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image(166),  2023, Acrylic Gouache, Japanese ink, Pencil, Acrylic ink on paper, 129 x 172.7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박현정, image(166), 2023, Acrylic Gouache, Japanese ink, Pencil, Acrylic ink on paper, 129 x 172.7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개포로 17길 28)는 추상에 대한 탐구와 탐색하는 작가 박현정·이영준 2인전 《환각몽(夢)Mind-Bending Reverie》을 3월 14일부터 4월 9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 두 작가는 연구적이고 집중적인 자세로 각자가 지향해 온 추상에 대한,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우연적이면서 동시에 추상이 지닌 정신적인 힘, 내적 필연성을 드러내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박현정 작가는 기하학적 요소에 시각언어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구조화한다. 그는 붓의 움직임과 아이패드와 같은 디지털 매체를 혼용하여 작업을 한다. 전에 그렸던 그림 속 요소들을 재활용하는 작가는 이를 ‘자기 참조적 그리기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작업 과정 자체가 자기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박현정이 말하는 ‘자기 참조적 그리기 시스템’은 이미지를 구상하면서 외부 레퍼런스나 특정 형상, 사물 등을 재현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그로 인해 도출되는 완결물은 어떠한 서사나 의미, 무엇도 표상하지 않지만, 이미지 내에 등장하는 각 요소에는 각각의 역할이 주어진다.

박현정, Image(108), 2021, Acrylic on canvas, 116.8 x 91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박현정, Image(108), 2021, Acrylic on canvas, 116.8 x 91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프람프트 프로젝트 최민지 디렉터는 이같은 박현정 작가의 작업을 “화면 위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질서 있게 나열된 요소들의 모습은 작가의 집약적인 연구로부터 출발한 추상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정신적 유희로 규정지을 수 있겠다”라면서 “그에게 추상은 회화의 전통을 부수고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의 회화에 접근해 가는 연결고리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영준, 5 layers/수영하는 남자,  2023, Ink and acrylic on nettle, 170 x 190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이영준, 5 layers/수영하는 남자, 2023, Ink and acrylic on nettle, 170 x 190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자유롭게 흩날리는 부유물과 수직과 수평을 거침없이 횡단하는 획의 정렬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영준의 추상이다. 그의 초기작은 독일의 문화적 영향을 반영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면서 추상과 구상을 자유로이 섞어가며 재료에 구애받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해 낸다. 그는 화면을 여러 컷으로 분할하고 레이어를 적층하면서 시간성과 공간성을 한 화면에 동시다발적으로 함축한다. 사용되는 다양한 재료, 기하학의 형태, 컬러 팔레트는 서로 이질적이고 상이한 듯 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긴밀하고 일정한 율동성을 보인다. 격자나 특이 형태의 모습으로 혼재하는 그것들은 레이어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회화적 패턴의 모습으로 우연히 발생하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존재하기도 한다. 한 이미지로서의 추상은 우연으로 가장한 통제 불가한 요소들에 더해 제약적인 조건이 동일하게 고려된다. 하나둘 축적되는 대상의 움직임은 자유롭게 화면 위를 부유하며 시각적 유희를 불러일으키고, 좁은 평면은 그 과정을 고집스럽게 담아둔다. 동적인 색채의 사용, 예고 없는 출현, 패턴화된 이미지의 반복 등은 작가들이 계획해 온 추상에 대한 탐구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며 이는 물질적 조건을 넘어선 작가의 정신적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이영준, 3 Layers / rote Narbe, 2023, Ink and acrylic on nettle, 40 x 30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이영준, 3 Layers / rote Narbe, 2023, Ink and acrylic on nettle, 40 x 30cm. 이미지 프람프트 프로젝트 갤러리

최민지 디렉터는 “현실로부터 각인된 정신적 표상이나 감정을 기반으로 꾸게 된다는 환각몽(夢)처럼 이번 전시는 단순히 일루전의 반영이나 함축적인 의미보다 그 자체가 작가의 정서와 주관을 토대로 한 실재이며 재현인 회화의 정렬로 우리 내면을 심원하게 만들 것이다”라면서 “어쩌면 지금 우리는 박현정, 이영준 두 작가가 보여주는 추상이라는 사각의 틀 안에서 기억 저편까지 달려야 할 꿈을 꾸고 무한의 황홀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