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는 계기교육은 특정한 시기 혹은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지는 비정규적 성격을 갖는 수업을 말한다. 계기수업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나 사회적 쟁점을 다룬다. 그러다 보니 교육과정 이외의 내용을 다룬다. 이처럼 계기수업은 미리 정한 교육과정을 벗어난다는 특성 때문에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수업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계기교육하려고 해도 대부분 교과서를 활용하지 않기에 주제에 관한 개념, 역사적 사실, 학생들과 함께 할 활동 등 수업에 참고할 자료가 늘 부족하다. 계기교육의 이유와 기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어렵고, 수업활동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사서교사인 김소현·유지수·이해준·지상욱 4인 저자가 공저한 《열두 달 계기교육》(학교도서관저널, 2023, 395쪽)은 이러한 고민을 덜어주는, 책을 이용한 계기교육 지침서이다.

김소현·유지수·이해준·지상욱 지음 "열두 달 계기교육".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김소현·유지수·이해준·지상욱 지음 "열두 달 계기교육".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공력이 많이 들었다. 계기교육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뜻이 같은 사서교사 김소현(천안가온초등학교), 유지수(아산북수초등학교) 이해준(수원대선초등학교), 지상욱(당진원당초등학교)  네 사람이 모여 계기교육과 책, 독후활동을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수업을 준비했다. 읽는 재미는 물론 주제와 연계가 탄탄한 책을 고르기 위해 수많은 어린이 도서를 검토하고 독후활동을 고민하면서 여러 해를 보냈다. 그리고 실제 수업을 하면서 다시 수정하고 보완하였다. 그러니 믿고 활용할 만한 내용이 넘친다.

먼저 저자들은 계기교육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정리했다.

“계기교육은 공식적인 교육과정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으나 교사의 필요와 학교 현장의 요구에 따라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주제에 관해 실시하는 교육을 말합니다. 절기, 계절, 공휴일, 사회적인 사건 등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지는 계교육은 교육과정의 틀 안팎에서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 역사적 인식 같은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고, 학생들이 전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나아가 계기교육은 학생들의 삶 전반에 필요한 태도와 인성을 함양케 하는 평생교육의 기반이 됩니다.”

이를 보면 계기교육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는데, 저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우리나라 국경일과 기념일의 의의와 유래를 알아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사건과 현상을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교과서는 발달 과정에 맞는 학습을 하기에 최적화된 교재이지만 최근 일어난 사회적 사건과 쟁점을 다룰 수 없는 맹점이 있다. 계기교육이 이를 보완해준다.

《열두 달 계기교육》은 계기교육의 필요성에 맞춰 법으로 제정된 4개의 국경일과 18개의 기념일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독서 기반의 교육활동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국경일인 3.1절, 제헌절, 광복절, 한글날 4개를 다루었다. 기념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53개 기념일 중 교육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18개의 기념일을 선정했다. 또한 국경일이나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어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인성, 학교폭력, 인간관계를 추가 주제로 다루었다. 또한 한 해의 기념일들을 시간순으로, 계절별로 분류하여 수업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주제를 선별하기 쉽다. 각 주제의 도입에는 기념일이 선정된 유래, 유의해야 하는 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여 해당 계기교육의 큰 틀과 방향을 설명한다.

그런데 여름에는 어떤 주제로 계기교육을 할 수 있을까?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니 환경 관련 계기교육을 할 수 있다. 6월 25일은 6.25전쟁일인 만큼 이와 관련하여 계기교육을 할 수 있다. 저자들은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변화한 사회와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낸 책을 추천했다. 이 계기교육을 이정표 삼아 학생들이 전쟁의 현실을 깨닫고 올바른 평화란 무엇인가 고민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7월 17일 제헌절,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8월 15일 광복절까지 6월에서 8월에는 다섯 가지 주제로 계기교육을 할 수 있다. 

김소현·유지수·이해준·지상욱 지음 "열두 달 계기교육".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김소현·유지수·이해준·지상욱 지음 "열두 달 계기교육".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저자들은 주제를 충실하게 다룬 책 가운데 계기교육에 가장 알맞은 도서를 추천하기 위해 신중을 기했다. 주제 적합성, 최신성, 학년 군에 맞는 도서의 수준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따랐다. 아울러 삽화와 글이 저학년 학생들에게 적절한지, 어려운 낱말이 사용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 과격한 표현이나 폭력적인 요소가 포함된 도서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특정 학생들이 상처받거나 소외받지 않도록 독자의 다양성을 고려한 도서와 또래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도서를 우선하여 선정하였다. 책 말미에는 ‘계기교육에 활용한 책’을 목록으로 제시하였다.

이렇게《열두 달 계기교육》은 기념일의 의미와 가치를 65권의 책으로 살피고, 149가지 활동으로 논리적 사고력와 이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