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국학원은 2월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에서 조옥구 전 명지대 교수를 초청하여 제226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이미지 정유철 기자
사단법인 국학원은 2월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에서 조옥구 전 명지대 교수를 초청하여 제226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이미지 정유철 기자

사단법인 국학원이 2월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에서 개최한 제226회 국민강좌에 초청 강사로 나선 조옥구 전 명지대 교수는 “배달국 치우천왕과 뚝섬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먼저 조 전 교수는 “관점에 따라 치우천왕을 지나인은 악신(惡神)으로 보는데,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관점이 중요한 데 우리는 관점에 대한 교육이 미흡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전 교수는 “치우천왕은 두 개의 호칭으로 부르는데 ‘배달국 14대 천왕’과 ‘구리국 천자’가 그것이다. 이 상식적이지 않은 호칭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고대사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라며 “두 개의 호칭은 세계관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옥구 전 명지대 교수. 이미지 정유철 기자
조옥구 전 명지대 교수. 이미지 정유철 기자

치우천왕의 나라 ‘구리(九黎)’에 관해 조 교수는 “‘九黎’로 쓰고 ‘구려’로 읽지만, ‘高句麗’의 麗(고울 려)자를 ‘리’로 읽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黎 (검을 려)’자 역시 ‘리’라고 읽어야 한다. ‘黎’자는 원래 ‘문고리’ ‘구리’ ‘우리’처럼 ‘리’라는 음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글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리’라는 말의 세 가지 쓰임을 소개했다.

먼저 구리=청동(靑銅)이다. ‘구리’는 ‘청동(靑銅)’이라고도 하는데 ‘청동(靑銅)’의 靑은 ‘生+井’으로 나눌 수 있으며 ‘井’은 북두칠성의 머리 네 별을 연결하여 만든 것이므로 ‘靑’은 북두칠성의 음(陰)의 속성을 상징한다. 조 교수는 “청동으로 주로 제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구리=청동=푸르다=밤=어둠)

다음은 ‘구리=별’이다.

조 교수는 “‘구리’라는 말의 쓰임 가운데 ‘나난구리’라는 말도 있다. 북두칠성의 옛 이름이 ‘나난구리’다. ‘나난(난은)’은 ‘7(일곱)’을 의미하고 ‘구리’는 ‘별’을 의미한다. ‘나난구리’는 ‘일곱 별’이라는 말로 입곱 개의 별로 이루어진 ‘북두칠성’의 옛 이름이다. (구리=청동=푸르다=북두칠성=별=밤=어둠)

셋째로 구리, 고리 관계이다. ‘고리’와 관련된 한자에 ‘環(고리 환)’자가 있다. ‘고리 환’으로 풀이되는 이 한자는 ‘고리를 환이라 한다’는 의미다. ‘環(고리 환)’자는 훈차(訓借)하면 ‘고리’가 되고 음차(音借)하면 ‘환’이 되어 ‘고리’는 해의 둥근 모양을, ‘환’은 해의 환하다는 ‘기능’을 나타낸다. 조 전 교수는 “‘고리’가 의미하는 것은 ‘해’다”고 설명했다.

또 “‘고리’의 상대어가 ‘구리’인데 ‘구리’가 ‘북두칠성’, ‘별’과 관련이 있다면 고리는 해의 나라, 구리는 별의 나라로 서로 음양의 상대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치우천왕의 나라 ‘구리’를 ‘북두칠성의 나라’로 본다면 그 당시에 나라를 세우는 데에 ‘음양’의 논리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학원 제226회 국민강좌. 이미지 정유철 기자
국학원 제226회 국민강좌. 이미지 정유철 기자

조 전 교수는 “서울의 뚝섬은 치우(蚩尤)를 모신 사당 ‘둑신사(纛神祀)’가 있어 그 명칭의 기원이 되었다”라고 소개했다. 둑제(纛祭)는 장군기에 올리는 제이다.

조 전 교수는 “‘둑(纛, =독)은 치우의 형상으로 만들며 마름꼴의 뿔을 가진 투구의 모습으로 활모양의 받침대가 있었다고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상강(霜降)과 경칩에 병영에서 둑제를 모셨다고 하는데 축제는 대체로 물가에서 지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모두 음의 속성과 관련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둑기와 관련하여 조 전 교수는 “‘둑기(纛旗)’는 ‘소꼬리를 장식한 큰 기’라고 하는데, 고대에 ‘소’는 ‘하늘, 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상이었다. 따라서 소의 꼬리는 하루 해의 끝자락을 의미하며 해를 뒤이어 떠오르는 별과 같은 의미로 본다.”라면서 “‘독’은 ‘항아리’, ‘동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동이 튼다’는 말은 어둠의 큰 항아리를 깨트리고 그 속에서 해가 떠오른다는 말이다. 항아리는 곧 어둠을 말한다. 청동기 시대에 옹관(甕棺)을 사용한 것도 사람과 해를 동일하게 여겼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수지의 둑(뚝방)은 ‘독’과 같은 의미이다. 저수지에 물을 가두는 것은 항아리에 물을 담아 놓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담아놓은 것은 가두어 두는 것이다. 논둑, 밭둑도 어원이 같다. 치우가 산림과 임천을 관리하는 말과 둑기에 치우를 그렸다는 것은 치우천황의 ‘어둠’의 음(陰)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 교수는 “치우천왕의 주력부대가 ‘도끼부대’이며 왕의 근위부대는 도끼를 주무기로 한다는 사실은 ‘도끼’가 ‘치우천왕’의 음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치우천왕이 해를 삼킬 정도, 해를 가둘 정도의 위력을 가진 어둠(밤, 별, 북두칠성, 음)의 상징이므로 도끼는 그런 정도의 위력을 가진 도구(=독)이라는 의미다”고 했다.

조 전 교수는 “치우를 탁록전쟁의 승리자로 전쟁의 신, 군신(軍神)으로 평가하지만, 단순히 싸움만 잘한 것이 아니다. 당시에는 삼신일체의 도가 기준이었다. 치우가 전쟁을 한 것은 이 삼신일체의 도를 지키려 한 것이다. 군신이 아니라 치우는 삼신일체의 도 수호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전 교수는 “치우라는 이름에는 ‘해를 치운다, 해치우다’의 의가 있는데 이는 “치우가 밤, 어둠, 별, 음의 상징”임을 말해준다. 해를 이기는 유일한 것이 어둠이다. 또 물로 산과 강을 바꾼다는 의미가 치우라는 이름에 있다. 구리국의 천자다(=하늘, 해의 아들이다)는 해가 별을 낳았다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천자(天子)라는 호칭과 관련하여 조 전 교수는 “사마천은 《사기(史記)》에 ‘치우는 옛 천자다’라고 썼다. 이 기록에 따르면 동양사상 ‘천자’라는 호칭이 최초로 쓰인 것은 치우천왕으로부터다. ‘천자(天子)’란 말 그대로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막연하게 ‘옛날에 왕은 하늘을 대신한다’ 또는 ‘왕은 하늘이 낸다’는 생각으로 ‘천자’를 이해하지만 ‘천자(天子)’라는 말 그대로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라며 “치우천왕이 단순히 앞선 무기나 센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천지인’과 ‘음양’의 논리체계를 수립하고 전하며 궁극적으로 홍익의 가치를 지키려는 한겨레의 구심점으로써 필요하고도 충분한 역량과 지도력을 갖춘 상징적인 인물이었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더하여 “한겨레의 후손들이 수천 년의 세월에도 잊지 않고 치우천왕을 정신적, 역사적 중심인물로 여기며 존경과 쏟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치우천왕은 한겨레 고유의 가치관과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