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 인근 도로에 뜻 모를 ‘Kiss & Ride’ 혹은 ‘K & R’이라고 표시된 구역이 우리말 ‘환승정차구역’, ‘잠시정차구역’으로 이름을 바꿔가고 있다.

기차 승객을 배웅하거나 마중하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구역을 뜻하는 ‘Kiss & Ride’는 헤어질 때 입을 맞추며 인사하는 영어권 문화에서 비롯된 말로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말이었다.

고양시 강매역 'K & R'표기가 우리말 환승정차구역으로 바뀌었다. [사진=한글문화연대]
지난 4월 22일 경기도 고양시 강매역 'K & R'표기가 우리말 환승정차구역으로 바뀌었다. [사진=한글문화연대]

국토교통부 고시에서는 ‘배웅정차장’과 ‘Kiss & Ride’를 함께 사용했고, 국립국어원에서는 ‘환승정차구역’으로 다듬었으나 그동안 계속 사용되었다. 심지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읠 묘가 있는 여주시 ‘세종대왕릉역’에도 약자 표기인 ‘K & R'이 표기되어있었다.

한글문화연대는 지난해 5월 150명 일반 국민 대상 조사결과, 대부분 ‘Kiss & Ride’의 뜻을 몰랐고,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유흥주점 이름같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역 앞에 영어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다”라는 답변도 있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7년 신분당선 동천역 표기개선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대학생 동아리 ‘우리말가꿈이’와 함께 수도권 역의 Kiss & Ride 표기를 우리말로 개선하는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수도권 지역 22곳 역에서 우리말 표기로 바꿨다.

그러나 올해 1월 개통한 원주역에 다시 K & R이 등장해 한글문화연대는 국가철도공단에 외국어 표기를 우리말 ‘환승정차구역’으로 바꿔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국가철도공단은 국토교통부 법령에 Kiss & Ride가 쓰인 것을 참고해 국토교통부가 바꾸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올해 2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Kiss & Ride’를 배웅정차장, 환승정차구역 등 우리말로 고치는 것을 감독해달라고 건의했다. 그 결과 3월 12일 역 시설물의 관리주체인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이 강릉역, 둔내역, 만종역, 일광역, 원주역 등 18 곳의 K & R 표기를 우리말 ‘환승정차’로 개선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 역을 설치할 때 ‘환승정차’ ‘환승정차구역’ 등으로 표기하겠다는 답변을 국회를 통해 전달 받았다.

아울러 지난 4월 22일 2년 전 개선을 요청했던 고양시 강매역 K & R표기까지 ‘환승정차구역’으로 개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55)는 “일단 쓰기 시작하면 바꾸기 어렵고 비용도 들어가므로 처음부터 쉬운 우리말을 쓰려고 공공기관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