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와 발해의 옛땅이자 근대 제국주의 침략 정책에 의해 탐색의 대상이 된 만주라는 공간을 둘러싼 역사갈등을 한중간 고대사 문제라는 좁은 틀이 아닌 근대학술사 차원에서 조망한 신간이 발간되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22일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1: 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를 출간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 22일 출간한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1: 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 [사진=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 22일 출간한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1: 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이 책은 △만주라는 공간에 대한 근대 지식의 형성과정과 그 정치적 맥락 △제국 일본의 중추적 학술제도인 제국 대학의 만주 연구와 동양학의 창출 과정을 도쿄제국대학, 만주건국대학, 그리고 경성제국대학의 사례로 분석 △ 국민국가 건설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스스로 학술적 제도를 갖추지 못한 한국인의 만주 체험과 기억의 문제 등 총 3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독립공간으로서 만주에 대한 열강의 탐색과 조사는 이미 18세기 말, 서구 제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팽창과 함께 시작되어 만주의 군사 및 경제 상황, 지질 및 자연 자원을 포함한 인종과 민족, 역사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탐색이 이루어졌다. 제국들은 만주에 대한 과학적 측량과 조사를 통해 3지역구로 나누는 등 근대적 지식으로 재편했다.

러일전쟁 이후 일제는 탈민족화 정책에 입각해 만주를 연구했다. 앞선 제국적 지식을 전유하며 정책적 필요에 따라 만선, 만몽 등 정치적 지리 개념을 창출하고 각종 학술 탐사를 통해 제국적 침략을 정당화하는 ‘지식’을 생산했다. 특히 이 작업은 제국적 침략정책을 대행하는 제국대학 체제의 ‘동양학’의 창출을 통해 구체화했다.

이런 일본의 만주연구는 중국은 물론 한국의 만주에 대한 인식을 크게 자극했다. 중국은 일제의 탈민족화 정책에 대응해 문화민족주의적 맥락에서 ‘변강’과 동북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만주를 포섭하기 위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고 변강 및 민족정책을 수립했다. 제국의 학술 기획과 학술민족주의는 연동된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근대 이래 열강이 만주에 대한 제국적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 근대적 학술조사와 연구를 통해 어떻게 근대적 시간과 공간을 창안하고 근대 지식으로 재편하였는지 동아시아 근대 학술 제도 차원의 접근을 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출간으로 만주를 둘러싼 역사갈등을 지식사적 맥락으로 이해함으로써 문제를 새롭게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