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가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많이 바뀐 거요? 자기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에요. 그전에는 숙제나 생활에 대해 체크를 했었는데, 요즘은 자신의 24시간 동안 뭐할지 완전히 알아서 해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지 않으니 처음엔 마음속에 불안함이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믿고 있죠."

강명옥 씨는 장녀 김민주 양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지 넉 달이 지난 7월, 어머니는 민주 양이 무척 듬직한 모양이었다.

▲ 어머니 강명옥 씨와 아버지 김대영 씨, 그리고 김민주 양 (사진 = 전은애 기자)

학교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에게 권해줄까 했지만, 여느 대한민국 학부모처럼 1년 동안 정규 수업을 쉬어야 하는 게 고민이었다. 주변에서 그 중요한 시기에 학교를 떠난다는 얘기에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꿈도 없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을 보며 안타까웠고, 딸을 보는 마음 또한 그러했다. 우선 민주에게 정보를 주고 자신에게 어떤 게 좋을지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아버지도 고민하긴 했지만 결국 딸이 '가고 싶다'라고 한 결정을 존중했다.

스스로 결정한 만큼 민주는 학교 밖에서 스스로 공부와 경험 거리를 찾아가는 벤자민학교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아르바이트와 직업탐방, 단무도, 현대 무용 등 성적 위주의 시스템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들로 하루를 채워갔다. 또한, 혼자서 영어 공부와 독서 등 학업도 계속했다.

민주를 도와주는 멘토는 또 있다. 한민족의 전통무예인 단무도를 가르치는 경기도 평촌 도장 민병철 관장은 "무술에서 상허하실(上虛下實), 즉 상체를 긴장을 비우고 단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주는 상허하실을 굉장히 잘해서 몸은 물론 마음의 중심도 탄탄해요. 흔히 아무리 좋은 정보가 많아도 막상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몸을 쓰면서 세포와 혈, 기운이 열리면 정보가 자신의 삶으로 다가옵니다. 민주는 그런 기운 타는 동작을 몸소 익히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 민주양(좌측)은 지난 7월 경기도 안양시에서 열린 인성영재페스티벌에서 친구들과 함께 단무도 시범을 선보였다. (사진 = 김보숙 기자)

무예이면서 명상수련도 하는 단무도를 하면서 민주의 생각도 깊어졌다. 종종 어머니와 함께하기도 하는데 길을 오가면서 대화를 더 깊이 하곤 한다. 이전에는 화날 때 말을 잘 안 하고 표정이 굳어지거나 속상해서 울기도 했던 민주였지만, 이제 그런 일이 많이 줄었다. 불쾌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는 것이다.

"민주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온종일 얼마나 종종걸음을 쳤는지 하얀 양말 바닥이 새카맣게 된 채 들어와서는 '엄마 정말 힘들었어요. 식당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라며 끙끙 앓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안돼 보이면서도, 산 경험을 하는 딸이 기특하기도 했어요."
 
민주가 직업체험활동을 통해 인간관계의 어려움 극복해가는 법도 배우고 경제관념과 부모에 대한 감사, 친화력 등을 몸소 익히는 모습에 어머니 강명옥 씨와 아버지 김대영 씨는 감동했다. 그런 활동을 지켜보며 만족한 어머니는 지난 7월 19일 안양시에서 열린 인성영재 페스티벌에서 학부모 체험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날 민주가 '엄마, 시간 좀 내주세요.'라며 쫓아다니더니 바쁘고 지친 나를 위해 안마를 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엄마의 거친 발바닥을 닦아주고 조물조물 마사지를 해주고 고맙다고 말을 하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아이의 부드러운 손맛에 저의 피곤도 모두 날아갔습니다. 요즘 많은 가정에서 '외계에서 온 청소년 자녀'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영재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그 영재성을 발휘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좀 천천히 가는 듯 보여도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그 아픔을 함께 느끼는 인재,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갖고 살아갈 인재가 인성영재입니다. 그리고 나와 이웃과 인류가 모두 함께 번영할 수 있는 홍익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는 아이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인성영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예쁜 딸 민주의 꿈을 격려하는 말을 남겼다.

"민주야, 항상 네게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하는데 많이 못 해준 거 같아 미안하다. 앞으로 더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하는 엄마가 될게. 그리고 벤자민학교 과정을 통해 네가 진로를 잘 찾았으면 좋겠어. '이거 아니면 안 된다'하는 것, 100% 너를 가슴 뛰게 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