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산울림 고전극장' 첫 작품으로 극단 혈우가 〈용의 아이〉(장르 무협활극, 작/연출 한민규)를 7월 12일(수)부터 7월 23일(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57)에서 공연한다.

극단 산울림이 2013년, ‘소설, 연극으로 읽다’를 주제로 연극과 고전문학의 만남을 꾀하며 막을 올린 <산울림 고전극장>은 매년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연출가, 신진단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산울림의 첫 레퍼토리 기획 프로그램이다. 2023년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는 '고전문학,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서'로 원형적 스토리텔링이 고전문학 속에 반영되는 양상을 살펴보고, 이것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극단 혈우의 <용의 아이>는 고려 ‘삼별초의 신화적 인물, 김통정’의 이야기를 ‘아시아적 신화극’이자, ‘미래담론적 무협활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용의 아이>는 한민규 작가 겸 연출가가 ‘2020년 제주신화 원천소스 스토리공모전’에서 스토리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후 이 작품은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되었다.

또한 한민규 연출가는 이 작품을 ‘아시아적 신화극’이자 ‘미래담론적 시대극’으로 구축할 연극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이번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가 ‘고전문화,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서’로 정해지자 <용의 아이>를 연극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극화하였다.

<용의 아이>는 고려시대 삼별초의 신화적 전승을 기반으로 한 인물인 삼별초 항쟁의 최후의 주역인 ‘김통정’의 이야기다. 따라서 <용의 아이>는 대한민국의 문화적·역사적 소재이자 우리의 이야기이지만,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아시아적 작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 세계적 이야기의 힘은 바로 이 작품의 ‘미래담론적 성격’에 있으며, 또 ‘동양적’임에 있다. 여기서 동양적이라 함은 크게 ‘신화적 인물 김통정’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재가공한 세계관에 있다. 이번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초연하는 <용의 아이>는 ‘아시아적 신화극’이자 ‘미래담론적 연극’으로 선보인다.

지금 왜 삼별초인가? 삼별초는 고려를 위해 싸웠지만 고려로부터 버려졌다. 삼별초는 1219년 최충헌이 정권을 계승한 이후에 그의 아들 최우가 치안유지를 위해 설치한 야별초에서 비롯되었다. 군대의 증강으로 좌별초, 우별초로 나뉘었고 몽고군과 싸웠던 신의군까지 합하여 삼별초라는 특수군대가 조직되었다. 이렇듯 삼별초는 고려 무신정권에서 만든 특수군대이지만 특이한 점을 살펴보면 독재정권이 가득했던 무신정권과 끝없이 대립하여 권력을 다시 왕권으로 돌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 또한 삼별초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삼별초 역시 무신정권을 기반으로 태어난 군대이기 때문에 고려 정부로부터 눈엣가시가 되었고 결국에는 그들도 척결되었다. 바로 무신정권이 만든 무인들과 고려정부로 양분된 세력의 100년 남짓한 원한 관계 때문이다. 무인들은 ‘왕은 하늘이 점쳐주는 게 아니라 힘이 점쳐 준다’는 이념하에 자신들의 힘으로 왕권을 누르고 왕의 행세를 100년 남짓하였다.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나라의 법도를 허물어뜨린 것이다. 그래서 그 후 왕가 또한 다시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서 나라를 외세에 파는 등 세상의 법도를 허물어뜨렸다. 이 시대는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배신과 배반, 음모만을 숱하게 일삼는 원한의 시대, 칼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적 이념으로 점점 양분화되어가는 오늘날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의 원한관계를 조성하여 끝없이 대립한다.

나아가 왜 정치적 싸움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흐름을 결정한 자들이 아닌, 힘없는 약자들일까. 왜 우린 공생하지 못하는가. 공생할 수 없는 것인가. <용의 아이>는 이것이 과연 이 시대와 지금과 무엇이 다른가는 물음을 남긴다. 그리고 이 물음은, 지금만이 아닌, 미래의 질문까지 남기는 작품이다.

김통정은 태어나자마자 몽골의 침입으로 전장에서 부모님을 여의었다. 도망자 신세인 어머니는 김통정이라도 살리기 위해 동굴에 김통정을 숨기고 최후를 맞이한다. 그 동굴은 용의 자궁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김통정은 태어나면서 ‘인간으로 죽지 못할 것, 괴물로 죽게 될 것’이라는 용의 유언을 받게 된다. 그 후 김통정을 발견한 인근 마을의 노인은 김통정을 대신 키우게 된다.

성인이 된 김통정은 남들과 다른 괴력과 온몸에 흉측한 붉은 반점이 있어 사람들에게 괴물이라 놀림 받으며 살면서도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힘을 숨기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적이 마을에 침입하자 김통정은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드러내서 마을 사람들을 지킨다. 하지만 김통정의 괴력이 소문 퍼지자, 몽골은 김통정이 몽골대장군의 목을 벤 김천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대대손손 멸족시키기 위해 고려에 그를 요구한다. 고려 역시 몽골과 화친의 의미로 김통정을 잡아들이기로 한다.

김통정이 마을을 침입한 도적들과 내통자라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결국 김통정을 숨겼던 양아버지와 친일가 모두 죽임을 당한다. 김통정은 복수를 하려고 이 책임자인 왕실의 김방경에게 향하지만, 군으로부터 제압당하고 체포된다.

그러나 삼별초 수장 배중손은 김통정의 괴력을 알게 되고 그가 왕실의 김방경과 몽골에 대항할 천민, 노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삼별초의 혁명에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여 사형 전날 김통정을 구하고 의형제를 맺는다. 그리하여 김통정은 삼별초가 되어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점을 밟게 되는데...

극단 혈우 '용의 아이' 포스터. 이미지 극단 혈우
극단 혈우 '용의 아이' 포스터. 이미지 극단 혈우

극단 혈우는 한민규 연출가를 대표로 구성된 2012년에 창단된 10년차 극단이다. 공연창작과 구현에서 ‘공연 장르의 확장’과 더불어 공연예술의 ‘표현 한계의 확장’을 위해 도전하며, 연극의 뜨거운 피를 이어가는 ‘연극의 벗’이 되겠다는 의미로, 2018년 단체명을 ‘극단 M.Factory’에서 ‘극단 혈우(血友)’로 변경하였다.

극단 혈우의 주된 작업방향은 ‘연결’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먼저 시대와 시대의 연결이다. 이는 과거 시대, 혹은 미래 시대를 동시대의 극으로 구현하여 시대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이다. 둘째, 소년과 어른의 연결로 미래를 살아가는 소년(소녀)의 시각과 현재를 만든 어른의 시각을 연결하여 동시대인물의 새로운 시각을 여는 것이다. 또 현실과 비현실세계관(연극적 판타지의 세계)을 연결하여 새로운 극공간, 극세계관을 여는 것이다.

극단 혈우는 이 같은 동시대적 이야기를 창작, 구현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혈우>, <기적의 소년>, <보들레르>, <진홍빛소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