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았다.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시민단체 회원들은 일본대사관(서울 종로구 수송동)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주변의 시선에 참석을 미뤄왔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7번째 집회가 열린 92년 2월 26일 집회 때부터 함께 해왔다.

 그리고 22년이 지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고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모였다. 집회는 2014년 1월 8일로 1,108회에 이르렀다. 역대 최장기 집회로 기록된다. 이제는 일본의 진실된 사죄를 받고 그만할 때도 되었지만 수요집회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매주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거침없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은 올해의 목표에 전쟁을 가능토록 하는 개헌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승을 명시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전쟁을 할 수 없는 패전국에서 원한다면 언제든 자국의 군사력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연말 아베 총리가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강행한 것에 이어 이제는 의원들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이를 두고 "국가의 초석이 된 분에게 애도의 마음을 받들어 부전(不戰)의 맹세와 평화 국가의 이념으로 일관할 것을 결의하는 자리"라고 이유아닌 이유를 댔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237분 중 지난해까지 181분의 할머니가 통탄의 슬픔을 안고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 남은 분은 56분의 할머니들뿐이다. 피해자였던 할머니들은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쟁 이후 7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그리고 집회를 해온 22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역사의 증거물로 살아온 분들이다. 

 이제는 수요집회도, 일본의 만행도 그만할 때가 되었다. 우경화에 혈안이 된 일본 정부는 지체 없이 할머니들에게 진실된 사죄를 해야 한다. 아베 총리의 참배 직후 일본의 한 보수매체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그의 행동을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기회는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이 그때다. 일본은 진실된 사죄로 인류 앞에 용서를 구하고 지구촌은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바로 그때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