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왈츠(Seonyudo Waltz), 220x520cm, 캔버스에 수묵아크릴 (Ink and Acrylic on canvas), 2023  [사진 성태훈]
선유도왈츠(Seonyudo Waltz), 220x520cm, 캔버스에 수묵아크릴 (Ink and Acrylic on canvas), 2023 [사진 성태훈]

세계일보 창간 34주년 기념 세계미술전 올해의 선정작가展 성태훈 개인전 〈선유도 왈츠Seonyudo Waltz〉가 2월 15일(수)부터 2월 28일(화)까지 성곡미술관(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42)에서 열린다.이번 전시에서 성태훈 작가는 신작 ‘선유도 왈츠’ 시리즈를 선보인다.  ‘선유도 왈츠’는 1,000호(220×520cm) 크기 1점과 120호 1점, 100호 2점, 40호를 각각 선보인다. 또 다른 신작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 시리즈 5점, 그리고 과거 대표작(300호, 120호 2점, 100호 1점 등 5점)을 포함해 총 18점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선유도 왈츠(부분)   [사진 성태훈]
선유도 왈츠(부분) [사진 성태훈]

성태훈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화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왔다. 특히 <날아라 닭> 시리즈(2009)는 수묵화에서 채색화로, 이어 옻칠화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한국화를 모색하였다. 또한 작가는 화면에 시대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러티브적 요소를 그려 넣어 민화나 벽화에서 보는 대중적인 친근함을 부여하였다.

성태훈 작가의 작업을 이건수 미술비평가는 이렇게 소개한다.“전통적 형식과 기법으로 현대적 내용과 주제를 포용하여 한국화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꾸준히 모색해 온 성태훈은 최근 재료나 소재, 주제 면에서 또 다른 도약을 이루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대작 <선유도 왈츠>(2022)를 완성했다. 아크릴로 그려졌지만 동양화의 준법과 채색법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그림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 6년여의 세월이 담긴 그의 작품세계를 총결산하는 성태훈 화력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선유도 왈츠(부분)   [사진 성태훈]
선유도 왈츠(부분) [사진 성태훈]

우리 옛 그림에 뱃놀이(船遊)를 그린 그림이 많지만 선유도(仙遊島)는 신선이 노닐었다는 양화대교 옆의 작은 섬이다. ‘선유도 파크호’라고 이름 붙은 거대한 배가 서쪽바다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 그것은 불교미술에서 일체의 사물과 도리를 밝게 통찰하는 더없이 완전한 지혜인 반야에 의지하여 사바세계에서 피안의 극락정토로 향해 가는 배를 그린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의 현대적 버전인 것이다.성태훈은 “대학졸업, 교통사고로 인한 병원 생활, 부모님의 작고, 결혼, 출산, 킵워킹펀드상 수상, 작품 활동, 후원자들과 도움을 준 사람들 등 나의 지나온 삶의 여정을 모티프로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을 왈츠로 표현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굵직한 현대사들(8.15 6.25 4.19 6.10 5.18)과 남북분단으로 인한 긴장 상황을 전투헬기와 장갑차로 표현했다.”라고 말한다.

선유도 왈츠(부분)  [사진 성태훈]
선유도 왈츠(부분) [사진 성태훈]

개인사와 현대사가 서로 뒤엉켜 춤추는 왈츠의 축제성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이라는 가요 <아! 대한민국>의 낙천적인 가사로는 설명 안 되는 부분들이 숨어 있다. 하늘에 떠있는 애드벌룬, 배 주위를 따라 뛰어오르는 돌고래, 하늘을 향해 치솟는 대형분수, 배 주변을 따라붙는 수륙양용차, 하늘에서 감시하는 듯한 전투헬기는 선상의 행복감을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적인 요소들이며 은근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거대한 돛처럼 느껴지는 미루나무는 어느 누구에게는 동요 속의 낭만이 아니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선유도 왈츠(Seonyudo Waltz), 130 x 162cm, 캔버스에 수묵 아크릴 (Ink and Acrylic on canvas)  , 2023 [사진 성태훈]
선유도 왈츠(Seonyudo Waltz), 130 x 162cm, 캔버스에 수묵 아크릴 (Ink and Acrylic on canvas) , 2023 [사진 성태훈]

이전처럼 성태훈의 화면은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담은 평화로운 풍경으로 읽혀지지만 그러나 그 속에는 전쟁의 공포, 혁명적 사건 등 심각한 거대담론의 흔적들이 숨겨져 있다. 마치 데이빗 린치의 영화 속에서 일상에 가려져 있는 광기, 아름다움 속에 스며든 추악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그의 그림은 그 정도까지 극단적이지는 않을 지라도 시대와 역사, 일상과 현실 속에 담겨진 부조리한 현상을 드러내준다.

때문에 이 평화로운 파노라마에서 우리는 또한 작가의 현실비판적인 시선과 함께, “인생은 클로즈업해서 보면 비극이고, 롱샷으로 보면 희극(Life is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medy in long-shot.)”이라는 채플린의 말에 공감하면서 불안과 행복이 교차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상의 풍경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 (A rainbow spreads over plum blossoms), 92 x 100cm,  한지에 수묵아크릴 (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2023 [사진 성태훈]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 (A rainbow spreads over plum blossoms), 92 x 100cm, 한지에 수묵아크릴 (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2023 [사진 성태훈]

성태훈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태훈 개인전 <선유도 왈츠> 개막식은 2월 15일 오후 3시 성곡미술관(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42)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