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순국한 안중근 의사 탄생 13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같이 뜻깊은 날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설립된 안중근 의사 기념비가 철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더구나 이 기념비는 지난 2002년 서울보건신학연구원과 블라디보스토크 주립의과대학이 업무협약(MOU) 체결로 건립된 이후, 10여 년 동안 설명 하나 없이 기념비만 세워진 상태로 유지되다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 세워져 있는 동상(사진=안중근의사기념관)

"안중근은 살인죄로 사형 판결을 받은 범죄자" - 아베 총리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 -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일본의 잇따른 망언과 일본의 우경화로 날로 한국과의 갈등의 골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로 유명한 소설가 김정현(57)은 사실과 판타지가 섞인 장편소설 《안중근, 아베를 쏘다》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많은 사람이 아시아인으로서 역사를 바로 알고 날 선 갈등의 매듭을 풀어 화합을 모색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안중근 의사의 입을 빌려 표현한 작품이다. 1부와 2부는 저자가 중국과 한국을 3년간 오가며 철저하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안중근이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과 이후의 불법 재판에 대해 면밀하게 묘사했다. 이를 통해 당시 세계 정세를 향한 안중근의 시각을 되짚어볼 수 있다.

▲ 소설 《안중근, 아베를 쏘다》표지 이미지 (열림원 제공)

소설은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으로 향하는 초고속 특별열차 허시에(和諧) 731호에 타고 있던 일본 내각 수상 아베(安培) 앞에 안중근이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반성하라는 안중근과 "내가 한 짓이 아니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오"라는 말로 회피하려는 아베.

아베는 환영을 본 것이라 여겼지만 두려움에 떤다. 몇 시간 뒤 하얼빈 역, 과거 1909년 10월 26일과 마찬가지로 삼엄한 경비 속에 아베가 특별열차에서 내린 후 세 발의 총성이 연이어 들렸다. 아베는 쓰러지고, 안중근의 목소리가 하얼빈 역에 울려 퍼진다.

"대한민국 만세! 동양평화 만세! 세계평화 만세!"

책의 핵심인 3부는 살인미수로 체포된 안중근이 재판을 받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안중근이 재판장에서 아베가 저지른 죄목에 대해 낱낱이 고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핵심 메세지다. 소설은 1910년 재판장에서 일본의 만행을 일갈하던 안중근이 부활하여 독도 문제, 역사 왜곡 문제, 성 노예 사건에 대해 부인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문제, 태평양 전쟁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문제 등 15개의 항목을 명료하게 열거한다.

▲ 순국 직전의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지은 수의를 입고 있다.(사진=국가보훈처)

작가가 안중근을 부활시켜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 자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바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일본은 그 경우가 다르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언제라도 타협의 장을 펼치려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망언을 넘어 과거의 야욕을 다시 공공연히 드러낸다. 특히, 총리의 입으로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한 것은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 표명에 불과하다. 내가 안중근을 다시 불러낸 까닭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보다 사람다운 영웅이었고, 평화의 영웅이자 대한민국을 넘어 동양의 영웅이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300쪽이 넘게 이어지지만 단숨에 읽힐 만큼 매력적이다.

안중근 의사 탄생 135주년에 기념비가 철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어쩌면 일본의 과격한 발언의 원인은 우리 안에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된다.

김정현 지음 l 열림원 l 392쪽 l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