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호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요즘 레시피(Recipe) 음식이 열풍이다. 저마다 레시피에 따라 요리하고 젊은이들은 자기만의 음식 레시피를 만들어 공개를 한다. 레시피란 요리법으로 요리,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나 기술을 뜻한다. 일종의 음식을 만드는 지침서로 매뉴얼(Manual)이라 할 수 있다. 현대는 표준화의 시대이다. 식품산업도 예외일 수 없게 표준화가 잘 되어 있으며 레시피에 맞추어 요리를 한다. 표준화된 레시피는 매우 경제적이며 효율적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만 해도 그렇다. 식재료의 구입부터 음식을 만드는 시간, 온도 등 대부분이 규격화되어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심지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똑같은 메뉴를 구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음식이 표준화가 되어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열량이 높은 음식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메뉴로 여러 음식을 접하는 기회는 점차 없어지게 되었다. 소비자의 입맛과 간편함을 위해 음식이 지닌 고유의 영양성분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표준화된 음식에서는 식재료의 다양성과 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고유의 발효음식은 다양성과 정성을 추구하는 문화이다. 원래 발효의 의미는 단시간 내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식재료와 어우러져 교감과 동화작용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 특징적인 발효음식으로 김치와 된장을 꼽을 수 있다. 김치와 된장의 발효의 특징은 다양성과 정성을 추구하는 우리 문화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된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살균을 하여 다른 미생물들의 근접을 막는 서구의 발효음식과는 달리 김치와 된장은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미생물들이 공생하며 어우러지며 만들어 내는 음식이다. 재료 고유의 미생물을 기초로 하늘에서 제공되는 미생물과 사람의 기운이 더해져 오랜 시간동안 정성으로 이루어진 음식이다. 레시피와 메뉴얼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에 따라 시기마다 그때마다 달라지는 방법에 의해 만들어 진다. 레시피와 메뉴얼에 따르지 않아 경제적이나 효율면에서는 뒤떨어질지 모르나 정성과 다양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화 및 흡수 면에서는 효율이 높다.

자연(自然)과 사람은 본디 다양성을 추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와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추구한다. 자연과 인체의 세포는 서로 경쟁하지 않으며 서로를 위하며 희생을 하며 나름의 법칙과 질서를 따른다. 레시피와 메뉴얼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법칙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법칙이다. 자연과 사람에 맞추어진 질서와 법칙을 따라야 된다. 이것이 하늘과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다. 우리 몸 안에 고유의 파동과 율려가 있듯이 그것에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 오늘 하루는 레시피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이 아닌 온 식구들이 즐겁게 자기의 개성에 맞추어 만든 음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