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이순신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흠숭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다.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 역시 이순신이며, 가장 차를 함께하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다.” _ 와키자카 야스하루 (1,500명의 군대로 조선군 5만을 격퇴한 일본 최고 장수. 이순신과의 전투에서는 모두 패배)

“위대한 해상지휘관들 중에서도 능히 맨 앞줄을 차지할 만한 이순신 장군을 존재하게 한 것은 신의 섭리이다.” _ 조지 알렉산터 발라드 (영국 해군 제독이자 해양 전략가)

“이순신은 천지를 주무르는 경천위지(經天緯地)의 재주와 나라를 바로잡는 보천욕일(補天浴日)의 공로가 있는 사람이다.” _ 진린 (임진왜란 당시 참전한 명나라 수군 총사령관)

희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영화 ‘명량’으로 부활했다. 명량은 30일 개봉 첫날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 흥행돌풍을 예고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등 쟁쟁한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조화를 이뤄 새로운 걸작 탄생을 예감케 했다.

'명량'은 1597년 전라남도 해남 울돌목에서 펼쳐진 명량해전(鳴梁海戰)(☞바로가기)을 그린 영화다. 혹여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라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마음은 잠시 접어두시라. 한국인이기에 보면 볼수록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영화니까 말이다.

 

영화는 4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임진왜란 6년(1597년)으로 되돌아간다. 오랜 전쟁으로 민심도 나라의 정세도 혼란스럽던 시절, 임금(선조)은 원균이 이끄는 수군이 칠천량해전(漆川梁海戰)(☞바로가기)에서 대패하자 이순신 장군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한다. 하지만 전장에 돌아온 그에게 남은 것은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뿐이다.

과연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선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함께 싸우던 동료가 토막 난 주검이 되어 진지로 돌아올 때마다 군의 사기는 곤두박질쳤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까지 불타자 장수와 병사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임금은 이순신의 수군을 육군 권율 장군 휘하로 복속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모두 승산 없는 전쟁이라며 이순신에게 포기를 강요했지만, 그는 결코 놓을 수 없었다. 풍전등화 같은 이 나라의 운명을 말이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 죽을 힘을 다하여 막아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 비록 전선의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명량해전이 전 세계 역사에 회자될 만큼 위대한 전쟁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이순신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정신에서 나온 뛰어난 지략과 전술 때문이다. 죽을 각오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 즉 ‘두려움을 맞서는 자만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진리는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적용되고 있다. 불가능한 꿈을 실현해내는 힘은 죽음도 불사하듯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때 발현된다. 모든 사람이 노(No)라며 뒤로 물러설 때, 이순신처럼 예스(Yes)하고 긍정하며 한 발 먼저 나아가는 사람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낼 수 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비단 카리스마 넘치는 성웅 이순신의 모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던 것은 처참한 현실 앞에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었다. 벼랑 끝에서 홀로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전략을 찾던 그에게서 역사를 개척하는 리더의 찬란한 고독이 느껴졌다. 진정한 리더는 현재 상황에 매이지 않는 법, 현실 여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눈이 오직 비전을 향해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상과 인성 리더십이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그 충은 백성을 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던지며 세월호 참사 등 대한민국 인성 부재의 세태를 꼬집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욕망과 인성의 갈림길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이순신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