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학기공 강석민 공원장

  여기는 서울 성북구 길음 노인종합복지관 지하 1층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간 해서는 풀리지 않는다는 '아줌마 파마'를 한 어르신들이 콩나물시루마냥 빼곡히 서 계신다. 대충 봐도 여든 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앞에서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데 행여나 이름을 놓칠까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고 계시는 모습들이 귀엽기까지 하다.

 수강생이 너무 많아 옆에 계신 어르신께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으냐'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어르신, 자랑스럽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하시더니 한 말씀 주신다.

 "선착순으로 등록하는데, 이 수업 대기자가 90명이 넘어."

대기자 90명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기자도 일일 청강생으로 자리를 잡는다. 마룻바닥에 요가메트 하나 척 깔고 고개를 들었더니 강단에서 오늘의 선생님이 일어선다. 인기 강사만 쓸 수 있다는 무선 마이크를 얼굴에 차고서 짙은 보랏빛 한복을 차려 입었다. 멋있다.  강사의 첫 마디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여러분 몇 살?"
 "서른두 살! 아하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서른두 살'을 외치는 순간, 어르신들은 꽃띠 청춘이 되고 국학기공 강석민 강사(71)의 단전호흡 수업이 시작된다.

 "가르치는 것은 내 인생 천직"

 강 강사는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중학교에서 교감으로 은퇴한 뒤 제2의 교사 인생을 시작했다. 바로 국학기공 공원장이다. 2005년 8월이었다.

"좋은 건강법을 알리고자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리타이어(Retire, 은퇴)하고 1년 계약으로 한 복지관에서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서, 정도 많이 들고 계속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지금까지 하게 되었죠."

현재 강석민 공원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총 일곱 군데에서 국학기공 건강법을 전하고 있다. 정릉 장의 일광 성동 노원 등 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국학기공 교실을 연다.

▲ 젊은 분들, 얼핏보고 "Put your hands up"이라고 오해하지 마시라. 국학기공 '천부신공(天符神功)'의 '천(天)' 자세이다.

 교사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다시 국학기공 강사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공자가 논어에서 말하기를 학불염 교불연(學不厭 敎不倦)이라,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가르치는 게 참 좋아요. 강단에만 서면 재미있고 신이 나죠. 아무리 많이 해도 피곤하지도 않아요. 이런게 천직 아니겠습니까?"

 은퇴 후 어르신들 말씀이 '가장 힘든 건 할 일도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는 것'이라던데, 강 공원장은 바쁜 하루하루를 돌이켜보며 "인생 이모작, 비할 곳 없을 만큼 대풍년"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주인 잘 만난 자동차는 오래 탈 수 있다. 몸의 주인 노릇을 잘 해야 한다" 

 국학기공 1시간 수업 내내 어르신들은 끊임없이 웃는다. 말,  표정, 손짓,  발짓…강 공원장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써서 어르신들이 몸을 쓰고 뇌를 쓸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연기자가 따로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자동차도 주인을 잘 만나야 오랫동안 새것처럼 탈 수 있는 거 아시죠? 몸 자동차 잘 타시려면 많이 움직이고 웃으면서 뇌를 잘 써야 합니다."

 강석민 공원장 말에 어르신들 눈빛이 반짝, 움직임도 더 신이 난다.

▲ 미운 사람 고운 사람 모두 명상을 하며 사랑의 에너지, 생명전자를 보낸다.

 신장부터 다리 뒤쪽 발목까지 시원하게 두드리고 자리에 앉는다.

 "편안하게 양반다리하고 앉으세요. 두 눈을 살짝 감으시고 가장 미운 사람을 떠올리세요. 영감도 좋고 며느리도 좋아요. 그리고 말 하세요. '아이 러브 유(I love you) 사랑해'."

 '미운 사람'이라는 말에 찡그렸던 미간은 '사랑해' 한마디에 어느새 활짝 펴지고 양볼은 발그레해진다.

"'싫다 싫다' 계속하면 뭐해요. 내 인생 내가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정통주, 긍정적인 '정'보를 '통'해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오래 건강하게 사는 장생(長生)의 시작이죠."

 긍정은 세 사람에게 전해지지만 부정은 백 사람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강 공원장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거나 불평하는 이가 있다면 꼭 한 번 더 마음을 준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긍정적인 정보를 통해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장생(長生)의 시작"

 강석민 공원장의 지도가 화제를 모으며 연일 만석을 채우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 서당을 다니며 한문에 통달하고 영어 교사로 재직해온 그의 특이한 이력에서 나오는 해박한 지식 덕분이다.

 "손자 손녀들 요즘 얼마나 똑똑해요. 그럴 때 그냥 '고맙다'라고만 하지 말고 발음을 살려서 '땡스어랏(Thanks a lot) 땡큐소머치(Thank you so much)'라고 해보세요. 손주들이 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미국식 발음을 한껏 살린 강 공원장의 말에 어르신들 아랫배 단전을 신나게 두드리며 손자 손녀에게 들려줄 영어 한마디도 공부해본다. 수련 내내 강 공원장의 입담을 타고 전해지는 동서고금의 세상 이야기에 어르신들 몸도 뇌도 바쁘다 바빠.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단전호흡 수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은 국학기공의 구호를 외친다.

 "여러분 오늘도 정말 멋지고 훌륭하셨어요. 마지막 구호하겠습니다. 구호 시작!" "몸 튼튼! 마음 튼튼! 정신 튼튼! 야!"

신나게 웃고 체조하고 소리도 지르고 어느새 한 시간 수련이 끝났다. 뒷정리하는 어르신들, 시작할 때와는 사뭇 표정이 다르다. 기자라는 걸 알고 달려오시는 어르신들 "나는 이거 시작하고 다른 운동 안 해. 혈압도 다 내려가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 "선생님이 어찌나 재미나신지 여기서 들은 이야기 다른 친구들한테 해주면 인기 짱이야!" 강사님 자랑에 국학기공 칭찬까지, 성함을 여쭤볼 사이도 없이 지나가 버리신다.

▲ 아랫배 단전에 힘을 모으는 '용잠자세'를 하고 있다. 강석민 공원장 "카메라 있다고 더 열심히 한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강석민 공원장이 향하는 곳은 서울 성북구 일광복지회관. 그곳에는 치매 2급 어르신들이 그를 기다린다. 눈빠지게.  인생 이모작, 대풍년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강 공원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내 계획은 복지관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건강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만두라고 안 하실 것 같다'고 되묻자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내 생각도 그런데 지금 상태로 봐서는 어르신들이 나를 안 놔주시지 않을까. (웃음)"

 강석민 공원장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 쌩하니 달려간다. 강 공원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나는 정확한 내 꿈을 압니다. 국학기공으로 건강을 전하는 거죠. 그러니 나는 건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멋지다. 강석민 공원장의 꿈이 꼭 이뤄지기를, 대한민국이 더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