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선도 사서에서 한민족의 발원지로 ‘천해天海의 동쪽 파나류산 아래’의 ‘천산산맥’ 일대를 제시한다. 이곳에서 환국이 시작되어 동북 방면으로 확대되면서 배달국과 단군조선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 역년은 대체로 환국 3301년(서기 전 7199~3898), 배달국 1565년(서기 전 3898~2333), 단군조선 2096년(서기 전 2333년~238)으로 이야기된다.

환국 이래 배달국, 단군조선에 이르기까지 약 7천 년간 지속된 문화의 요체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원래부터 자리하고 있던 밝음’으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천손 문화(광명문화, 태양문화, 밝문화, 불함문화)’였다.

이러한 천손 문화의 가장 오랜 흔적은 중국 요서지역에서 찾아진다. 주지하듯이 요서지역은 세계적으로 신석기문화의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다. 신석기문화의 4대 지표인 ‘빗살무늬토기문화, 거석巨石문화, 채도彩陶문화, 세석기細石器문화’가 중첩되는 유일한 곳이다.

 

홍산후기 우하량지역 천손문화의 흔적. 지모신 신앙을 보여주는 여신 두상.

또한 이 지역의 신석기·청동기문화는 중원지역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곧 요서지역의 신석기·청동기 문화 중 빗살무늬토기, 세석기, 피라미드식 적석총積石塚, 석관묘石棺墓, 치雉를 갖춘 석성, 고인돌, 비파형 동검 등은 중원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는 한민족 고유의 문화 요소들이다.

 

요서지역에서 발굴된 여러 층위의 문화 중에서 선도 사서에 제시된바 환국의 편년과 맞물리는 문화로는 신석기문화인 소하서小河西문화(서기 전 7200~6500), 흥륭와 문화(서기 전 6200~5200), 사해査海문화(서기 전 5600경), 부하富河문화(서기 전 5200~5000), 조보구趙寶溝문화(서기 전 5000~4400), 홍산전기紅山前期문화(서기 전 4500~3500)가 있다.

배달국의 편년과 맞물리는 신석기시대 후기·동석병용기 문화로는 홍산후기紅山後期문화(서기 전 3500 ~3000), 소하연小河沿문화(서기 전 3000~2000)가, 단군조선의 편년과 맞물리는 청동기문화로는 하가점하층夏家店下層문화(서기 전 2400~1500) 및 하가점상층夏家店上層문화(서기 전 1400 ~700) 등이 있다.

환웅 배달국의 수도인 아사달의 비읍 중 ‘청구’가 요서지역 홍산문화의 무대

 

천손문화흔적인 원형과 방형의 적석총3층 제단.

 

 

이들 문화들은 시대 및 문화 수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천손 문화의 요소들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배달국시기에 해당하는 홍산후기문화 및 소하연문화에 이르러 천손 문화의 요소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배달국에 이르러 천손 문화가 본격적으로 전수되기 시작하였다는 선도사서의 기록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특히 배달국의 개창 시기와 맞물려 있는 홍산후기문화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배달국 천손 문화의 지표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홍산후기문화는 요서지역의 일련의 문화들 중에서도 단연코 전기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신석기시대에서 동석병용시대로 진입하였을 뿐 아니라 이른 바 ‘초급문명사회’ 단계로 평가될 정도로 문화의 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달국의 천손 문화는 만주·한반도·내몽고 일대의 광대한 영역에 대한 발굴 성과들을 종합할 때 전체 규모가 그려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그간 발굴된 배달국 문화중 가장 두드러졌던 요서지역의 홍산문화, 특히 홍산후기문화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천손문화의 흔적인 곰머리형 옥기.

홍산후기문화가 자리한 요서지역이 배달국에서 어떠한 위치였는지는 선도 사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천산 환국에서 환인의 명을 받은 환웅은 태백산, 즉 현재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백두산에 배달국의 진산鎭山을 정한 다음 백두산의 북쪽 비서갑斐西岬 어름에 도읍 신시神市인‘아사달阿斯達’을 열었다.

홍산후기 우하량 유적은 웅녀의 지손문화위에 유입된 환웅 천손문화의 결합

환웅은 도읍 신시 외에도 ‘천평天坪’과 ‘청구靑邱’에서 정전제를 실시하였다. 12환국 연맹 단계에서 사람과 물산이 집결되던 주요 장소 중에서 두 곳을 택하여 새롭게 도시의 규모와 체제를 크게 정비하여 도읍 신시의 비읍裨邑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중에서도 청구는 요서지역 대릉하大凌河 주변 조양朝陽 북쪽으로 추정되니 청구는 지금의 이른바 홍산후기문화의 무대였다. 요컨대 배달국 시기 요서지역은 신시 아사달에 버금가는 중심지였다. 배달국의 중심지였던 청구 일대의 천손 문화는 홍산후기문화를 대표하는 우하량牛河梁 유적에서 잘 알 수 있다. 1980년대초 요녕성 능원凌源, 객좌喀左 일대의 우하량에는 곰 토템과 관련된 여신문화, 즉 지모신문화가 발견되었다. 단군 사화속의 웅녀熊女의 화소話素와 부절처럼 맞아떨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곰 토템의 여신문화적 요소는 천손 문화와 대비되는 의미의 ‘지손문화’의 요소이다. 하지만 우하량에서는 제천祭天을 행하였던 원형 및 방형의 적석총 제단이나 수행적 의미를 담은 다양한 종류의 옥기 등 천신족天神族 환웅의 화소와 일치되는 천손 문화의 요소도 널리 발견되었다. 우하량 유적은 ‘환웅과 웅녀의 결합’으로 이야기되는바, 전래의 지손문화 위에 새로 유입된 천손 문화가 결합된 배달국의 천손 문화 형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교수

<국학신문 2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