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가 궁금한가? 
미래에 당신은 죽는다. 나도 죽는다.

이 무슨 허무한 이야기냐 하지 마시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4대 성인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히틀러도, 인종차별 혁파를 위해 전 생애를 걸었던 만델라도 모두 죽음 앞에서 예외는 없었다. 나도 당신도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죽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게 언제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심장은 어떤 동물이든 평생 약 20억 회를 뛴다는데, 이 계산에 맞추면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다. 질병이나 사고와 같은 주요 사망 원인을 제외한다면 평균수명도 100세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 시대라 해도 100세를 넘긴 어른을 막상 찾기 쉽지 않다. 120세에 이르는 이들은 기네스북에서나 볼까 말까 하다.

그러니 뉴스나 언론지상에서 떠들어대는 ‘평균수명’에 눈 돌리지 말자. 대신 그 눈을 내 몸으로 가져와 보자. 같은 책으로 같이 공부해도 누구는 성적이 평균 이상이고 누구는 평균에 훨씬 못 미치지 않나. ‘평균’ 혹은 ‘통계’라는 술수에 빠지지 말고 지금 여기 내 몸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말씀.

이를 위해 ‘언니네 책방’의 첫 책을 소개한다. 《장기의 시간을 늦춰라》 (이토 히로시 지음). 핑크핑크한 표지마저 언니의 마음에 쏙 드는 이 책은 한문화에서 발간한 뜨끈뜨끈한 신간이다. 건강도서는 차고 넘친다. 《장기의 시간을 늦춰라》 역시 그 책 중 하나로 보일 것이다.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생활습관을 ‘권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기의 시간을 늦춰라》는 생각의 전환을 분명히 요구한다. 바로 내 몸을 사용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즉 오래 살고 싶다면 '장기(臟器)의 시간’을 관리하라고.

저자는 심장 신장 간장 위장 대장 등 우리 몸의 장기마다 고유한 수명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의 장기가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그 장기의 시간이 빨리 가게 되고 덩달아 나머지 장기 역시 함께 시간이 빨리 흐르게 된다는 것. 결국 장기에 부여된 고유한 수명을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장기가 연쇄적으로 나빠져서 오래 못 산다는 말이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장이 상하면 심장까지 나빠지는 식의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는 것과 같다.
 

《장기의 시간을 늦춰라》
장기의 시간을 늦추는 비밀 키워드는 핑크와 리듬, 그리고 메모리
 

그렇다면 관건은, 어떻게 장기의 시간을 관리할 것인가? 제각각 돌아가는 장기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모두 느리게 가게 할 수 있을까? 시계바늘이 빨라지는 원흉은 '스트레스'에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아, 이 얼마나 당연하고도 뻔한 이야기인가'하고 넘길 생각일랑 마시라. 《장기의 시간을 늦춰라》는 디테일하게 우리 생활 속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요즘 들어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밤이 되어도 잠이 안 온다. 괜스레 출출해지는 야심한 시각 '치맥'이 떠올라도 먹지 말자. 야식을 먹으면 자면서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면 시간이 7.81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밤샘 한 번에 혈압이 10mmHg 상승한다고 하니, 잠자는 시간을 늘려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장기의 시간은 ▲핑크 ▲리듬 ▲메모리 이 세 가지 키워드로 관리할 수 있다.

▲ 핑크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스트레스에 맞서는 힘을 장기에게 준다.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하면 장기가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시계를 가게 한다. 미토콘드리아를 상징하는 색깔은 분홍, 즉 '핑크'다. 미토콘드리아는 당분과 지방,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삼는데 이를 조금 줄이면 적당한 긴장감이 생기면서 건강해진다. 배고프다고 그때그때 먹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공복감과 운동 후 산소가 조금 모자라 숨을 크게 쉬게 되는 저산소감은 '핑크'를 더욱 빛나게 한다.

▲ 리듬  생물은 모두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우리 몸의 유전자 중 1/3이 일정한 리듬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지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장기의 시간도 여지없이 빨라진다. 규칙적인 식사, 수면시간 관리가 시급하다.

▲ 메모리  유전되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오는 유전 정보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경험한 '기억'에 따라 유전자의 활동이 변하여 내 자손에게는 변화된 유전 정보가 내려간다. 어떤 기억을 갖고 살아가느냐가 장기의 시간을 결정짓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추억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한 언니가 《장기의 시간을 늦춰라》를 읽고 이런 이야기를 해왔다.
 "살면서 병 하나쯤 갖고 같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예전에 나는 무조건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몸을 안 챙기고 내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도 무시했었거든. 그런데 이젠 아냐. 한 장기가 시간이 빨리 가고 있으니 그 시간도 돌이킬 겸, 다른 장기의 시계들도 돌볼 겸, 이젠 몸을 챙기게 되더라고."

장기의 시간을 어떻게 한정 없이 늘리겠는가.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던 진시황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약이라고 만든 맹독의 수은을 먹고 일찍 죽었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주어진 장기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