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개국 이상 참여하는 고고학 연구의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학술포럼에서 우리나라의 고환경 연구로 밝혀낸 5세기 신라 ‘월성 숲’의 복원 청사진을 제시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6년부터 4년간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확인된 유기질 유물 연구 성과를 2021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고고학대회(World Archaeology Congress)에서 발표한다. 당초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다.

이번 발표로 5세기 고대 신라왕궁을 둘러싼 월성 숲의 모습을 세계의 고고학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고환경 연구는 발굴조사만으로 알기 어려운 옛사람들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유적에서 발견된 각종 유기 물질로 당시 사람들의 먹거리, 주변 경관 등을 예측하고, 그들의 생활방식과 환경을 복원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위)5세기 고대 신라 월성에서 발견된 씨앗 분류 모습. (아래) 해자에서 출토된 피마자 씨앗. [사진=문화재청]
(위)5세기 고대 신라 월성에서 발견된 씨앗 분류 모습. (아래) 해자에서 출토된 피마자 씨앗. [사진=문화재청]

2017년 국내 최초로 발굴조사단 내에 ‘고환경연구팀’을 만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발굴단계부터 다양한 연구시료를 확보해 온전한 역사‧문화의 복원에 힘썼다.

발표된 연구 성과는 3가지 점에서 의의가 크다. 우선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 등 각종 식물과 곡식에 대한 연구 성과이다. 지난해 4월 국내 발굴조사 상 가장 많은 63종의 씨앗과 열매를 월성주변에서 확인했으며, 이후 10여 종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씨앗 중에는 5세기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이 많은데 오동나무 씨앗은 자생종, 피마자 씨앗은 외래종으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당시의 모습을 제시할 예정이다.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곰뼈와 곰뼈 표본. 연구결과 반달가슴곰으로 분석했다. [사진=문화재청]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곰뼈와 곰뼈 표본. 연구결과 반달가슴곰으로 분석했다. [사진=문화재청]

두 번째는 다른 유적에 비해 월성에서 비교적 많이 출토된 곰뼈에 대한 심화 연구결과이다. 연구 결과 반달가슴곰의 뼈로 판단되어 한반도 곰의 계보를 추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국사기’기록으로는 신라인들이 곰 가죽을 많이 이용했다고 하며, 월성주변의 공방지가 조사되었고, 뼈에서 해체흔이 확인되어 월성주변에서 가공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단일 유적을 대상으로 환경연구를 체계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고대 경관과 날씨, 강수량 등 기후를 예측하고 제의祭儀행위 속에 녹아있는 고대인 삶을 복원해내는 노력을 했다. 이는 최근 고고학의 국제 연구 흐름과 활용방법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