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개전 당시 부산에서 왕이 머무는 수도 서울까지 몇 시간 만에 왜적의 침입 사실이 전해졌을까?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이 이끄는 700여 척의 선단을 발견하고 부산 황령산 봉수대에서 봉화를 올린 지 약 12시간 만에 한성 목멱산(남산) 봉수대까지 도착했다.

조선 후기 정비된 총 5개의 봉수대 직봉노선과 23개의 간봉노선(1908년 '증보문헌비고' 기록). 사진 문화재청
조선 후기 정비된 총 5개의 봉수대 직봉노선과 23개의 간봉노선(1908년 '증보문헌비고' 기록). 사진 문화재청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낮에는 연기(熢) 밤에는 횃불(燧)로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烽燧)가 매우 효율적인 군사통신수단이었다.

조선 후기 《증보문헌비고》 (1908년)상 전국 봉수지도를 살펴보면 총 5개의 직봉 봉수로가 있어 서울을 중심으로 남쪽 제주부터 북쪽 함경도 경흥까지 남북을 연결했다. 제1로는 서울 목멱산(남산)에서 강원도 안변(현재 함경도)과 함경북도 경흥군 아오지를 거쳐 서수라 우암봉수대까지, 제2로는 서울에서 충주, 경주를 거쳐 부산 동래 다대포 응봉봉수대까지 이어진다.

제3로는 서울에서 개성, 평양을 거쳐 평안도 강계 만포진 여둔대봉수대까지, 제4로는 서울에서 황해도 해주를 거쳐 평안도 의주 고정주봉수대로까지, 제5로는 서울에서 서남쪽을 따라 전라도 순천 방답진 돌산 봉수대까지 이어진다. 이중 제2로(서울~부산) 와 제5로(서울~순천)가 남한에, 나머지 3개로는 북한에 있다.

국가지정문화제 사적으로는 처음으로 '연속유산'에 등재된 제2로 직봉 노선. 사진 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제 사적으로는 처음으로 '연속유산'에 등재된 제2로 직봉 노선.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제2로 직봉’노선상 44개 봉수 유적 중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고 잔존상태 및 유구 확인 여부 등을 검토해 총 14개소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로 직봉’으로 지정했다.

직봉은 전국 봉수망을 연결하는 중요 봉수대를 뜻하며 이외에 23개의 간봉 노선도 있어 총 622개의 봉수가 존재했다.

‘제2로 직봉’은 사적으로는 처음 지정된 ‘연속유산’이다. 연속유산은 지리적으로 서로 접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유산지에 걸쳐 있는 각각의 유산이 전체 유산의 가치에 기여하여 문화, 사회, 기능면에서 상호 연결성을 가진 유산을 말한다. 이에 따라 사적으로 지정된 14개 봉수 유적은 '제2로 직봉(본명칭)-부명칭' 형식으로 불린다. 예로 성남 천림산 봉수유적은 '제2로 직봉-성남 천림산 봉수 유적'이 지정명칭이다.

'제2로 직봉- 성남 천림상 봉수 유적' 전경. 사진 문화재청.
'제2로 직봉- 성남 천림상 봉수 유적' 전경. 사진 문화재청.

봉수는 최단 시간에 변방에서 일어나는 외적의 침입 등을 중앙에 전달하는 수단으로 평상시에는 하루 한 번씩 연기 또는 불을 1개를 올렸고, 적이 해상이나 국경에 출현하면 2개,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3개, 적이 국경을 침입하면 4개, 적군과 교전시에는 5개를 올렸다. 평상시 1개를 올리는 것은 적에게 제압당해 봉화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한 조치였다.

우리나라의 봉수 유적에 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며 전북 장수군, 완주군 등에는 가야의 봉화대도 남아 있다. 신라 통일 후 1,300여 년간 중앙집권적 통일국가를 이루는 동안 정비되어 고대부터 조선까지 이어온 통신체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2로 직봉- 울산 부로산 봉수유적'은 방호벽 유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문화재청.
'제2로 직봉- 울산 부로산 봉수유적'은 방호벽 유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문화재청.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는 1419년(세종 1) 5월, 5거제의 봉수제를 확립했고,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을 계기로 봉수제가 중지되기까지 국방상 중요한 속보와 경비(警備), 통신 임무를 맡아 변방의 위급상태를 중앙에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봉화는 세계에서 오래된 장거리 통신수단이기도 했다. 중국이 고대부터 봉화제도를 이용했으며, 《사기》에는 주나라 포사의 일화에서 봉화의 기록이 나오며, 미국 원주민과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단거리 신호방법 등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서기전 525~서기전 456)가 쓴 《아가멤논》에서 봉화를 올린 내용이 나오며,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오스(서기 전 200~서기전 118)가 봉화를 이용해 알파벳을 보내는 암호화 봉화 시스템를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