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 선사가 말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싫어하고 좋아하는 번뇌 망상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들이 본래부터 이 마음의 부처라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한다. 만약 내가 사람들의 깨달음은 정도가 각기 다르다 하여 사람마다 차별을 두고 대한다면 팔만사천대장경을 다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주 스님이 본래 번뇌 망상이 없는 참된 부처로 모든 사람을 대한다고 한 것은, 수많은 사람이 본래부터 그 다운 역할과 활동과 작용을 하며, 이렇게 작용하는 것이 마음이며, 이렇게 깨닫는 것이 바로 부처이기 때문에 모두 이 마음의 부처로 알고 본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처로 대하지 않고 번뇌 망상을 여읜 정도와 깨달음을 이룬 한도가 되는 기준에 따라서 사람들을 대한다면 팔만사천 기준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마음을 크게 깨치신 후에 이 마음이 곧 부처이다, 라는 설명의 여러 말씀이 팔만사천대장경입니다. 따라서 일체중생이 바로 이 마음의 부처라는 것을 알고 실행해 나가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차별의 기준에 따라 설법한 팔만사천대장경을 재차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이 말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마음을 되찾지 못하여 이 마음이 본래 부처인 줄 모를 때 싫어하는 중생이 있고 좋아하는 부처가 있을 뿐입니다. 본래 부처인 작용하는 참마음의 자리에 중생이 어느 곳에 있고, 부처가 어디에 따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부처를 되찾기 전에 빠른 수행과 느린 수행이 있고 또한 기도, 염불, 화두, 명상이라는 수도수행이 있는 것이지 깨달은 후에 무슨 빠른 깨달음과 느린 깨달음이 있고, 기도와 염불과 화두와 명상이라는 수도수행이 있겠습니까?

번뇌가 없는 부처를 되찾지 못했을 때 티끌 수와 같은 고통이 있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또한 좋아하는 즐거움을 얻으려 하는 것이 있습니다. 싫어하고 좋아함이 없는 참 부처의 자리에는 고통과 즐거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사람들이 본래 부처이므로 헤아릴 수 없는 수량의 행복과 공덕을 지니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원인은 우리가 이 생각하는 「나」라는 생각, 오직 나는 똑똑하고 잘났다며 자랑하고,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소리와 향기와 맛과 말과 감촉과 생각으로 조작하고 꾸며 보기 때문에 무량한 행복과 공덕을 갖추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부처인 줄 모르는 것은 우리의 나쁘고 잘못된 오랜 버릇과 습관입니다. 우리는 나를 자랑하고 뽐내며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잘못된 버릇과 습관의 업장 때문에 무량한 행복과 앞에서 언급한 무궁무진한 능력을 너무나 애석하게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본래 부처이므로 필히 부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 부처가 아니라면 무량한 숫자의 백 천배를 더 수행한다 하여도 결코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본래 부처라는 올바른 인연이 있는 우리에게 부처님의 말씀이 때로는 비록 이해하기 어렵고 힘들다 하여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우리의 오랜 습관인 자랑하고 뽐내는 버릇을 녹여내면 반드시 본래 부처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굳게 생각하고 마음먹고 나가면 됩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미혹하고 어리석은 버릇과 습관의 업장이 만든 생사(生死) 고통의 길을 멈추고, 영원한 희망의 길 무궁한 능력을 되찾는 부처의 여정을 반드시 시작해야 합니다.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말했습니다.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든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시성 타고르는 암울한 일제 식민지 시절의 조선을 두고 “너는 앞으로 동방의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시성은 시에 조예가 깊어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입니다. 성인은 부처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부처와 같은 무궁한 능력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름으로 미래의 일을 미리 자각하는 예지의 힘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타고르가 무엇을 보고 대한민국은 동방의 등불이라고 주장한 것인가? 타고르가 본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홍익인간 정신입니다. 홍익인간이란,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고 골고루 행복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이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부처라는 정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려 4356년 전에 있었던 홍익인간의 정신은 지구상에서 예전에도 드물었고, 앞으로도 드물 수밖에 없는 참으로 진실하고 감동적인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이 동방의 등불이 될 수 있는가? 당신과 내가 부처이고, 우리 모두 부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과 내가 본래 부처라는 것을 잊어버려서 모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똑똑하고 잘난 체하며 뽐내고, 남은 못났다고 경시합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 대국이 되고, 가장 강력한 군사 국가가 되며,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나의 욕망을 위해서 여당과 야당으로 나누어 놓고 여당과 야당으로 나누어 놓고 좋아하는 여당 대통령과 야당 대표는 맹목적으로 관대하고, 싫어하는 여당 대통령과 야당 대표는 매몰차게 몰아내서 여당과 야당이 극심한 권력투쟁을 일으키도록 끊임없이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권력자들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용한다면 권력투쟁은 있을 수 없을 터인데, 권력을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위해서 남용하기 때문에 목숨까지 걸어놓고 권력투쟁을 끝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나는 똑똑하고 잘난 체하며 뽐내고, 남은 못났다고 경시하는 미혹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모든 행위로 인해 괴로움과 고통의 과보를 받고 있습니다. 그 예를 들어본다면, 죄 없는 천산갑과 박쥐를 이 몸뚱이 정력을 위한 제물로 삼았더니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유행성 질병의 고통을 받았으며, 이 육신의 쾌락을 위해서 원숭이 뇌를 취하자 원숭이 두창이라는 고통을 얻었습니다. 기름진 고기를 먹기 위해 수많은 가축을 기르자 그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오염시키고 많은 양의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성인병에 시달리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몸뚱이를 위해 잘 먹고 많이 먹고, 편안하고 즐거운 것을 행복이다, 고 하여 화석연료를 마구잡이로 대량 사용하면서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의심케 하는 극심한 더위와 혹독한 추위 그리고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태풍과 폭우와 폭설이 주는 자연재해의 고통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육신의 편안함을 위해서 만든 자동차와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수많은 재해로 도리어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한 나는 똑똑하고 잘난 체하며 뽐내며 아첨 거짓 욕심으로 남보다 잘 먹고 잘 자며, 더 많은 애욕, 재물, 명예를 소유하기 위해서 나의 번뇌에 어울리면 지독히 좋아해서 빼앗고자 하고, 내 망상에 맞지 않으면 싫다 하여 서슴없이 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재물과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여당의 대통령과 야당의 대표로 나뉘어 흙탕물 같은 싸움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 보현사 스님> 

1949년생으로 덕산 스님을 은사로 수계 득도하였으며 정각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였다. 그간 제방에서 참선수행하였으며 지금은 안동의 암자에서 정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