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문명과 한국상고사의 연관성을 연구한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우실하, 지식산업사)이 소리 없는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실하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가 ‘고조선문명 총서3’으로 2018년에 펴낸 이 책은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12월 15일 3쇄를 발간했다.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은 198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한 요하문명의 주요 신석기-청동기시대 유적과 유물에 관해 우실하 교수가 각종 답사 자료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요하문명 지역의 유적-유물과 한반도와의 연관성을 소개한 것이다. 요하문명을 소개하는 입문서라고 하겠다. 우 교수 외에 요하문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드물고 입문서 또한 찾기 어려워 요하문명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필독서와 같은 책이다.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 표지. [사진=김경아 기자]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 표지. [사진=김경아 기자]

 우 교수는 2000년 요녕성 심양시에 있는 요녕대학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요하문명 각 지역을 답사하면서 연구를 시작하여 내몽고 적봉시 적봉학원(적봉대학) 방문교수로 지내는 동안에도 계속 연구하여  요하문명 연구 18년이 되던 해 2018년에 이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을 상재했다.

이렇게 우 교수가 요하문명에 천착한 것은 요하문명 지역은 우리의 상고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조선, 예맥, 부여, 고구려 등은 바로 이 지역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요하문명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우 교수는 “만주 일대에서 수천 년 동안 묻혀 있다가 새롭게 드러난 요하문명이 우리 상고사-고대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하는 것은 학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요하문명 연구는 (1)식민사학을 둘러싼 사학계의 갈등이나, (2)이른바 재야사학과 강단사학 사이의 갈등, (3)민족주의사학이나 실증주의사학 등의 문제와도 전혀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학계는 요하문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그들의 상고사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중국학계의 움직임에 한국학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첫째 예맥, 부여, 발해, 고조선 등과 연결되는 한민족의 조상들은 모두 황제족의 후예가 되는 것이고, 둘째, 이들이 이룩한 역사는 모두 중국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2002년 말 귀국한 우실하 교수는 이후 새롭게 발견된 요하문명을 국내 학계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두 권의 책과 요하문명 지도를 출간했다. 국내 고고-역사학계가 요하문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먼저 일반인들이 우 교수의 책에 열광했다. 역사에 관한 어느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내용이고 상고사의 실체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요하문명에 관한 갈증을 우 교수의 책으로 해갈하고 우리 상고사와 연관성을 알고 싶어했다.

수차례 강연을 통해 독자와 만난 우 교수는 그들의 갈증을 알기에 일반인도 요하문명의 전모를 알기 쉽게 책을 구상했다.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에 저자가 18년 동안 답사한 사진 자료를 많이 넣은 이유이다. 요하문명을 개괄하여 소개하고 중국학계의 동향 등을 넓게 소개하였다. 범위를 넓게 다루지만 일반인 이해하기 쉬운 것은 전체 판도를 구조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또한 후학을 위한 배려도 곳곳에 남겼다. 책 곳곳에 앞으로 어떤 분야의 연구 가능성이 열려 있는지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니 각 분야에서 요하문명과 한반도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위한 길잡이로 이 책이 손색이 없다. 

요하문명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대목이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의 제14장 한국학계의 과제와 동방 르네상스이다. 1. 요하문명과 한반도, 2. 한국학계의 과제, 3. ‘동방 르네상스를 위하여’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살폈다. 좁게는 중국의 공세에 우리 역사를 어떻게 바로세울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며, 넓게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 어떻게 우리 고유의 빛깔을 더할 것인지 시사하는바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