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이를 들고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노인의 삶에 대한 조명보다 노인 인구 증대, 사회보장비 부담 등 사회적인 문제로 노년은 다루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마산의 경남국학원에서 만난 이명숙 씨. 올해 67세인 그녀는 남들보다 조금 짧은 가방끈이지만 도서관, 동사무소, 병원, 경로당 등에서 12년간 인기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가 2시간 동안 털어놓은 이야기는 노년의 삶이 노령연금 받는 사회복지의 차원이 아니라 건강하고 존경받는 제2의 인생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해준다.

국학을 만나 병원 한번 가본 적이 없다는 이명숙 씨의 놀라운 건강비결과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리, 기(氣)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 이명숙 국학강사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8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숙 씨는 "몸이 정말로 안 좋았어요. 4~5년간 대구의 큰 병원, 부산 동아대 병원 안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검사를 받아도 병명은 안 나왔고 신경안정제 약만 받았을 뿐이었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녀의 삶은 이랬다. 집에서 1~2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불면증에 시달렸고 베란다에 나가 창문 열고 가로등을 보거나 불빛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방에 돌아왔다.

"이제 나는 갈 때가 된 것 같다. 포기를 다 했어요. 아들에게 미리 유언장 비슷하게 적어놓고 준비를 다 해두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베란다에서 아파트 밑을 바라보던 이명숙 씨는 건너편의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아는 형님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형님, 오늘 어데갑니꺼?"
"내 저쪽 간다."
"절에 갑니꺼?"
"아니다."
"나도 가보자."

한참을 힘겹게 따라가던 이명숙 씨에게 형님의 왈, “우리가 기(氣)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쟈!” 라며 3층 건물의 간판을 가리켰다고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 것이 아니라, 형님 따라 단학수련을 하게 된 이명숙씨.

"한 시간 하고 나니깐 뭔가 느낌이 편안했어요. 처음에는 원장님께 한 달만 하면 안 됩니까? 라고 말하던 제가 갔다 오면 자꾸 가고 싶어지는 겁니다."

그때부터 이명숙 씨는 병원보다 기 수련에 더 다니게 되었고, 아들과 딸 또한 ‘엄마’가 좋아지니깐 자기들도 좋다며 적극적으로 권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2의 인생, 구봉산에 오르면서 시작되었죠!"

▲ 노년의 첫번째는 건강, 이명숙 강사가 보여주는 수련 동작들을 보니 67세가 믿겨지지 않는다

이명숙씨는 기수련 한 지 1년이 되던 어느 날 구봉산으로 발을 옮겼다. 그곳에서 만난 아줌마 세 사람에게

"아줌마 여기 아침에 몇 시되면 사람 많이 올라옵니까?"

"우리는 얘, 한 9시 되면 아들 보내놓고 많이 올라옵니더."

그날 세 사람을 앞에 놓고 단전치기와 장운동으로 수련 지도를 했다고 한다. 그 다음 날에 가보니 정말로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는 것. 30명, 40명 계속해서 사람들이 불어났다고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막무가내로 올라가서 수련지도를 했던 이명숙 씨는 그때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건강을 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5명을 단학수련으로 안내했고 이후 국학 강사도 배출하고 홍익지도자도 2명이나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이 강사의 수련 노하우는?

▲ 몇 시에 일어나세요?

-"저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납니다. 절수련하고 명상을 하는데, 많이 바쁘더라도 9배라도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 의욕만큼 사람도 많이 안 오고 잘 안 되는 강사들이 있는데?

- “초보들은 자기 기운에 취해서 수련 지도하는 때가 있어요. 전체를 보고 이분들에게 필요한 동작은 무엇일까 먼저 파악하고 이분들과 교류하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 “시간이 걸립니다. 전체를 보는 눈을 자꾸 키워야 해요. 저도 강사한지 1년 정도 지나니깐 다음날 수련지도가 있는 밤에는 온몸에 힘이 나고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이 느껴졌어요.”

▲ 12년간 몸도 아프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 “내 기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천지기운을 쓰게 하는 거죠. 내가 한다고 하면 뭔가 어색하고 그럴 텐데, 천지기운에 맡겨서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하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제 마음이 좋으니깐 아픈 것도 금방 사라져서 놀랄 때가 많아요. 그때마다 저는 호전반응이라고 봤어요."

 "잘 웃지만, 혼자 눈물 흘릴 때도 많아요."

이명숙씨의 바람은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힐링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

“몸이 아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요. 내가 아파 봤기 때문에 알죠. 화도 많이 내고 그런 것을 잘 다독여주고 편안하게 힐링해주고 싶어요.”

일주일에 2번씩 도서관에 국학기공을 전하는 날이면 벌써 수강생들 사이에 자리 다툼이 한창이라고 한다. 서로 앞에 앉으려고 하는 모습에 웃을 때가 많다고 한다.

“손만 갖다 대도 좋아합니다. 선생님 너무 시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뿐만이 아니라 명절만 되면 학생들에게 선물을 많이 받는다는 이명숙 씨.
 

▲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이명숙 국학강사

그녀도 혼자 울 때가 있다고 한다. 언제일까?

“천지기운을 만나 제 삶이 바뀌었어요. 그것을 느낄때마다 너무 감사해서 혼자 눈물 흘릴 때가 많습니다. 아침마다 기도합니다. 홍익하겠습니다. 라고 매일 다짐하죠!"

이명숙 강사는 만나는 사람마다 가는 곳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서로 좋아하고 반겨주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

“이 시간이 너무 귀한 시간인데, 그냥 가는 게 아까워요.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야되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대전대학교에서 한국철학회 주최로 열린 '늙어감에 대한 철학적 성찰' 학술대회가 떠올랐다. 그날 200석 좌석이 모자랄 만큼 노년에 대한 청중의 관심은 주최 측도 놀라게 하였다.  누구나 60세 이후가 되면 만나게 될 제2의 인생. 이를 앞둔 40~50대의 사람들은 불안하고 두렵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적인 문제로만 비치고 있는 노년을 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이명숙 씨의 삶, 병마에 시달리던 그녀에게도 운명처럼 만난 기 수련에서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침을 여는 전국 국학기공연합회 소속 5300여 개의 외부수련장 강사들의 연령대가 놀랍게도 60세 이후가 많다는 점을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이명숙 강사처럼 건강과 행복을 전하는 이들에게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