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 개인전 <불야성(不夜城) : The White Way>가 12월 17일부터 서정아트 강남관에서 열린다.
박지은 작가는 강렬한 수묵화로 도시의 야경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검은 묵면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의 야경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야경들은 서울, 뉴욕, 파리, 싱가포르 등 다양한 도시의 경관이며, 각자의 랜드마크로 이들이 실재하는 풍경임을 식별할 수 있다. 검은 묵면을 바탕으로 한 도시의 야경은 마치 섬처럼 떠 있다. 묵면 주위로 하얀 색이 둘러싸고 그 하얀 색으로 먹물이 물이 튀기듯 뻗어나가 도시의 야경을 더욱 멀게 느껴지게 한다. 이렇듯 작가는 검정 잉크의 강렬한 프레임 속 밤 풍경을 자세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작가에게 여행은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작가는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풍경, 순간, 분위기를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사진으로 찍은 듯한 사실적인 야경에서는 강렬한 묵면의 프레임을 통해 마치 잔상처럼 한순간에 지나가는 듯한 운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여행지에서 느낀 순간적인 감정을 관람자가 마치 직접 겪은 것과 같이 기억 저편에서 끌어온 경험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박지은 작가의 주된 매체는 감정의 변화이다. 세상이 변하는 엄청난 속도에 당황한 작가는 한 발짝 물러서서 세상을 관조하고 사색의 수단으로 여행을 선택했다. 익명으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작가는 감정 상태의 다양한 변화를 느꼈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는 여행지에서 발견되는 변함없는 고요한 밤의 건물, 풍경, 지붕, 불빛에서 위안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탐구하는 여러 감정 중 특히 대조적인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차오르다가도 텅 비고, 쓸쓸하다가도 황홀해지는 감정의 높낮이를 통해 영감을 얻는 박지은은 작품 그 자체로 대조를 표현한다. 한밤중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밝다는 의미의 ‘불야성(不夜城)’처럼 이번 전시는 작품의 이런 대조적 성격에 주목하는데, 언뜻 보면 과감한 먹선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작품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야경의 불빛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불야성’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 밤이지만 낮처럼 밝으며, 잠을 자는 고요한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불을 켜고 모여 활기차기도 하다. 언뜻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밤의 야경은 사실 그 속의 개인들이 따뜻한 불빛을 켜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대조이기도 하다.
대담해 보이는 작가의 검정 잉크 안에는 밤을 수놓은 불빛이 있다. 밤이지만 낮처럼 밝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여전히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밤은 여전히 활기차다.
박지은의 작품은 대담함과 치밀함, 차가움과 따뜻함, 고요함과 생명력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과 같은 대비의 미학은 관객을 끊임없이 매료하게 한다.
박지은 작가 개인전 <불야성(不夜城) : The White Way>은 2023년 1월 20일까지 서정아트강남(서울 강남구 봉은사로47길 12)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