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목천읍의 목천우체국장 황옥순 국학기공 강사.

초행길이라 그런지 목천우체국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을 돌고 돌아 황옥순 우체국장과 전화통화를 한 끝에 멀리 빨간 우체국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길을 찾아 헤매는 기자가 걱정된 나머지 황 우체국장은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체국 사거리를 끼고 앞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고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기자를 기다리려 나온 우체국장이 서 있는 모습을 보자, 마치 고향 시골집을 방문한 듯했다.

목천우체국은 황옥순 국장까지 총 3명이 근무하는 작은 우체국이다. 황 국장은 직원에서 시작해 국장까지 40년이 넘게 이곳에서만 근무했다. 목천에서 태어나 목천 우체국에서 근무하며 이제 정년퇴직을 1년 남겨두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우체국 2층에 마을 주민들이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작은 수련 센터도 열었다. 우체국 운영에 센터 운영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듯한데, 황 국장은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서 노인복지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느긋한 말투와는 달리 움직임이 바지런하다.

황옥순 국장은 친척 중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사람이 있어 관심을 둔 차에 남편과 함께 수련을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행복을 느낀 그는 수련하면서 느꼈던 기쁨을 사람들과 나누고,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우체국이 국학원과 가까워 우편물을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연결되었다. 국학원 관계자의 소개로 매월 일정 금액을 모아 <1달러 깨달음> 캠페인 후원을 시작한 것. 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우체국 직원에서부터 우체국을 찾아오는 손님, 그리고 만나는 동네 주민까지 틈만 나면 <1달러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1달러 깨달음>은 매월 1달러씩 기부하여 모은 기금이 지구환경 회복과 인간성 회복 그리고 기아구호와 문맹 퇴치를 위해 쓰이도록 하는 범지구적 캠페인으로 “한 사람은 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1억 명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전개되고 있다.

 “제가 원래 좋은 게 있으면 혼자 못해요. 수지침 배울 때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갔었죠. 국학기공수련을 시작하고는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까지 일가친척을 다 하라고 모시고 갔죠. 하하하.”

황 국장은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무대포’이다.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보니 제가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미 사람들은 준비되어 있었고 전 연결을 시켰을 뿐이었어요.”

이번 지구시민운동연합에서 하는 ‘일본 대지진 모금 운동’에도 2009년부터 모은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황 국장은 “금액이 얼마 안 돼 손이 부끄럽네요.”라며 오히려 자기보다 더 활동하고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소개해 줬다. “그냥 하다 보니 됐고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인터뷰하자고 하니 할 말이 없네.”라며 충청도 사람 특유의 겸양을 보였다.

“국학기공수련을 하기 전 사진을 보면 제 모습인데도 너무 슬퍼 보여요. 이제는 천안 시민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홍익인간’이 되도록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죠.”라며 하얀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황 국장은 마치 소녀 같기만 하다.

황 국장은 매년 함께 일하는 우체국 직원들과 사진을 찍어 우표로 만든다고 한다. 기자가 좋은 카메라 가지고 왔다고 점심 먹으러 나간 직원까지 불러들여 사진을 찍었다.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요.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 저랑 함께하는 직원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천안(天安)을 '하늘이 편안한 도시'라고 했던가? 천안이 품고 있는 사람들 또한 그 품이 넉넉하다.

<국학신문 4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