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가 2016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그런데 일선 학교 교사와 중1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꿈을 키우고 끼를 찾는 교육'의 일환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선 당시 교육분야 핵심 공약으로 밀었던 사안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2학기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토론이나 실습수업, 진로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받는 제도다. 한 학기만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진로 탐색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아일랜드의 고등학생들이 하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와 비슷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학입시로 점철된 우리 교육환경에서 자유학기제의 필요성을 누누히 강조해왔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기념 행사장에서는 "경쟁과 성적 중심으로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진학하는 것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각자의 꿈과 끼를 키워나가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재능과 끼를 찾고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이상과 현실의 갭이 너무나도 크다는데 있다. 지난 29일 육영재단이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한 미래세대포럼 '자유학기제 사용설명회'에서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 '자유학기제 사용설명회' 포럼 현장

자유학기제 희망학교인 서울 개운중학교에서 지난해 담당교사 역할을 수행했던 안병주 교사(언남고)는 "아이들이 지망하는 분야가 너무나 다양한데 담당교사 혼자서 그 모든 직업에 대한 체험활동을 섭외하고 추진하기 힘들었다"며 "의사에 대한 직업 체험을 하는데 35번 퇴짜를 맞고 36번째에 겨우 아이들 방문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개운중학교는 상황이 좋았다. 정부의 지원금 외에 안 교사가 자유학기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성북구청에 제출한 지원서가 통과되면서 구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인근 대학교와도 연계하여 대학생 멘토도 배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2008년을 기준으로 전국 중학교는 3077개교가 있다. 이 모든 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2016년에는 정부의 지원금이 없다. 모든 재원 마련은 학교의 몫이다. 즉, 다양한 진로체험에 수반하는 모든 돈을 학교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벌써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지역 기업이나 독지가(篤志家)에게 후원을 요청하거나, 학생들에게 진로체험활동비를 걷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다. 포럼을 찾은 한 예비 중1 학부모는 "대학입시가 목표인 우리 교육현실에서 중 2, 3학년 교육과정은 그대로 두고 갑자기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교과목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는다는 것은 학부모 입장에서 새로운 사교육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벌써 학교측에 대학입시에 유리한 자유학기제를 구성하라는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고교 최초 전면 자유학년제(1년간의 자유학기제)를 체험한 조은별 양(18,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은 자유학기제 시기에 대해서 아쉬움을 전했다. 조 양은 "중학교 1학년이면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시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시기"라며 "중학교 1학년보다는 정부가 목표로 했던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처럼 자신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깊어지는 고등학생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좀 더 큰 효과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도는 만드는 것보다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의 도입은 환영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방종이나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차별이 되지 않고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성급한 도입은 옳지 않다. 학교와 교사, 학생, 부모까지 교육의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자유학기제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논의의 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