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 활동을 하면서 제가 신이 나고 밝아지니까 더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국학을 전하고, 얼찾기 서명운동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그러다가 뭐든 좀 더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기부라는 길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아,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여 가는 이 길에 내가 도움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었어요."
 

▲ 신혜영 씨

 국학활동가 신혜영 씨(사진)는 지난달 22일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기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입가에는 미소를 띠면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는 올해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뿌리를 바로 알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성공한 대리점주로 '사장님'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1억 원이라니. 그 액수도 놀라웠지만 그보다는 그만큼의 마음을 낸 신 씨의 결단력에 놀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막상 매달 월세와 물건값,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면 가족 생활비까지 딱 맞아떨어지는 수입이에요.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내 뿌리를 알고 내 얼을 알고 내 인생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나만 알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간절하게 마음을 모으니까 되더군요. 당장 두 손에 그 큰돈은 없었지만 '세이(Say, 말하다)'했더니 '두(Do, 행하다)'도 되더라고요."

 마음을 모아 생각하고 말했더니 실제로도 이뤄졌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를 보며, 과연 무엇이 신 씨를 움직인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신 씨는 예전의 자신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2년을 주말도 없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종일 가게에 있었어요. 가게에는 무조건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님이 좀 뜸하면 계산대에 앉아 식사를 해결할 정도였죠. 악착같이 정성을 들여 한 덕분에 가게는 평균을 훌쩍 넘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었지만 류마티즈관절염을 앓았던 데다가 발목, 허리, 목디스크까지 생겨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통증이 심하다 보니 하상 신경질적이고 예민했어요. 남편이 고생이 많았죠. (웃음)
 몸에 무리가 덜 가면서도 기력도 회복하고 건강도 챙기고 싶은 마음에 선도 수련을 하면서 좋아졌어요.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주변이 보이더군요. '뭔가 더 뜻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 안에서 끌어 오르던 찰나, 첫 번째 얼찾기 서명운동이 시작되어서 국학운동에 두 손 걷고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 신혜영 씨가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러브 핸즈(Love Hands)'를 하며 어깨를 풀어주고 있다. 신 씨는 지난 10월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3 서울 차없는 날' 행사에 '서울천군리더스클럽'으로 참가해 많은 시민들에게 러브 핸즈를 했다.
 천군리더스클럽은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하고자 만들어진 단체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다양한 사회 치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윤한주 기자]

 국학 활동을 하면서 그의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대신,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정성을 들였다. 잠깐 가게에 들러도 진열된 상품 하나하나에 좋은 기운을 보내면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칼바람 부는 서울역 앞에서, 사람이 붐비는 전철역에서, 계산을 위해 줄지어 선 가게 계산대에서 신 씨는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얼'의 중요성을 알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인상 쓴 시민들도 '얼굴' '아리랑' 이야기를 하는 그의 밝은 표정에 어느새 환해지는 것이 그렇게 기뻤다고 한다. 그의 가게 계산대는 지난해도 올해도 '얼찾기 강연장'이 되곤 했다고 한다. 손님들 역시 기다림이 길어져 불평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일 하신다"며 흔쾌히 서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정신, 혼이 드다드는 곳인데 요즘 사람들 얼굴이 많이 심각하고 어둡죠. 얼찾기 운동은 밝은 표정, 밝은 마음을 갖는 겁니다.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얼이 밝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에요.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열정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홍익 대한민국에 동참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를,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을 말한 대로 이루어가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신혜영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단순히 큰 돈을 쾌척한 배포 좋은 '사장님'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마음을 알고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Say, Do'를 통해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그의 앞 날에 더 많은 두근거림이 함께 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