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봄의 달이라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새 학기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주먹 서열 다툼이 벌어져 누가 ‘실력자’이고 ‘찌질이’인지 판가름이 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매스컴은 ‘학교폭력의 절정기’라고 한다. 경찰청도 이 기간에 학교폭력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보도 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대표적인 영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Our Twisted Hero, 1992)’이다. 이문열 소설이 원작이다. 한병태는 서울명문초등학교에서 한 시골 초등학교로 전학 간다.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접한다. ‘엄석대’라는 존재가 그것이다. 주인공의 눈에 비친 교실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세계다. 그러나 엄석대가 통치권을 발휘한 것은 이를 묵인한 담임교사가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온 담임교사는 엄석대의 비리를 알게 되고 처벌을 가한다. 그가 질서를 바로잡자 그동안 폭력에 순응하던 아이들이 고발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학교폭력이 나아졌는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교사조차 ‘교실은 정글’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이들을 상담해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을 학급에 적용한 이화영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의 사례가 있다. (전문 클릭)

이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내버려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4년 뉴욕 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시장은 경찰국장과 손잡고 지하철낙서, 무임승차, 신호위반과 같은 사소한 위반사항들을 철저하게 단속한 결과 연간 2천 2백 건에 달하던 살인사건을 1천 건으로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교사는 지각관리, 청소지도, 수업시간 지키기, 복장 지도와 같은 기본적인 관리를 철저히 했다. 이른바 생활지도를 통한 인성교육이다.

이 교사는 “규정을 어기는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복장 규정이 있기에 교사 된 책임으로 복장지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규칙서약서와 책임서약서를 보여주면서 약속된 책임을 지도록 학부모의 협조를 얻어서 학생을 끝까지 설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도로에서 차를 단속하지 않으면 교통사고가 나듯이 학교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 이러한 노력은 학생들의 신뢰로 이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작은 일이 있어도 교사에게 바로 알려주니 학교폭력으로 발전하는 일이 없었다.

만일 엄석대가 새 담임교사를 만나지 않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했다면 어땠을까? 제2의 엄석대가 양성되니 폭력이 힘인 세상이 됐을 것이다. 거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아이들 또한 난무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화영 교사는 엄석대와 같은 거친 아이들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많다면서 영화 ‘친구 (Friend, 2001)’를 예로 들었다. 건달의 아들로 태어난 준석(유호성 분)은 한번 가출하고 돌아왔더니 누구 하나 자신을 혼내고 그러지 않았다고. 그때 맞아서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지금쯤 달라졌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도 꺼리는 아이를 몇 번이고 상담해서 생활지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공부 잘하고 못 하고로 학생을 평가하는 이 나라가 아닌가? 이런 가운데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사의 정신(Spirit)이 인성교육의 시작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