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동북아 상고문화에 대한 기왕의 연구경향은 대략 두 방향으로 정리된다. 첫째, 샤머니즘적 시각이다. 근대 이후 일본인들이 한민족문화의 시베리아기원설을 주창한 이래 민족문화의 시원을 시베리아·몽골·만주지역의 샤머니즘으로 보는 시각이 등장하였고 지금까지도 역사학·민속학의 대세로 이어오고 있다. 둘째, 동북공정을 주도한 중국학계의 ‘(샤머니즘에 기반한) 예제문화’라는 시각이다.1) 중국의 동북공정은 애초 동북아 상고문화를 중원지역으로 연결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되었기에 이 지역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보다는 중원지역 문화의 요체인 예제문화를 투사해서 바라보았다.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실제로 동북아 상고문화의 본령은 선도문화로 이것이 훗날 중원지역으로 들어가 지역화하고 또 내용면에서도 크게 변질된 것이 예제문화이므로 후대의 예제문화로써 선도문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학계에서는 예제문화로 접근하되 이로써 해명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경우 예제문화 대신 샤머니즘으로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2)  

이처럼 동북아 상고문화는 주로 ‘샤머니즘(무巫)’로 인식되어왔다. 반면 필자는 샤머니즘의 원형을 ‘선도문화(선仙, 선도제천문화)’로 인식한다. 동북아 상고 선도문화는 동아시아사회 전역으로 퍼져나가 동아시아사회 공통의 문화자산이 되었지만 본류는 한반도사회로 계승되었다. 따라서 그 문화적 본령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한국사회 속에서 답을 찾아보게 된다. 선도제천문화는 ‘밝음’을 이상시하여 ‘밝문화’로도 불린다. 여기서 ‘밝음’은 눈에 보이는 ‘하늘’ 또는 ‘해·달’이 아닌, 존재의 실체인 ‘생명, 기(氣), 일·삼, 일기(一氣)·삼기(三氣), 인격화된 표현은 하느님·삼신 또는 마고·삼신3)’을 의미한다. 이렇듯 선도제천문화는 존재의 본질을 기에너지로 바라보기에 기를 매개로 사람 내면의 기를 깨워내는 ‘천인합일, 신인합일, 인내천’ 수행에 기반하게 된다. 선도수행의 대표격이 ‘제천’이다. 기왕의 샤머니즘적 시각에 의할 때 제천은 태양신앙과 같은 종교의례로 인식되어왔으나 선도문화적 시각에 의할 때 ‘천인합일 선도수행의 형식화’, 곧 ‘수행의례’로 바라보게 된다.4)

이렇게 선도수행을 통해 사람속의 생명력을 회복한 후에는 실천을 통해 사회 전체의 생명력을 회복해가게 되는데 이것이 ‘홍익인간(弘益人間)·재세이화(在世理化)’ 또는 ‘광명이세(光明理世)'5)이다. 선도제천문화에서는 선도수행을 통한 개인의 생명력 회복을 ‘성통(性通)’, 생명력을 회복한 개인의 실천을 통해 전체사회의 생명력이 회복되는 것을 ‘공완(功完)’으로 보되 양자를 동일시해왔다. 이러한 ‘성통-공완’의 기준에 부합하는 이상적 인간형을 ‘신선’으로 본다면 신선은 ‘홍익을 실천하는 생활인’일 뿐이며 탈속적 은둔적 이미지는 훗날 부가된 잘못된 이미지임을 알게 된다.

필자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동북아 상고문화의 표지(標識)인 ‘단(壇, 제천단) · 묘(廟, 제천사祭天祠, 중국학계에서는 여신묘女神廟로 호칭하나 동북아 상고·고대문화에서 여신은 ‘모든 생명을 낳는 어머니’의 의미이기에 필자는 모신母神·모신묘母神廟으로 지칭함) · 총(塚, 무덤)’ 및 ‘옥기(玉器)’를 한국계 ‘선도문화’로 인식한다. 곧 동북아 요동~요서지역의 B.C.4000년~B.C.2400년경 신석기 후기 ~ 동석병용기 문화를 맥족(예맥족)에 의한 배달국 선도제천문화로 보았다. 중국이 단·묘·총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인 ‘선상황제족(先商黃帝族) - 선상고국(先商古國) - 샤머니즘巫에 기반한 예제문화(禮制文化)’라는 시각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것이 실상 ‘맥족-배달국-선도제천문화’였음을 밝힌 것이다.6)

먼저 선도의 기학적(氣學的) 세계관(선도기학仙道氣學)을 ‘삼원오행론(三元五行論, 마고신화)’7)으로 정리한 후 이에 의거하여 단·묘·총과 옥기에 나타난 선도제천문화를 규명하였다. 옥기 이하 각종 유물에 나타난 신성 표상,8) 또 우하량 모신묘의 십자형 구조 및 십자형으로 배치된 마고7모신상을 삼원오행론으로써 해명하였으며 모신상에 나타난 선도수행 표식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9) 적석(積石) 단(壇)·총(塚)[이하 적석단총]에도 삼원오행론이 반영되었음을 밝혔다.10)

다음으로 요동·요서지역 적석단총의 시기와 형태 비교를 통해 거칠게나마 시기·중심권역·종족 등 배달국사의 대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곧 B.C.4000년경 선진적인 선도제천문화를 지닌 환웅족이 요동 백두산 서편의 천평(天坪) 지역으로 이주한 후 토착세력 웅족과 연맹, 본격적인 선도제천문화를 본령으로 하는 배달국을 개창하게 된다. 환웅족+웅족이 주도한 선도제천문화는 요동 천평지역에서 시작, 요서 대릉하 일대의 청구(靑邱) 지역으로 확산되었고11) 요동 천평지역과 요서 청구지역을 양대 중심 권역으로 하여 재차 주변지역으로 확산되었다.12) 이러한 과정에서 배달국의 주족이자 민족의 원류인 ‘[맥족(환웅족+웅족)] + 예족(호족) → 한민족(맥족·예맥족·새밝족)’이 성립되었다.13) 배달국의 양대 권역인 요동 천평지역과 요서 청구지역의 고고문화에 준해 볼 때, 배달국은 전기(B.C.4000년~B.C.3500년경), 중기(B.C.3500년~B.C.3000년경), 후기(B.C.3000년~B.C.2400년경)로의 3분기 구분이 가능하였다.14) 이상의 연구는 시작점으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향후 좀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되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배달국의 선도제천문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재 한국학계의 상고문화에 인식이 부정확하며 부정적이기까지 한 문제, 또 연구 시각이 틀어져 있는 문제를 인지하게 되었다. 현재의 한국학계에서는 배달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한국사의 출발점을 단군조선, 또 한국문화의 요체를 샤머니즘으로 바라보는 경향이다. 샤머니즘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민속·무속, 또 민족종교에 준하고 있다.

필자는 민속·무속이나 민족종교에 준해서 상고문화를 인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민속·무속, 또 민족종교는 상고문화의 후대적 변형태일 뿐, 상고문화의 원형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필자는 한국사의 출발점을 단군조선 이전의 배달국, 한국문화의 원류를 배달국시기의 선도제천문화로 보고 선도제천문화가 후대에 이르러 민속·무속화하였고, 또 이렇게 변질된 민속·무속문화를 계승한 것이 근대 이후의 민족종교라고 보았다.

이러한 시각에 따라 본고에서는 배달국의 선도제천문화가 후대에 이르러 민속·무속화하고 근대 이후 다시 민족종교화하는 대체적 흐름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한국의 민족종교나 민속·무속문화가 그 첫출발점으로서의 선도제천문화의 원형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더 나아가 그 원형성을 회복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았다.

일단은 그간 필자가 연구해온 바, 동북아 고고학 성과에 의거한 배달국 선도제천문화의 원형을 먼저 제시하였고 이러한 원형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후대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특히 배달국 선도제천문화를 ① 선도제천을 통한 천인합일 수행[성통], ② 선도정치(선도 천자제후제)를 통한 홍익인간·재세이화적 사회실천[공완], 두 방면으로 나누어 보았고 그 계승 형태로서의 민속·무속문화도 이러한 양대 기준을 적용하여 고찰하였다.

Ⅱ장은 배달국 선도제천에 나타난 천인합일 수행[성통] 방면이다. 먼저 제천의 신격인 ‘모신상-남신상’ 유물, 곧 ‘마고삼신-삼성’의 사상적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겠으며, 이어 대표 제천시설인 ‘적석단총’ 유적, 곧 ‘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3층원단류)’에 담긴 천인합일 수행문화를 살펴보겠다. Ⅲ장은 배달국 선도정치, 특히 배달국-중원지역간의 ‘선도 천자제후제’에 나타난 홍익인간·재세이화적 사회실천[공완] 방면이다. 먼저 ‘삼원오행형 뇌신 환웅도’ 및 ‘북두-일월 표상’에 나타난 ‘선도 천자제후제’의 운영 원리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어 배달국말 중원지역에서 ‘선도 천자제후제’에 반하는 ‘패권적 천자제후제’가 생겨났음을 살펴보겠다. Ⅳ장에서는 제천신격의 변화 과정을 통해 선도제천문화의 민속·무속화(종교화) 과정을 가늠해보겠다. 먼저 민속·무속화(종교화)의 일차 배경으로 ‘신격 중심’ 및 ‘신격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겠다. 신격 중심의 면에서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바뀌면서 모신의 지위가 낮아져 마고삼신에서 삼성으로 변해갔고, 훗날 중국 유교문화의 도입으로 재차 삼성에서 단군으로 변해갔음을 살펴보겠다. 신격 인식의 면에서는 유교로 인해 천신(생명신·창조신)에서 산신으로 변해갔음을 살펴보겠다. 민간사회에서는 마고삼신-삼성 전통이 강고하게 지속되었지만 내용적 원형을 잃어버림으로써 종내 민속·무속화(종교화)하였음도 살펴보겠다. Ⅴ장에서는 민속·무속문화를 이어 근대 이후 등장한 민족종교가 선도제천문화의 원형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고 있음을 논하겠다.

 

1) 정경희,「배달국초 백두산 천평문화의 개시와 한민족(예맥족·새밝족·맥족)의 형성」, 『선도문화』28, 2020, 3~6쪽.

2) 정경희, 「요서지역 조보구문화~홍산문화기 마고여신상의 변화와 배달국의 ‘마고제천’」,『고조선단군학』36, 2017, 241~242쪽 : 정경희,「중국 ‘요하문명론’의 ‘장백산문화론’으로의 확대와 백두산의 ‘선도 제천’ 전통」, 『선도문화』24, 2018, 117~118쪽.

3) 밝음의 ‘일기·삼기’로서의 仙道氣學적 의미, 또 ‘마고·삼신, 하느님·삼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경희,「한국선도의 ‘삼원오행론’ -‘음양오행론’의 포괄」,『동서철학연구』48, 2008 :「중국의 음양오행론과 한국선도의 삼원오행론」, 『동서철학연구』49, 2008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 나타난 존재의 생성·회귀론」,『동서철학연구』53, 2009 참조.

4) 정경희, 「한국선도의 수행법과 제천의례」, 『도교문화연구』21, 2004 : 「신라 ‘나얼(奈乙, 蘿井)’ 제천 유적에 나타난 ‘얼(井)’ 사상」, 『선도문화』15, 2013 참조.

5) 『三國遺事』 卷1 紀異 古朝鮮王儉朝鮮 「庶子桓雄 數意天下貪求人世 父知子意下視三危太白 可以弘益人間···凡主人間三百六十餘事 在世理化」 : 卷1 紀異 新羅始祖赫居世王 「因名赫居世王 蓋郷言也 或作弗矩内王 言光明理世也」

6) 정경희,『백두산문명과 한민족의 형성』, 만권당, 2020.

7) (주)3과 같음.

8) 정경희,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사상(2) - 2기 · 5기 · 9기형 옥기를 중심으로」, 『백산학보』88, 2010 :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사상(1) - 1기 · 3기형 옥기를 중심으로」, 『선도문화』11, 2011 : 「동아시아 북두-일월 표상의 원형 연구」, 『비교민속학』46, 2011 등.

9) 정경희,「홍산문화 여신묘에 나타난 삼원오행형 마고7여신과 마고제천」,『비교민속학』60, 2016 :「요서지역 흥륭와문화기 마고여신상의 등장과 마고제천」,『선도문화』22, 2017 : 앞의 글,『고조선단군학』36, 2017.

10) 정경희,「동아시아 적석단총에 나타난 삼원오행론과 선도제천문화의 확산」, 『선도문화』29, 2020.

11) 정경희,「통화 만발발자 제천 유적을 통해 본 백두산 서편 맥족의 제천문화(Ⅰ)- B.C. 4000~B.C. 3500년경 ‘3層圓壇(母子合葬墓) · 方臺’를 중심으로 -」, 『선도문화』26, 2019 :「백두산 서편 제천유적과 B.C.4000년~A.D.600년경 요동·요서·한반도의 ‘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에 나타난 맥족의 선도제천문화권」,『단군학연구』40, 2019 :「통화 ‘만발발자 제천유적’을 통해 본 백두산 서편 맥족의 제천문화(Ⅱ) -제2차 제천시설 ‘선돌 2주 · 적석 방단 · 제천사’를 중심으로-」, 『선도문화』27, 2019 :「홍산문화기 우하량 ‘3층-원·방-환호’형 적석단총제의 등장 배경과 백두산 서편 맥족의 요서 진출」,『동북아고대역사』1, 동북아고대역사학회, 2019 :「요동~요서 적석단총에 나타난 맥족(예맥족)의 이동 흐름」, 『동북아고대역사』2, 2020 :「통화 만발발자 제천유적 추보(追補) 연구:『통화만발발자유지고고발굴보고』를 중심으로」,『동북아고대역사』3, 2020.

12) 정경희, 앞의 글,『백산학보』88, 2010 : 앞의 글,『선도문화』11, 2011 :「동아시아 ‘천손강림사상’의 원형 연구 -배달고국의 ‘북두(삼신하느님) 신앙’과 천둥번개신(뇌신) 환웅」,『백산학보』91, 2011 : 앞의 글,『비교민속학』46, 2011 : 위의 글, 『동북아고대역사』2, 2020.

13) 정경희, 앞의 글, 『선도문화』28, 2020.

14) 정경희, 앞의 글, 『동북아고대역사』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