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꾸미고 싶은 때인 청소년 기. 남학생이 파마나 염색한 번 안하고 머리를 계속 기르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5기 박종현(19) 군은 영국의 한 소년이 친구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머리를 길러 소아암 환우들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어린 소년도 할 수 있는데 본인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지난 10일, 2년여 간 길러왔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로 머리카락을 보냈다. 종현 군과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머리가 길어지면서 눈을 찌르고 곱슬기가 있어 머리카락이 안으로 말리는 탓에 밤에 잘 때도 간지러워서 잠을 설친 적이 많았어요. 주변의 시선도 달갑지는 않았죠.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단지 머리를 기른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욕을 듣는 것이었죠. 남자화장실에서는 사람들이 쳐다봐요. 제가 왜 머리를 기르고 있는지 이야기하니까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저의 머리카락을 통해 기뻐할 환우들의 모습을 상상하니까 기분도 좋았고요. 힘들어도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머리를 자르기 전 종현 군(왼쪽)의 모습. 머리를 기르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신이 남을 이롭게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벤자민학교 제공]
머리를 자르기 전 종현 군(왼쪽)의 모습. 머리를 기르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신이 남을 이롭게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벤자민학교 제공]

소아암 환우들의 경우 항암치료를 하면서 부작용으로 인해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치료에 들어가기 전 삭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머리카락을 원하는 아이들이 많아 가발 전문 업체에서 사람들의 머리를 기부 받아 가발을 제작해 환우들에게 전달한다.

“막상 머리를 자르고 나서는 허전했어요. 한결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머리를 길러왔던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제 자신에게 많이 감동했어요.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믿고 끝까지 해나갔던 제 자신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저에게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종현 군이 기부할 머리카락을 우편물로 보낼 준비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벤자민학교]
종현 군이 기부할 머리카락을 우편물로 보낼 준비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벤자민학교]

기증할 수 있는 머리는 25cm 이상으로 파마나 염색 등 시술하지 않은 머리카락이어야 한다. 가발 제작을 위해 약품과 열처리를 하는데 시술한 머리는 녹아버리기 때문에 자연모발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하다. 또한, 하나의 가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200명 이상의 머리카락 양이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선별하면서도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양이 필요하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홈페이지(http://www.soaam.or.kr/)를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