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단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단식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HSP명상단식원)

※ 코리안스피릿 멘탈헬스 기획 "비움이 보약이다"
[1편] 삼원조화식으로 무예를 펼치는 김 현 대한단무도협회장
[2편] 몸은 소식(小食)을 원한다
[3편] 4050 여성들, “늘어난 뱃살, 소식(小食)으로 없앤다!”
[4편] 단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HSP명상단식원 김선주 원장
[5편] 살빼러 왔다 사는 방법을 배워간다
[6편] 단식, 기자가 체험해보니

HSP명상단식원(경기도 가평)을 찾은 지난 7일은 꽃샘추위로 쌀쌀했다. 단식원 바로 뒤 유명산 정상에는 여전히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 단식원에서는 지난 5일부터 6박 7일 생수단식 프로그램에 17명이 참가했다. 단식원에 오기 5일 전부터 이미 식사량을 조금씩 줄이는 감식 후, 첫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본격적인 생수단식에 들어갔다. 그렇다. 말 그대로 물만 먹고 4일을 보내는 것이다. 전통단식법인 생수단식은 가장 오래된 단식법으로 질병치유와 체질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7일 중 4일을 물과 약간의 죽염을 먹고, 3일부터 보식에 들어간다.

둘째 날은 단식원 바로 뒤 유명산 등산을 한다. 862m 꼭대기까지 오른다는 말을 듣는 순간, 두려움이 앞선다.
'난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어떻게 등산을 하지?'
그야말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단식원 관계자는 둘째 날 등산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은 단식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에 불과하다고 한다. 평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1시간이면 오를 높이지만, 굶었다는 정보가 그만큼 자기 안에서 큰 저항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자가 단식원을 찾은 날은 생수단식 3일 차 되던 날. 왠지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힘없는 사람들을 상상했던 것은 큰 착각이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이들이 지난 사흘 동안 물만 마신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오후에는 단식원 근처 유명산에 산행을 다녀온 뒤 여유롭게 삼삼오오 모여 탁구를 즐기기도 했다.

단식하는 사람들 역시 생각보다 배고프지 않고 힘들지 않다는 반응. 이번 참가자 중 최고령자 68세 한 회원은 "첫날만 해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너무나 가뿐하고 새털처럼 가볍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지 배가 전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는 통닭, 떡볶이, 피자, 햄버거, 콜라 등 먹고 싶은 음식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3일 차 단식 오후 일정은 유명산 휴양림 산책이었다. 조용히 산을 오르는 사람, 아니면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던 길. 남미자 단식원 트레이너가 생강나무를 발견했다.
"옛날 산에서 수행하던 사람들은 이 생강나무를 꺾어 차를 우려 마시거나 약재로 사용해 에너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며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며 간절히 트레이너를 바라보았지만, 트레이너는 다시 묵묵히 산을 오를 뿐이었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을 산책하는 단식회원들. (사진=전은애 기자)

단식은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인체의 시스템 작용을 보면 건강유지의 필수가 단식임을 알 수 있다. 흔한 예로 몸이 아플 때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몸살이 나고 입맛이 없어진다. 이것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지 말고 쉬어주라는 몸이 스스로 내리는 신호다. 아파서 먹지 않는 것이 병을 통하여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소극적·타율적 휴식이라면, 단식은 이 원리를 깨달은 인간이 스스로 자기 장기를 쉬게 하는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휴식이라 할 수 있다.

HSP명상단식원을 찾은 사람들도 그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재충전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남미자 트레이너는 한 번 이상 단식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재방문율이 높다고 말했다.

"단식은 마니아층이 있다.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왔다가 자신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거나 자신감을 찾는 등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1~2년 사이로 정기적으로 단식하면서 그 기쁨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곳 단식원은 유독 가족, 친구, 직장동료에게 적극 추천받아 왔다는 사람들이 많다."

피톤치드, 사시사철 마르지 않은 계곡을 가진 수려한 경관의 유명산은 그야말로 힐링 에너지가 가득 뿜어져 나온다. 이곳에서 일주일간 기체조와 풍욕과 냉온수욕, 된장찜질, 일라이트 힐링 등으로 ‘몸’을 비우고, 숲 치유 명상, 마음보기 명상을 하며 ‘마음’을 비운다.

3일간의 생수단식 후 4일 차에 보식에 들어간다. 명상단식원이 단식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보식이다. 그동안 소모했던 신체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기가 엄마 젖을 떼고 처음 이유식을 먹듯이 미음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이후 1일 1식, 1일 2식으로 서서히 식사 횟수와 양을 늘려나간다. 3일 단식, 4일 보식 후, 3개월간 소식을 통해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찾는 것이다.

▲ 단식원에서 매일 저녁 진행하는 '마음보기 명상'시간. 새장 속의 새, 관심명상, 세상을 위한 예고된 만남, 애착의 벨트 등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된다.(사진=전은애 기자)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이번에 또 떨어졌다.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술 마시고 게으른 생활을 했다. 아버지가 단식을 권유하셨지만 굶는 것이 싫어 억지로 왔다. 단식하며 시험에 실패한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단식원 추천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평소에 이 정도 높이의 산쯤이야 했던 산행은 단식기간 중에는 그야말로 새로운 극기의 경험이었다. 찬물에 손만 닿아도 뜨거운 물부터 찾던 내가 이제는 찬물부터 틀게 되었고, 항상 더부룩하던 속이 뻥 뚫린 것 같다. 유명산의 기운이 담긴 바람에 내 몸을 맡겼던 풍욕은 그리움으로 기억될 것 같고, 서로 마주보며 오물거리던 첫 보식은 태어나 가장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던 식사였다. 이곳에 와서 멈추고 버리게 된 것도 감사한 데 얻어가는 것까지 많아서 기쁘기 그지없다.”                           

-HSP명상단식원 체험수기 중-

▲숲 치유 명상 중인 단식회원. (사진=HSP명상단식원 제공)

우리나라의 단식에 관한 최초 기록은 배달 환웅이 웅족과 호족 두 여인에게 쑥 한 심지와 마늘 20매를 주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하는 시련을 겪게 했다는 내용이 <삼국유사>에 나온다.

또한 단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종교에서 참회나 기도의 수단으로, 깨달음을 위한 수행으로, 질병치료나 정신단련을 위해 해왔다. 정치·사회적으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에서 단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류가 세 끼를 배불리 먹게 된 것은 100여 년도 되지 않았다. 과식, 편식, 폭음 등 무절제한 식생활로 현대인에게 생활습관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자 단식에 주목한다. 

음식, 공기, 물은 인간 생명의 원천이다. 그 원천인 3요소 중에 물과 공기는 한시도 끊을 수 없다. 공기는 2분만 단절돼도 질식 현상을 일으키고, 물은 5일간 마시지 못하면 생명에 위험을 느끼고, 15일 이상 물을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은 10일 이상 끊어도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미치지는 않는다. 야생동물들은 병원도 약국도 없는 자연에서 왜 병에 걸리지 않을까? 그 이유는 야생동물 스스로 몸이 아프거나 다치면 단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원이 약이나 수술을 통해 질병의 진전을 막는 거라면 단식은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함으로 몸 스스로 자가치료를 해가는 근원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찰스 굿리치(Charles Goodrich)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단식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먹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문화적, 사회적, 정신적 두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