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원 거주지로 침입한 인간들을 공격하기에 앞서 유인원 무리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하는 지도자 시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진화되기 이전의 미개한 동물이라 여기는 침팬지와 오랑우탄, 고릴라가 인간을 노예로 삼고, 인간을 각종 과학의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는 세상이라면

충격받지 마시라. 이는 이미 1968년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는 유인원과 인간의 역할을 바꿔놓음으로써 오늘날 인간과 같이 사는 영화 속 유인원들을 보며 인간에 대해 더욱 적나라하고 객관적으로 보게 만든다.

'희대의 문제작'이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편' 중 하나로도 꼽히는 <혹성탈출>은 이후 2011년까지 7편의 속편을 생산해냈다. 그리고 2014년 7월 그 여덟 번째 속편이 등장했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인간은 실험대상이었던 유인원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진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근근이 '인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실험실에서 탈출한 유인원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공동체 사회를 갖고 불을 비롯한 도구를 활용하며 살아간다. 영어와 수화로 의사소통하며 다음 세대에 대해 교육도 하는, 문명화된 존재가 되었다.

갈등은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이 생존을 위해 전력(電力)을 필요로 하면서 시작된다. 전력은 유인원의 거주지 안에 위치한 댐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에는 1968년 등장한 최초의 <혹성탈출>과 같은 충격은 없다. 지구 상의 인간 500명 중 1명만이 살아남는 높은 치사율의 바이러스가 휩쓸고 갔을 뿐, 여전히 인간과 유인원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그 능력치안에 존재한다.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가 완전히 반전된 최초의 <혹성탈출>과 쇼킹함에 있어 비교할 바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혹성탈출>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는 인간 문명의 절대우위에 대한 경각심 말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저서 <제3의 침팬지>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침팬지와 98% 이상이 동일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대졸자의 1/4가 진화론이 아닌 창조론을 믿고 살아가지만, 인간이 유인원에서 비롯된 존재임을 부인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 전력을 얻기 위해 유인원 거주지로 들어선 인간

영화를 통해 갖게 되는 또 다른 논점은 바로 '지능'과 '인성'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 속 인간 사회와 유인원 사회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똑 닮아있다. 선악(善惡)이 존재하고 갈등과 반목, 그리고 화해가 있다.

다시 말해, 지능이 뛰어난 존재들이 산다고 해서 선진화된 사회가 아니고, 지능이 떨어지는 존재들이 산다고 하여 미개한 사회가 아니다. '지능' 너머의 '인성'이 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인성(人性)은 도덕성이나 윤리를 넘어서는 존재 자체의 귀중함을 뜻한다. 내가 귀함을 알 때 상대의 귀함도 아는 감각 말이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몰인성에 대한 회복된 인성의 반격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