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결혼, 이제는 합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늘은 평등과 인내, 사랑의 승리로 기록될 것입니다.” -애플 CEO 팀 쿡
“역사가 이루어졌다. 자랑스럽다”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
“미국 대법원의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 -반기문 UN사무총장

이들이 두 팔 벌려 격하게 환영하는 것은 바로 ‘동성결혼 합법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었다.

이번 판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판결문을 통해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라는 원칙을 존중하는 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 '동성결혼 합헌'을 축하하며 미국 백악관에 무지개색 조명이 비추고 있다. [사진=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이번 판결은 미국의 승리다.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게 대우받음으로써,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지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당신이 누구든,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시작되었든, 누구를 사랑하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동성결혼이 가장 먼저 합법화된 곳은 2004년 매사추세츠 주(州)였다. 이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중부의 10여 개 주를 제외한 36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었다. 하지만 이날 ‘합헌’ 결정으로 미국 전역 어디에서든 동성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 매사추세츠 주의 동성결혼 합법 결정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이성 간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하고 있는 ‘결혼보호법’의 부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한 끝까지 동성결혼을 금지했던 4개 주(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반대 주장을 경청해왔다.

공화당 정부에서 시작해 민주당 정부가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국 사회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논의와 토론을 반복해왔다. 사회 운동 차원에서 찬성과 반대 모든 입장을 열어놓고 합의 과정을 진행해온 것이다.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소식이 들려온 첫 주말인 28일 서울광장에서는 미국의 동성결혼 합헌을 축하하는 퀴어(동성애자)축제와 동성애 및 동성혼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동성결혼 반대 집회는 기독교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이뤄졌다. 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한 번에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리는 없다. 토론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더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적 자유를 요구하듯,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도 자신의 취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걸음 아닐까.

광화문을 지나며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동성애를 결사반대하는 대한민국의 단면과 함께, 스마트폰 속에서 동성애 및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으로 수놓은 미국 기업들의 SNS를 함께 본다.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중요하듯 상대도 중요함을 받아들이는 좀 더 성숙한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