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예와 회화가 결합된 조선 청화백자는 우리 선조들의 청렴한 성품과 미의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순백 바탕에 그려진 단아한 푸른빛이 눈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듯하지만, 결코 가볍게 튀지 않는 우아함이 배어 나온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색채에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맛이 있다. 우리 선조들의 청렴한 성품과 미감(美感)을 담은 ‘조선 청화(靑畵)백자’ 이야기다.

푸른 하늘이 깊어가는 가을, 조선 청화백자의 아름다움과 시대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조선청화靑畵, 푸른빛에 물들다’ 기획특별전시가 지난 9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은 국내에서 열리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청화백자 전시로, 국보∙보물 10점을 포함 총 500여 점을 선보인다.

▲ ‘조선청화靑畵, 푸른빛에 물들다’ 기획특별전시가 9월 20일 개막했다.

청화백자는 백자에 푸른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백자가 조선을 개국한 신진사대부의 성리학적 정신세계를 투영했다면, 청화백자는 이에 더해 조선왕실 미술의 화려한 품격을 담았다. 공예와 회화가 결합된 미의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백자가 지금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조선 초부터다. 중국 원∙명 백자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제작된 백자는 그 완성과 함께 새로운 문양 표현 기법도 함께 전해 내려왔는데, 그것이 바로 청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원료인 코발트를 이용해 문양을 그린 것으로 회화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 국보 제176호 '홍치이년(弘治二年)'이 쓰여진 소나무 대나무무늬 항아리

국보 제176호 ‘홍치이년(弘治二年)’이 쓰인 소나무 대나무무늬 항아리
조선 1489년 ㅣ 높이 48.7cm ㅣ 동국대학교 소장 ㅣ 국보 제176호

“1489년에 제작된 이 항아리는 어깨가 넓고 밑이 좁은 크고 당당한 형태이다. 한 그루의 늙은 소나무가 항아리를 휘감듯 힘 있게 펼쳐지고 그 반대편 쪽에는 높이 솟은 대나무를 포치하였다. 소나무 아래쪽에도 크고 작은 대나무를 배치하여 구도에 완벽함을 추구했다.

문양이 전면에 펼쳐져 있지만, 여백을 많이 두어 시원한 공간감과 함께 문양이 돋보이도록 했다. 세부묘사도 완벽함을 추구하여 소나무 줄기의 갈라진 껍질과 옹이 표현까지 작은 점과 선을 중첩하여 세심한 정성을 들였다.” _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도록 발췌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조선 백자 그리고 청화백자>, 제2부 <청화백자, 왕실의 예와 권위>, 제3부 <문인이 사랑한 청화백자>, 제4부 <청화백자, 만민의 그릇이 되다>, 제5부 <현대에 살아 숨 쉬는 청화백자의 미감> 등이다.

이 전시는 중국 원나라에서 시작되어 18~19세기 일본과 유럽까지 세계를 뒤흔든 청화백자가 조선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조선청화는 조선왕실이 세운 예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문인(文人) 지식층의 취향을 반영한 사군자∙산수∙인물∙동물화 등을 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장수와 복을 바라는 십장생∙봉황∙호랑이 등을 그려넣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 매화 대나무무늬 항아리 (조선 15세기.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국보 제219호), 시가 쓰여진 산수무늬 연적 (조선 19세기. 1999년 구입. 신수 15150. 보물 제1329호), 용 파도무늬 편병 (중국 명 열락년간(1403~1424).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 스미토모(佳友) 그룹 기증), 구름 용무늬 병 (조선 15세기.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보물 제786호)

이번 기획전에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이데미쓰 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청화백자 명품, 중국 명대(明代)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영락永樂∙선덕宣德 연가의 청화백자, 일본의 이마리(伊万里) 자기 등이 전시된다. 국내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등 14개 기관이 자랑하는 조선 청화백자 대표작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대표 유물들도 대거 소개된다.

전시는 9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 열린다. 전시 관람시간은 화∙목∙금요일은 9시부터 18시, 수∙토일은 9시부터 21시, 일요일∙공휴일은 9시부터 19시까지다.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입장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중고등학생 4,000원, 초등학생 3,000원이다.

48개월 미만, 학생 단체 20인 이상 인솔자 1인, 국가보훈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1~3급) 본인 및 동반 1인, 박물관회 기부회원증 소지자는 무료입장할 수 있다. 전시 관련 문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joseonchunghwa.com)와 전화(02-1688-2046)로 하면 된다.


글/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