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나무는 누웠을 때라야 그 진정한 크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하늘 향해 솟아오른 나무를 베어 눕혔을 때 그 크기를 알 수 있듯이, 사람 역시 생전에는 잘 몰랐던 그 귀함은 안타깝지만 그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알게 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지난 일주일간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고(故) 넬슨 만델라(Nelson Rolihlahla Mandela) 남아공 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안타깝지만 세계인이 그를 주목하며 그의 위대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를 마음에 품게 된 것은 그가 눕게 되어 그 진정한 크기를, 위대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지난 12월 5일(현지시각) 95세의 나이로 영면(永眠)에 들었다. 폐 감염증으로 지난 6월 병원에서 3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날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흑인 인권 신장의 대부였던 그는 '살아있는 성자(聖者)'로 추앙받아왔다. "나는 평생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흑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맞서 싸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그런 소망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1964년 내란혐의로 받게 된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그가 남긴 이 말은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이런 만델라를 남아공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마디바'. 마디바란 남아프리카 코사족이 '존경하는 어른'을 부르는 말이다. 남아공 사람들에게 만델라는 자신이 흑인이건 백인이건 상관없이 '존경하는 어른'이라는 말이다.

 세계인이 존경하는 '큰 어른'의 마지막을 기리는 자리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것은 어찌 보면 놀랄 일도 아닐 듯싶다. 남아공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열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91개국의 정상과 10명의 전직 국가수반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에 7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 것과 비교해보면 '큰 어른' 만델라를 보내는 세계인의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을 정도다.

 '존경하는 어른'이 떠나자 그의 뒤를 이을 '포스트 만델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미얀마 아웅산 수치 의원,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을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포스트 만델라'로 누굴 찾을 수 있을까. 정치적 신념이 오른쪽에 있든 왼쪽에 있든 상관없이, 부자이든 빈자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며 모실 수 있는 어른은 누구인가. 갈등과 대립만을 반복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정신 차릴 수 있도록 호통을 치고 바른 길로 인도해줄 어른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바로 답을 찾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우리말의 비밀>(이승헌 저, 한문화)에 나온 '어른'의 정의를 풀어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어른'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한민족은 '얼의 민족'이라고 한다. 얼이 어린 사람을 어린이, 얼이 큰 사람을 어른, 얼이 커져서 신(神)과 같이 된 사람을 어르신이라 한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신'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삶을 살아갔던 것이 바로 한민족이다.

 더 많은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바른 정신, 즉 얼을 차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한민족이 추구한 삶의 목적이다. 이보다 더 위대한 가치는 없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