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오는 12월 21일 융·복합 전시 《디어 바바뇨냐 :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건축 전시 《이음 지음》, 현대미술 전시 《가이아의 도시》 전시 3종을 동시 개막한다.

올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핵심 연구 주제는 ‘아시아의 도시문화’이다. 《디어 바바뇨냐 :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아시아 해항도시 중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를 선정하였다. 바닷길에서 만난 이들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혼합문화적 특징들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융복합 콘텐츠로 소개한다.

‘디어 바바뇨냐 : 해항 도시 속 혼합문화’ 공간 구성[이미지 ACC]
‘디어 바바뇨냐 : 해항 도시 속 혼합문화’ 공간 구성[이미지 ACC]

예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되는 아시아 해항도시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살피고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소개한다. 내년 6월 16일까지 복합전시 1관에서 열린다. 

《이음 지음》은 올해 문화전당의 핵심 주제인 ‘도시문화’에서 출발하였다. 그 중에서도 도시 공간 공통의 소재인 ‘건축의 공존성(Coexistence)’을 바탕으로 국내외 예술가들의 현대적 미술 언어를 가시화하여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의 ‘지음(Construction)’과 시공간의 연결적 ‘공존성(Coexistence)’을 ‘이음(Connectivity)’이라는 의미에 담아 조형적으로 시각화하였다.

《이음 지음》 전시의 출발은 ‘아시아의 도시 경관들이 가지는 시각적 공통점 또는 유사성은 무엇일까?’라는 작은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광화문에서 만나는 숭고한 옛 건축물들은 그 앞에 자리잡은 현대적 건축물들과 상존하며 도시 서울의 개성(Personality)을 조화롭게 형성한다. 이러한 경관들은 비단 서울의 모습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아시아적 사상이 녹아 든 여러 지역의 전통적 건축과 공간들은 시간의 연속성 위에서 낯선 상존과 개성있는 공존을 만들어 낸다.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한다는 공존의 가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 선과 면과 공간의 융합된 모습으로 《이음 지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음지음’ 전시작,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Céleste Boursier-Mougenot), 클리나멘( clinamen v.2), 2015, aluminium platform, PVC liner, water pump, filtration system, porcelain bowls. Installation view, Centre Pompidou-Metz, 2015. © Céleste Boursier-Mougenot / ADAGP, Paris. Courtesy Centre Pompidou-Metz. Photo: Christine Hall. [이미지 ACC]
‘이음지음’ 전시작,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Céleste Boursier-Mougenot), 클리나멘( clinamen v.2), 2015, aluminium platform, PVC liner, water pump, filtration system, porcelain bowls. Installation view, Centre Pompidou-Metz, 2015. © Céleste Boursier-Mougenot / ADAGP, Paris. Courtesy Centre Pompidou-Metz. Photo: Christine Hall. [이미지 ACC]

《이음 지음》은 미술의 언어를 통해 아시아의 건축과 사회를 조망하며 함께 지어가는 의미와 공동체의 동력에 주목한다. 작품들은 건축을 소재로 창·제작됐으며 기둥 구조물과 중정, 회랑 등 아시아의 건축 특성을 담은 복합전시 2관 상상원의 공간적 특징을 더욱 활용했다. 전시는 내년 7월 21일까지 복합전시 2관에서 진행된다.  

‘가이아의 도시’전 노경택, 이중협력시퀀스, 2023, 혼합매체, 가변크기, 이미지 ACC
‘가이아의 도시’전 노경택, 이중협력시퀀스, 2023, 혼합매체, 가변크기, 이미지 ACC

또 2024년 2월 25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가이아의 도시》는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과 문명의 주체인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전시다. 

《가이아의 도시》는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과 문명의 주체인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전시다. 가이아는 고대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모든 생명의 탄생과 성장, 죽음과 재탄생의 순환을 관장하는 대지의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가이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기 조절 시스템, 즉 능동적 존재로서의 대자연을 의미한다. 근대 이후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폭발로 인간과 자연의 대립적인 관계는 더욱 심화 되었고 기계론적 인간중심주의에 기반한 개발과 자원 착취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었다. 그 결과 가이아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 등 자기 조절을 통한 반작용을 일으키게 되었다.

포스트 휴머니즘의 관점으로 자연에 대한 재고찰이 이루어지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사유하고 생태적 연대와 균형의 중요성을 깨달은 우리는 산업 중심의 인간 문명이 ‘생태 문명’으로 전환하는 시대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놓이게 되었다. 《가이아의 도시》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자연이 도시로 이주당하고 변형되는 현상과 그럼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으며 인간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식물의 능동적 의지를 다루면서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특히 ACC는 관객들의 작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에 개막하는 전시 3종 모두 알기 쉬운 전시해설을 마련했다. 《디어 바바뇨냐 :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오감 체험 콘텐츠를, 《이음 지음》은 유현준 건축가의 음성 안내 및 수어 해설을, ‘《가이아의 도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홍보물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