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경험, 뇌를 바꾸다
짜릿한 경험, 뇌를 바꾸다
  • 조해리 기자
  • hsaver@ikoreanspirit.com
  • 승인 2015.12.16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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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뇌 맘대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지식 정보로 알고만 있는 것보다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뇌에서도 그러하다. 지식과 경험을 실천할 때 뇌 속에 강력한 변화가 생긴다. 기존의 정보가 새로운 경험에서 전해지는 감각 정보와 연합되면서 강렬한 기억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다. 비행 청소년에서 청년 강연자로 변신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배형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보호관찰 청소년에서 강연자로 변화한 소년

형준이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쳤다. 부모님에 대한 반항으로 가출을 밥 먹듯이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 담배도 했다. 경찰의 보호관찰 대상에 오를 정도였다. 공부를 해보려 했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지?’ 라는 물음에 결국 포기하고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공부도 안하고 조용하던 한 친구가 벤자민학교 1기로 입학하고서 자기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변화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올해 초 2기에 지원했다.

첫 워크숍에서 청년도전가 멘토의 강연을 들으며 '내 인생도 저렇게 영화같이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게임을 삭제하고 담배도 끊었다. 몸부터 바꾸자는 생각에 운동에 매진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마라톤. '한계를 넘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도전하겠다고 선포했을때, 이전 친구들은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벤자민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할 수 있다. 믿는다."라고 지지해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마침내 지난 5월 유관순평화마라톤대회에서 약 21㎞(하프코스)를 달렸다.  

"처음에는 저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중간쯤 되었을 때 거의 다리가 다 부셔지고 엉덩이도 한발 한발 뛸 때마다 너무 아팠습니다. 발가락이 찢어지고 쓸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신발을 벗고 발 상태를 보면, 상처와 고통을 핑계로 그만둘 것 같아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착할 때 즈음 앞에서 반겨주시는 선생님, 친구들 모습에 너무 기뻐 더 있는 힘껏 달렸습니다. 도착할 때의 쾌감이란!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힘들었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해냈다. 마침내 완주를 했을 때, 시원한 바람과 땀의 느낌 등 여러 감각과 함께 그 동안의 고통을 넘어서는 엄청난 희열감이 밀려올랐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환희였다. 그리고 그 느낌은 형준이의 뇌에 '자신감'의 강력한 회로를 만들었다.

 

이어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도 했다. 이러한 성장 이야기를 학교 워크숍에 발표했는데 '멋지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전통 부채 팔기, 사람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러브 핸즈 프로젝트 등 이후로도 자신의 한계를 넘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활동을 계속했다. 두려움을 맞서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회로는 더욱 강화되었다.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천안 흥타령 무대에서 공들인 공연이 탈락하는 아픔도 있었다. "예선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에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연습을 정말 죽을만큼 했는데 붙지 못했다는 건 다른 팀이 더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처음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늘 저희 무대를 보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쌓아놓은 자신감 덕분에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모교인 천안 봉서중에서 강연 요청이 왔다. 부적응 학생이 있는 'Wee 클래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전 모습을 봤던 후배들은 그의 변화에 깜짝 놀라며 귀를 기울였다. 용기를 얻어 지역 경찰관에게 부탁해 보호관찰 받는 학생들을 찾아가 강연도 했다. 그 자리에 예전에 자신과 어울리던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친구들은 '너 얘기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렇게 변한거냐?'라며 놀라워했다. "제가 변화했던 것처럼,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고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지난 11월에는 일본 동경대에서 개최된 국제 멘탈헬스세미나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 두 친구와 함께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제 형준이는 희망을 전하는 '청년 강연자'라는 꿈을 꾸고 있다.

 

경험, 뇌를 바꾸다

형준이 이야기를 뇌의 관점에서 들여다 보자. 변화의 시작은 몸을 변화시킨 것, 즉 경험이었다. 경험은 감각을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전달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뇌 속 차원에서는 신경회로를 통한 전기화학적 자극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신경회로는 기차 선로, 전기 신호는 기차와도 같아서 회로가 만들어지는대로 전해진다. 그것이 생각이 되고, 근육으로 전해지면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전 학교에 다닐 때 형준이의 뇌에는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포기한다', '나는 해도 안되니 게임이나 하자.'의 회로가 깔려있었다. 공부를 해보자고 생각했지만, 하기도 싫고 목적도 없으니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한 회로에 반복적으로 신호가 강화되면서 곧 습관이 되었다. 습관은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여 뇌 속에 기찻길을 탄탄하게 정비해놓은 것과 같다. 탄탄한 선로에 기차가 잘 달릴 수 있듯이 '포기'라는 반복된 신호를 보내 그 회로가 더욱 강화되었고, 계속 그대로 행동하는 피드백을 하게되는 것이다.

도날드 헵(Donald Hebb)은 신경세포와 그 연결에 대해 '함께 활성화되면, 함께 연결된다'라는 학습 모델을 제시했다. 어떤 신경회로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면, 그것을 이루는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연결을 강화하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신경성장인자(neural growth factor, NGF)라고 불리는 것으로 신호 전달이 잘 되도록 더 많은 통로를 만들어 내거나 강화한다. 이렇게 신경세포 시냅스가 생기고 화학적 변화가 만들어지면서 오래갈 기억, 즉 '장기강화'된다.

 

이런 습관 회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신경회로를 바꿀만큼 강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어렸을 때 기차길 놀이를 해본 사람은 선로를 놓는대로 기차가 움직여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선로를 변경하는 것이 우리 뇌에서도 일어난다. 그것을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선로 변경, 즉 새로운 회로를 만들면 신경가소성이 발현된다.

보고, 듣고, 움직이면서 생긴 경험은 오감(五感)의 감각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뇌에 엄청나게 뿌리는 셈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강화제, 신경성장인자가 생산될 만큼 강한 신호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진다. 특히 기존의 신경회로에 새로운 시냅스 연결이 추가되는데, 강한 시냅스는 약한 시냅스의 연결을 더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는 강력한 자석에 약한 자석이 이끌리는 것과도 같다. 형준이가 첫 도전을 통해 얻은 신선한 땀과 바람, 쾌감의 강한 자극이 도전을 앞두고서의 긴장감(약한 자극)과 연관되었다. 이런 일화기억이 이후에 새로운 도전(약한 자극) 앞에서 잘 해갈 것이라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경험과 목표, 꿈을 이루게 만든다

뇌에서 신경성장인자를 만드는 데 유용한 두가지 방법이 바로 '경험과 반복'이다. 그리고 이때 주의 집중을 하는 것은 필수요소이다. 이때 주의집중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할 때 신경회로를 바꿀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우리는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에, 강한 전기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신경성장인자가 생산될 정도의 강한 자극이다. 형준이는 도전을 반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신감'의 회로가 강화된 것이다.

또한, 형준이가 반복하여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막장 드라마같은 내 삶을 영화로 만들어보자, 꼭 변화하자'라는 목표, 몇 달 후에는 '나와 같이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연자가 되자'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집중할 때,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그 활동에 대한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게 된다. 형준이가 마라톤을 뛸 때 '발이 아프다' '힘들다'와 같은 신호에 흔들리지 않고, '반드시 끝까지 뛰겠다'라는 목표에 집중하게 만든 것이 전두엽인 셈이다. 덕분에 다른 잡념이나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선명하고 강한 목표를 가지면 우리 뇌에서는 필요없는 정보를 막고 그 것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

 

습관적인 자신의 행동이나 현재 모습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바로 움직이자. 선명한 목표를 세우고 짜릿한 경험을 반복하면 뇌가 변화한다. 그리고 당신도 변화한다. 

조해리 뇌과학 전문기자 habit0411@daum.net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뇌를 보다 잘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KAIST 학사 졸업,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박사 과정,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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