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만든다
몸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만든다
  • 김진희 교사
  • oyeoye071@hanmail.net
  • 승인 2021.06.07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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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올해 학급에서 학생들과 실시한 습관 바꾸기 프로젝트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아이들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학급 전체적으로는 에너지가 무척 밝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누군가 실수가 있으면 우리 반 아이들은 ‘그럴 수 있지.’ ‘실수 OK’ 라고 버릇처럼 말한다.

얼마 전에 온라인 수업에서 어떤 친구가 나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미술 재료를 잘라버렸을 때도 ‘선생님 설명 안 듣고 뭐 했니?’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하는 찰나 벌써 몇몇 아이들이 ‘괜찮아, 그럴 수 있지.’라고 해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린 적이 있다. 긍정적 태도는 오히려 아이들이 나보다 한 수 위인 셈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적으로 들여다보았을 땐 눈에 띌 정도로 큰 변화를 보이는 학생은 아직 없지만 다들 조금씩 꾸준히 성장해가는 게 느껴진다. 발표를 해보겠다고 목표를 정했던 아이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발표하려고 애쓰고 있고, 사회나 과학 과목을 잘하고 싶다던 아이는 요즘 배우는 내용과 관련된 책을 스스로 읽고 있다. 또 집중력이 많이 부족해 수업의 흐름을 못 따라오는 한 아이는 아직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수시로 거친 말과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말이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영어 수업 시간에 거친 말이 많이 줄었다고 담당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신다.

이런 변화는 아이들의 몸의 변화와 함께 온다. 보통 정서가 안정되지 않은 아이들은 집중력도 약하고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힘도 약하다. 이런 아이들을 바꾸려면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는 연습과 몸을 통한 집중력 훈련부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정서를 바꾸기 위해 몸을 이완하는 체조와 아랫배와 허리를 단련해 몸의 중심을 내리는 신체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먼저 3월 한 달은 몸과 어깨의 긴장을 풀기 위한 체조들로 매일 10분 정도 몸풀기를 했다. 마음이 긴장하거나 스트레스 상태이면 쉽게 막히는 곳이 어깨와 목 주변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들,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특히 어깨가 올라가 있고, 가슴을 웅크린 듯한 자세를 할 때가 많은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마음도 불안해지고, 생각도 부정적으로 되기 쉽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다룰 수 있으려면 먼저 몸부터 편안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미리 얘기해 두었다.

처음 우리 반 아이들과 어깨 풀기, 목 풀기 체조를 할 때는 다들 아프다고 끙끙거렸는데 체조를 하고 나면 안 되던 동작이 부드럽게 되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신기해한다. 특히 양손을 엇갈려 깍지끼고 돌려서 펴주는 동작은 몸을 풀기 전과 후에 팔이 펴지는 각도가 크게 달라져서 몸의 변화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몸을 풀고 나면 왼손을 위로 올려서 깍지꼈을 때와 오른손을 위로 올려 깍지꼈을 때 팔이 펴지는 정도가 다르던 것도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몸의 느낌에 집중하는 연습을 위해 온라인 수업이나 등교수업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조를 했고, 아이들은 점점 동작들을 잘 따라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 달쯤 체조를 한 뒤에는 단전치기라는 동작을 체조에 더한다. 단전치기는 우리 몸의 중심, 아랫배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려주며 몸에 집중하는 동작이다. 50개를 시작으로 일주일에 50개씩 늘려갔는데 처음엔 50개도 집중하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300개까지 집중하며 두드리고 나면 손과 발이 따뜻해졌다거나 아랫배가 뜨끈뜨끈해졌다고 몸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말을 통해 몸에 에너지가 채워지고 에너지 순환이 잘되는 상태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얼마 전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의 뇌에 대한 실험 결과를 기사로 읽은 적이 있다.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편도체가 큰 경향을 보이고 감정이나 고통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의 반응이 느리다고 한다. 결국 미루는 습관도 감정조절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미루지 않고 먼저 하는 것이 결과가 좋다는 걸 알아도 자꾸 미루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봤자 안 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감정부터 바꾸어야 가능한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 몸을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몸이 가볍고 활기 있으면 저절로 여유 있는 마음이 생기고 잘될 거란 기대도 생기지 않던가?

날마다 우리 반 아이들과 체조로 막힌 몸을 열고, 단전치기와 같이 몸을 단련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몸의 에너지 순환을 도와서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석 달을 넘기며 아이들의 몸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고 이 변화가 쌓여 긍정적인 분위기와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럼 이제는 채워진 에너지를 잘 쓸 수 있게 몸을 통한 집중력 기르기 단계로 나아간다. 요즘은 다리를 넓게 벌리고 무릎을 낮추어 기마자세를 한 뒤 단전치기를 하고 있다. 역시 100개로 시작해서 개수를 늘려가며 하는 중이다. 이렇게 하는 단전치기는 앉아서 하거나 그냥 서서할 때와 다르게 허벅지 안쪽과 뒤쪽 근육이 크게 힘이 들어가 50개만 넘어가도 이마에 땀이 솟기 시작한다. 단전치기 개수가 늘어갈수록 이제는 힘든 걸 넘어가는 마음의 씨름이 시작될 것이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면 하기 싫은 마음이 들 테고, 안 하고 싶고 대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넘어가 보도록 계속 격려하고 함께 해주는 교사의 의지도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이제 ‘힘들면 힘이 들어온다.’ 이 말이 실감 나는 때가 된 것이다. 몸으로 터득하는 마음의 힘 기르기가 가져올 변화도 역시 기대하고 있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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