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얼교실 - 
제3강 <천부경> 마지막 이야기
사람이란 본래 태양과 같이 밝아서 그 안에 천지가 녹아있네


 우리네 생명이 언제 시작되었고 또 이 생명이 언제 끝을 맺을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이 <천부경>은 그 정확한 시원이나 역사가 알려져있지 않다. 단, 여러 고문서의 내용을 토대로 추정하건데 약 9천 년 전, 중앙아시아 천산에서 시작된 한국시대 때부터 구전되어 온 것으로 본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천부경>은 고조선 이전 신시 배달국의 문자인 녹도문으로 기록되었던 것을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이 한자로 옮겨 적은 것이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다.

▲ 신시배달국 시대에 한웅 거발한이 신지혁덕에게 명하여 한민족 최초의 문자인 녹도문자(사슴 발자국 모양을 본 뜬 문자)로 기록하게 한 천부경 [자료]


ㅡ 천부경 (天符經) ㅡ

一 始 無 始 (일시무시)
一 析 三 極 無 盡 本 (일석삼극 무진본)
天 一 一 地 一 二 人 一 三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一 積 十 鉅 無 櫃 化 三 (일적십거 무궤화삼)
天 二 三 地 二 三 人 二 三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大 三 合 六 生 七 八 九 運 (대삼합육 생칠팔구운)
三 四 成 環 五 七 一 (삼사성환 오칠일)
妙 衍 萬 往 萬 來 (묘연만왕만래)
用 變 不 動 本 (용변부동본)
本 心 本 太 陽 昻 明 (본심본 태양앙명)
人 中 天 地 一 (인중천지일)
一 終 無 終 一 (일종무종일)

 

 <천부경>은 여든 한 자로 이루어져 있다. 366가지 가르침을 뜻하는 <참전계경>은 물론, 총 5훈으로 나누어져 있는 <삼일신고>와 비교해도 매우 짧고 함축적이다. 굉장히 상징적이라는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천부경>은 이 여든한 자 안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통하며 조화하는 하늘의 이치를 나타내는 경전이라는 것이다. 여든한 자의 한자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주 만물은 하나에서 나오고 하나에서 비롯되나 이 하나는 하나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의 하나이며, 본래부터 있어 온 하나이다.
 하나는 하늘과 땅과 사람 세 갈래로 이루어져 나오지만, 그 근본은 변함도 없고 다함도 없다. 하늘의 본체가 첫 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을 바탕으로 땅의 본체가 두 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사람의 본체가 세 번째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변함없는 하나가 형상화되기 이전의 하늘 땅 사람의 순서로 완성되면서 새로운 하나를 이룬다.
 이 새로운 하나는 한정도 없고 테두리도 없다. 이 새로운 하나가 바로 형상화된 하늘과 땅과 사람이다. 형상화되기 이전의 하늘 땅 사람과 형상화된 하늘 땅 사람이 어울리면서 음과 양 겉과 속, 안과 밖이 생겨난다. 하늘에는 밤과 낮이 있고 땅에는 물과 뭍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남녀가 있어서 이 둘의 조화를 통해 천지는 운행을 하고 사람과 만물은 성장 발달해 나간다.
 이렇듯 하늘과 땅과 사람이 원래의 근본 상태, 형상화되기 이전의 상태, 형상화된 상태, 형상화되기 이전과 형상화된 상태가 어울려 작용하는 상태, 이 네 단계를 거쳐 우주 만물이 완성되며 우주 만물은 본래 따로 뗄 수 없는 한 덩어리다.
 이렇게 하나가 묘하게 피어나 우주 만물이 형성되며 그 쓰임은 무수히 변하나 근본은 다함이 없다. 마음의 근본과 우주 만물의 근본이 하나로 통할 때 일체가 밝아진다. 이렇게 마음을 밝힌 사람에게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들어가 있다. 우주 만물은 하나로 돌아가고 하나에서 끝이 나지만 이 하나는 하나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의 하나이며 끝이 없는 하나이다.

▲ 사단법인 국학원(원장 장영주) 부설 '나라사랑 국민교육원' 기공식이 열린 지난 10월 18일, 나라사랑 국민교육원이 자리하게 될 한민족역사문화공원(충남 천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군상 아래에 '천부경' 설치가 완료되었다.

 문제는 이 여든한 자의 한자를 해석하는 것만으로 <천부경>의 참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부터 10까지 숫자를 활용하여 그 함축성과 상징성을 극대화한 <천부경>의 진면목을 알고자 한다면 한민족의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는 선도 수련을 통해 감각을 깨워야 한다고 전해진다. <천부경>은 단순히 뜻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감각을 통해 <천부경>이 갖고 있는 깨달음의 의식과 공명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부경>이 말하는 인간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가 있는 존재도, 불교에서 말하는 '카르마, 업'이 있는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본성이 태양과 같이 밝게 빛나는 존재로,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본심본태양앙명 인중천지일)고 본다. 사람 안에 모든 세상이 존재하는, 작은 우주, 완전한 존재로 본 것이다. 

 또한 <천부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글자는 바로 '일(一)'이다. 경전의 시작이 '일'이고 마지막도 '일'이다. <천부경>은 만물이 하나의 근원에서 나와서 변화하고 발전하다가 다시 본래의 자리, '일'의 자리로 돌아가는 이치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한민족에게 <천부경>은 단순한 경전, 그 이상의 존재이다. 한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근간이 되어 고대 한국의 국가 경영 철학의 기반이 되었던 조화(造化), 교화(敎化), 치화(治化)의 법칙이 서려있는 것이 <천부경>이다. 이는 반만년 전, 단군왕검이 옛 조선, 고조선을 건국할 때 천명한 건국이념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교육법 2조에 명시되어 있다.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고 이치에 따라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겠다는 이 정신에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고 완성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상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완성보다는 성공, 조화보다는 경쟁에 혈안이 된 오늘날 우리가 국학(國學)을 통해 <천부경>을 이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