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안다. 아무리 가기 싫어도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11월 22일 국회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날치기 기습 처리된 이후 한 달이 다되어 가는데 국회는 여전히 놀고 있다. 뉴스를 보면 쇄신이다 통합이다,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바쁜 듯이 움직이고 있는데 정작 입법부인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한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했지만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회가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조건'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회동에서 임시국회에 민주당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특검 시행 ▲한·미 FTA의 핵심 쟁점 사안인 ISD(투자자국가소송) 제도 폐지 위한 재협상 촉구 결의안 의결 ▲반값 등록금 예산 2조 원 반영 등 크게 세 가지이다.

 이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조건부 등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 조건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결국 15일부터 개회되는 임시국회의 첫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등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기습적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국회에서 마주 보고 예산안 심사를 하고 임시국회를 열 수 있느냐'는 민주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날치기 통과시켜놓고 '민주당이 국회 등원 안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비판하는 한나라당이 잘했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광장에서 국민 앞세워 마이크를 잡을 것인가. 국민들이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국회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음 총선 공천권은 누가 잡을 것이냐' '합치면 당 지도부는 누가 주도해서 구성할 것이냐' 뿐이다. 쇄신도 통합도 그 목적이 '정권창출'이다. 어째서 그 목적이 국민의 안녕과 행복이 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