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사회는 기후 식량 물 에너지 등 삶의 물질적 측면에서 이미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인류사회를 평화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철학과 사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 국가가 추구하는 평화사상이나 이념은 매우 다양하며, 서로 다른 평화관은 그 자체가 오히려 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철학과 사상의 차원에서 한계에 봉착한 인류는 동양사상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하였으며, 심원(深遠)한 동양 철학과 사상이 인류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양이라고 할 때 사실상 그 중심적 위치는 천손문화의 유산을 나눠 가진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경제면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이며,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이끄는 주역은 역시 한·중·일 곧 동북아 3국이다. 한·중·일 3국의 GDP를 합하면 세계의 20% 수준으로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동북아의 평화 정착은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 3국 간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3국도 이를 인식하여 50여 개에 달하는 정부 간 채널을 포함하여 2008년부터 3국 정상 간 정례적인 협의 채널을 개설하는 등 100개 이상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아직도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지하듯이 동북아 지역에는 북한 핵 문제와 남·북한 간 불화는 물론 한·중·일 간 각기 영토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긴장과 갈등 요인들의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중 현실적으로 휘발성이 강하고 그만큼 해법 마련이 어려운 것이 영토분쟁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 간 센가꾸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분쟁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중·일 3국은 북핵과 한반도 문제의 해결방식을 두고도 인식 상의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중·일 3국이 그리는 동북아 지역의 미래상과 평화사상이 상이하다는 사실이 문제해결을 보다 어렵게 하고 있다. 한·중·일 3국 간 대립과 불안 요소가 돌출될 때마다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와 평화는 크게 요동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동북아 평화의 중심국이 되어야 하고 또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한국과 중국은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주도권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떠오르는 강대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일본은 중국이 주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을 중재하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 한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둘째는 한국이 평화 중심국으로서 역할을 해낼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는 점이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높인 성공적인 회의였다. 한국은 이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세계경제의 새 틀을 짜는 과정을 주도함으로써 세계적 지도국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외국 인사들은 “한국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셋째는 한반도는 지구의 마지막 분단국가이면서 세계에서 평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천안함 격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태가 잘 보여주듯이, 전쟁으로 에스컬레이션될 가능성을 지닌 군사적 갈등과 분쟁의 위험성이 여전히 매우 높은 지역이다.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이와 같은 지정학적 환경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잘 대처하는 경우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시대적 지정학적 배경하에 동북아 평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려면 한·중·일 3국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평화사상을 정립하는 일이 우선이다. 다행히도 한·중·일 3국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공유해 온 천손문화라는 공통적인 사상적 기반이 있다. 그 천손문화의 정신적 원류는 <천부경> 및 <삼일신고> 등의 경전과 홍익인간 정신을 통해 한국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천손문화의 정신적 원류 국가인 한국이 주도하여 한·중·일 3국이 공유하고 있는 천손문화 유산의 기반을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3국 간 탄탄한 상생의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동북아 평화는 물론 동양에서 사상적 대안을 모색하는 서구를 포함하여 전체 인류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조화와 상생의 정신문명시대를 개막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역사적 흐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2010년 5월 개최되었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이 2011년 3월 인천 송도에 설치되기로 되어 있는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으로 동북아 지역의 미래상과 평화 사상은 물론 이를 토대로 평화를 실현할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중국과 일본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비록 한국이 군사적 강대국은 아니지만 평화 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평화통일의 바탕도 갖춰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평화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남북통일이 인류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주변 강대국의 흔쾌한 동의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해외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도 국제사회와 교류하고 협력하고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류 평화를 이루는 일은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하다.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국가가 국제적으로 존경받고 또 궁극적으로 인류 사회와 문명을 지도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한민족이 평화실현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홍익인간이라는 민족의 중심가치와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인류를 위한 평화철학인 홍익정신을 알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시아,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 평화의 실현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홍익이라는 중심가치와 철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국학운동을 국민적인 정신문화운동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