 지리산을 제외한 3개 산지의 설앵초는 기후변화와 상관없이 개체군 성장률이 유지되거나 증가해 지속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조용찬 임업연구사는 “개체군 성장률이 기준점인 1보다 작으면 개체 수가 감소하고, 그 반대면 증가를 나타낸다. 지리산의 설앵초 집단은 성장률이 감소하지만 다른 지역은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지리산의 설앵초 집단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편, 실내 온난화 조건 실험은 대형 생장상에서 4개 산지에서 채집한 종자에 대해 기온상승 추세 예상 수치 중 극한 상황을 부여해 자생지의 평균 기온 17℃보다 4℃가 높은 22℃에서 진행되었다.

조용찬 연구사는 “어린 개체들의 생존률은 감소하지만, 살아남은 개체는 잎의 수와 크기가 증가해 상호 보완적인 변화를 나타냈다. 어린 개체가 많이 죽고 성장도 안 좋다면 온난화에 불리할 수 있는데 생존한 개체가 커지니까 양분도 더 많이 흡수해 꽃도 빨리 피우고 종자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당연히 좋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설앵초는 기후변화와 무관하게 높은 생존력과 유연한 환경 적응성을 나타냈다.

조용찬 입업연구사는 “오랜 기간 고산지대에 격리되어 생존한 식물의 경우 봉우리, 능선 등 각 서식 환경에 따라 분화와 적응 과정이 진행되어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은 산지별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국가 생물다양성 보전 역량을 증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