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에 먹는 절기음식 '오곡밥'. 사진 Pixabay 이미지.
정월대보름에 먹는 절기음식 '오곡밥'. 사진 Pixabay 이미지.

둥근 새해 첫 보름달을 맞는 명절 정월대보름이 오는 5일로 다가왔다. 우리 민족의 5대 명절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에 먹는 특별한 절기음식인 오곡밥은 말려두었던 나물, 김과 함께 싸 먹는 복쌈으로 한 해 건강과 복을 기원한 음식이다.

예부터 대보름 전날 저녁 미리 오곡밥을 지어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먹었다. 특히 대보름날에는 서로 다른 성(姓)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하루 동안 아홉 번 먹어야 좋다는 풍습도 있어 틈틈이 여러 번 나누어 조금씩 먹기도 했다. 여러 번 먹는 풍속은 부지런히 먹고 한 해 동안 부지런히 일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오곡밥에 얽힌 까마귀 보은제사 설화,
성이 다른 세 집 이상의 오곡밥 먹는 풍습도

한편, 대보름 전날 저녁 아이들이 빈집에 들어가 몰래 오곡밥을 훔쳐다 먹기도 했는데, 주인은 오곡밥을 얻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야 일꾼이 많이 생겨 풍년이 든다고 이를 모른 척했다고 전한다. 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이 조리나 소쿠리를 들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오곡밥을 한 숟갈씩 얻는 풍습도 있었다. 전남에서는 이것을 ‘조리밥’, ‘세성받이밥’이라 했는데 이렇게 얻어온 밥을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고 여겼다.

민속학자들은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이 본래 약밥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는 신라 21대 소지왕 때 왕을 시해하려는 역모를 미리 알려준 까마귀에게 보은하고자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해 귀한 재료를 넣은 약밥을 올려 제사를 지냈다.

조선 후기 홍석모가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정리한 ≪동국세시기≫에도 “음력 정월대보름의 절식은 약반(藥飯, 약밥)”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서민들은 약밥에 들어가는 잣이나 대추 등은 구하기 어려워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오곡밥이라는 것이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에는 항노화, 콜레스테롤 개선, 눈 건강, 비만 예방 등 건강기능이 뛰어나다. 사진 농촌진흥청.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에는 항노화, 콜레스테롤 개선, 눈 건강, 비만 예방 등 건강기능이 뛰어나다. 사진 농촌진흥청.

오곡에 든 영양성분, 항노화‧눈 건강‧ 비만예방 등 건강기능에 뛰어나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곡밥에는 일반적으로 찹쌀과 검정콩, 붉은 팥, 찰기장, 찰수수, 차조를 넣는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에는 항노화, 콜레스테롤 억제, 비만 예방 등 다양한 건강기능성을 함유하고 있다.

검정콩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많다. 안토시아닌은 눈의 망막에서 빛의 자극을 전달하는 단백질인 로돕신 활성화를 도와 눈 건강에도 좋다. 또한, 필수아미노산과 이소플라빈이 많아 인지력 개선과 동맥경화,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붉은 팥은 칼륨이 많아 체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고혈압 개선의 효과가 있고, 사포닌이 많아 원활한 이뇨작용을 도와 노폐물 배출, 붓기제거, 비만예방 효과가 있다. 찰기장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주는 단백질을 함유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전을 방지하는 데 좋다. 또한 탈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밀리아신이 많이 들어있다.

찰수수의 경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탄닌 등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차조는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손톱과 머리카락,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오틴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오곡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오곡밥을 찰곡식으로만 지으려면 시루에 찌고, 멥쌀과 함께 지을 때는 무쇠솥에 짓는 것이 맛이 좋다. 하지만 가정에서 시루나 무쇠솥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이 소개한 맛있는 오곡밥 조리법에 필요한 재료는 찹쌀과 멥쌀, 검정콩, 팥, 찰기장, 찰수수, 차조, 그리고 소금 약간이다. 먼저 찹쌀과 멥쌀을 1대 1비율로 물에 깨끗이 씻어 1시간 정도 불려둔다. 검정콩과 기장, 수수, 조는 쌀의 반 정도 양으로 마련해 3시간 정도 물에 불려둔다.

팥은 깨끗이 씻어 냄비에 물을 넣고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끓여준다. 손으로 으깨봐서 잘 으깨지면 된다. 팥 삶은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밥물을 만든다. 쌀과 잡곡을 압력밥솥에 모두 넣어 섞은 후 준비한 팥물을 넣어 검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오게 부어준다. 압력밥솥의 잡곡 기능으로 밥을 지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