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율성을 키우는 방학, “선택권을 주세요”
아이의 자율성을 키우는 방학, “선택권을 주세요”
  • 김진희 교사
  • oyeoye071@hanmail.net
  • 승인 2021.07.14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사진=본인제공]

이제 몇 주 뒤면 초‧중‧고가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이 교사들에겐 방학이지만 부모에게는 개학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방학 동안 시간의 여유가 많아지는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이는 부모들에게는 큰 어려움일 것이다.

특히 방학 전의 학교생활에서 무언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이번 방학을 기회로 삼아 뒤떨어진 과목이나 경험을 채워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쉬고 싶고,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많이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서로 마음 상하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게 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의 방학 계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학원 스케줄 짜기나 부모의 의도에 의한 독서, 체험활동 등으로 계획되어 아이의 의지나 선택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방적인 부모의 계획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활동이라 할지라도 아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의도되거나 강요된 경우는 아이 내면으로부터의 자발성이 나오지 않게 된다. 이렇게 자발적이지 않은 활동은 그 일을 통해 무언가 배우거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그저 그 일을 "했다"라는 데 의미를 두게 되어 아이의 성장과는 무관한 일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게 되면 아이들이 필요한 학습이나 좋은 활동보다는 쉽고 편한 것, 그리고 단순한 재미만 있는 쪽을 고를 거라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가 늘 그런 선택을 해왔다면 아마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무언가 강요하는 듯한 부모의 말과 태도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아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요가 못마땅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기 전에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부모와 아이가 바라는 방학 생활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00야, 너는 방학에 무얼 제일 하고 싶어? 네 방학 생활이 어땠으면 좋겠니?” 그냥 실컷 자고, 실컷 게임하고 친구들하고 마음껏 놀고 싶어요.”

“그래? 평소와 다르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네 생각에 찬성이다. 만약 그 일이 네 몸과 마음을 키워줄 수 있는 거라면 적극 밀어줄게.”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방학 생활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반대로 일방적인 학습의 강요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시킬 만큼 아이의 눈높이에서 더 많이 들어주며 대화했다면 이제 아이와 구체적인 방학 계획 짜기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방학 계획 짜기에 꼭 들어가야 할 두 가지 축은 몸과 마음의 관리이다. 방학은 학교생활로 늘 규칙적이었던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쉽게 불규칙해지기 쉬운 시기다. 수면시간 관리와 함께 날마다 몸을 단련할 수 있는 활동을 꼭 한 가지 이상은 계획에 넣어야 한다.

예를 들면 매일 줄넘기를 500회 한다던가 팔굽혀펴기를 20개씩 꼭 한다든지 해서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데 꼭 필요한 의지나 자신감은 몸의 변화를 통해서 가장 분명하고 강렬하게 뇌에 체험되기 때문이다. 몸의 활동으로는 아이가 자신 있어 하고 꾸준히 할 만한 활동을 정해보면 좋겠다. 이왕이면 날마다 성취 수준을 조금씩 높여갈 수 있는 거라면 더욱 좋다.

두 번째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계획할 때는 아이 스스로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이나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지, 자신감이 필요한지, 부지런한 습관이 필요한지 등 평소 잘하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실천해보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워보는 거다. 예를 들면 날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3가지 이상하겠다, 아침에 스스로 7시에 일어나겠다, 부족한 과목 공부를 30분씩 스스로 하겠다 등 횟수나 시간까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끝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실천을 확인하고, 곁에서 부모가 함께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실천표와 같은 것을 만들어 날마다 기록하면서 살펴보도록 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실천을 아이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아이와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너무 바빠 차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면 아이에게 일주일을 돌이켜보고 짧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쓰게 하고, 부모가 그 밑에 댓글을 달아주어도 좋다. 실천에 대해 돌아보기를 할 때는 아이가 실천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해주는 것보다는 실천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만약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 무엇 때문인지 아이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뇌교육을 하며 만나본 아이들은 모두 성장하고자 하는 내면의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스스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강요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는 어떤 아이들은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거나 아예 그만두어 버리기도 한다.

방학은 아이의 내면의 자율성을 키워줄 좋은 기회이다. 눈앞의 결과에 팔려 진짜 중요한 아이 안의 열정, 순수한 동기, 호기심을 파묻어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이 모든 활동의 근본 목적은 아이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내면의 동기를 찾아내고 자율성을 기르는 데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3
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