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라프는 2월 15일부터 신진작가 지원 전시 《Blue Flame》展을 개최한다. 매년 진행하는 아트스페이스 라프의 ‘신진작가 지원 전시’는 매해 졸업예정자 중 유망한 학생을 선정하여 그들의 예술세계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전시이다.

올해 전시에는 국민대학교 강승호(25), 추계예술대학교 김수빈(23),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경아(23)가 참여한다. 전시 제목 ‘Blue Flame, 푸른 불꽃’은 차가워 보이지만, 가장 뜨거운 온도(1400~1650℃)의 지표이다.

강승호, ':o scopy', 2023, 비디오 설치, 3채널 비디오, 컬러: 프로젝터 1대, 모니터, 산업용 내시경 디스플레이, 나무상자, 케이크, 가변크기.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강승호, ':o scopy', 2023, 비디오 설치, 3채널 비디오, 컬러: 프로젝터 1대, 모니터, 산업용 내시경 디스플레이, 나무상자, 케이크, 가변크기.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아트스페이스 라프 이현희 큐레이터는 “현대 사회는 ‘MZ’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청년들을 ‘타산적이며 냉소적’일 것이라는 바라본다. 하지만 좀더 가까이서 마주한 그들은 자신이 나아갈 길에 끝없는 열정을 보이며 저마다의 불꽃을 뜨겁게 불태우는 중이었다”라면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3인의 작가는 다루는 매체와 방법론은 다르지만, 그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푸른 불꽃이었다. 아트스페이스 라프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 신진 작가들이 지피는 다양한 형태의 불꽃을 보여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승호, '995번째 맨홀 / 성수 거점 보부상들을 위한 문화 쉼터', 2023, 비디오 설치, 2채널 비디오, 컬러: 모니터, 아날로그 티비, 깃발, RC카, 가변크기.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강승호, '995번째 맨홀 / 성수 거점 보부상들을 위한 문화 쉼터', 2023, 비디오 설치, 2채널 비디오, 컬러: 모니터, 아날로그 티비, 깃발, RC카, 가변크기.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강승호는 하수도라는 건축적인 요소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함, 권력의 구조, 세대론을 다룬다. '하수도'는 사용한 오·폐수가 흘러가도록 만든 설비로 신체 기관 중 '항문'이 갖는 역할과 형태적인 유사성을 갖는다. <:o scopy>는 이점에 착안한 작업이다. 작가는 하수도를 항문으로 상정하고 그 안을 촬영하는 것을 '대장 내시경(colonoscopy)'에 비유하며 하수도 내부를 탐색한다. 작가는 자신의 생일날 케이크를 들고 하수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생일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지인에게 전화로 생일 축하를 받고, 케이크를 먹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를 보인다. 하지만 하수도라는 건축적인 공간에 의해 일상성은 탈각, 각색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비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작가는 처량하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작가는 '하수도'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들이 불능감을 표현하기 적합한 장소라 말한다.

김수빈, 무제 , 2023, mixed material, 719x510×510mm.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김수빈, 무제 , 2023, mixed material, 719x510×510mm.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김수빈은 지식과 진리를 전하는 오랜 도구이자 매체인 텍스트를 근간으로 작업한다. 진리의 매체로 여겨온 텍스트들은 작가에 의해서 전복되며 때로는 흐트러진다. 작가는 상식 헤집기, 텍스트 결집, 낯설게 하기, 한계적 세계관이라는 네 가지 방식을 통해 텍스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지식을 생성한다. 작가는 지식 생성 주체이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공유지식은 절대적이지도 고정 불변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선택한 타자기로 인쇄하는 방식은 지식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타자기의 기계적이지만 수정 불가능함은 불완전한 사고와 맞물리며, 텍스트 안에서 리듬과 운율을 발생한다. 텍스트의 운율감은 곧 벽에 걸린 작품들의 간격, 높낮이, 크기에 의해 반복된다.

김수빈, 소비기록 1, 2023, Typewriter print on paper, 350x270mm 등 20점.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김수빈, 소비기록 1, 2023, Typewriter print on paper, 350x270mm 등 20점.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심경아는 붙잡고 싶은 기억과 감정을 필름 카메라로 포착한 후 현상된 사진을 회화라는 물질의 세계에 붙잡아 둔다. 작가가 촬영한 사진은 피사체들이 ‘거기 있었음’, 그것이 존재했었음에 대한 확신이자 기록의 매체다. 이는 캔버스라는 지지체 위에서 하는 작가의 붓질을 통해 다시 재현된다. 이렇게 그린 회화는 대부분 밤의 시간을 담는다. 어둡고 조용한 밤이 아니라 주변인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 낮보다 더 찬란한 밤의 시간들이다.

심경아, 'one long day', 2023, 162.2x112.1cm.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심경아, 'one long day', 2023, 162.2x112.1cm.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반짝였던 것을 더 빛나게 그리고 부드러운 것을 더 풀어지게” 그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진에 담긴 빛 번짐을 더 부각해서 짧고 강렬하게 그리고, 피사체들의 재현은 좀 더 느슨하다. 이런 경향은 근작에 들어 더욱 명확해진다. Mirage 시리즈는 인물의 이목구비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비교적 단순한 색면으로 대상을 재현했음에도, 역설적이게도 작가가 기억하고 포착하고 싶었던 사진의 순간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심경아, 'Mirage II', 2023,  89.4x1 30.3cm.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심경아, 'Mirage II', 2023, 89.4x1 30.3cm. 이미지 아하하아트컴퍼니

 

2024 아트스페이스 라프 신진작가 지원 전시 《Blue Flame》은 3월 2일(토)까지 아트스페이스 라프(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로 63, B1)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