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서성은 입니다!”

 한 손은 배꼽에 가지런히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는 마크를 단 마이크를 쥐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27명의 인성영재들은 서로의 발표에 귀 기울이며 함께 웃고 또 서로를 응원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월 워크샵이 지난 20일 국학원 본원에서 개최되었다. 이틀간 열린 이번 워크샵에서 학생들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자신이 성장한 점을 발표하고 멘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의 6월 워크샵이 지난 20일 국학원 본원(충남 천안)에서 열렸다. 1박 2일로 진행된 워크샵 중 첫날인 20일에는 3월 4일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뒤 3개월을 지내면서 자신이 성장한 점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큰 박수와 호응을 받은 발표는 바로 김성윤 군이었다. 성윤 군은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명확한 꿈 없이, 그저 잘 먹고 잘사는 직장인이 꿈이었다”면서 “그런데 벤자민학교 입학 후 나는 홍익(弘益)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와 남에게 모두 이로운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세상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만큼이다”라고 말했다.

 성윤 군은 원래 아주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했다. 성윤 군은 “혼자서 버스를 타거나 식당을 가거나 뭐든 혼자 하는 게 참 많이 힘들었다. 어딜 가든 부모님께 의지했었다. 그런데 벤자민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달라졌다. 제주도에 혼자 가서 한라산 등정을 해냈다”고 했다. ‘벤자민프로젝트’는 벤자민학교만의 특별한 커리큘럼이다. 학생 전원은 1년 동안 진행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직접 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멘토의 도움을 받으며 꾸려나가고 있다. 성윤 군의 벤자민프로젝트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등반하며 한계 극복과 문화탐방을 하는 것’이다.

 성윤 군의 아버지 김영민 씨는 “온종일 긴장을 하다 보니 쉽게 피곤해했고,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도 무척 많았다”며 "그런데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자신감을 많이 얻어가고 있고 나 역시도 아들에 대해 걱정보다는 대견함이 커졌다”고 했다.

▲ 김성윤 군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성장한 점을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와 호응을 받았다.

 성윤 군은 “한라산 정상에서 ‘우리가 꿈꾸는 행복 교육의 꿈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고 쓴 깃발을 만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정상에 있던 다른 등산객들이 너무 관심을 많이 보여서 사진을 한 스무 장은 찍혔다(웃음)”며 “아주머니들이 '어린 학생이 기특하고 대견하고 멋있다’고들 해주셔서 벤자민학교가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학교가 만든 시간표에 따라 선생님이 시키는 공부만 해온 아이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선택하고 해나가야 하는 벤자민프로젝트는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27명의 아이들 역시 제각각이다. 3월 입학과 함께 정했던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있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중간에 멘토나 주변의 조언에 따라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이도, 아직 프로젝트 주제를 확실히 잡지 못한 아이도 있다.

 양성훈 군은 맨 마지막 경우였다. 성훈 군은 “학교 교육을 10년(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1년 후 벤자민학교 입학) 받았는데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는데 이 사회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멋져 보이지도, 그렇다고 존경스럽지도 않다”고 했다.

 "벤자민학교를 통해 이런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 입학하게 되었다”고 말한 성훈 군은 “다들 맞다고 하는 길 대신 벤자민학교를 선택하면서 학교를 자퇴한 만큼,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데 아직 못 정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이 “성훈 군을 비롯해 벤자민학교 학생 여러분은 인성이 사라진 대한민국 교육에 아주 귀한 존재들”이라며 “인성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는 그 뜻을 담아 벤자민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성훈 군은 뜻밖의 제안에서 답을 찾은 듯 이를 구체화해보겠다고 답했고 다른 아이들은 큰 박수로 성훈 군을 응원했다.

▲ 벤자민프로젝트를 확실히 정하지 못해 고민 중이었던 양성훈 군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벤자민학교의 커리큘럼인 ‘아르바이트 하기’를 통해서 돈의 소중함은 물론, 이기적인 성격이 싹싹하고 붙임성있게 바뀌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목적을 갖고 공부를 하니 더 집중하게 된다”, “나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또 책임지는 연습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는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27명의 프레젠테이션을 모두 들은 김나옥 교장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힐링 받았다. 여러분이 벤자민학교 과정을 통해 찾아낸, 여러분 안에 있는 그 빛나는 가치가 참 놀랍다”며 “자기 성찰의 힘을 여러분 모두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자기 성찰을 하는 사람은 무한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벤자민학교 모든 학생이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유에 대해 공통으로 한 말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계속해서 시키는 것만 해야 하는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무의미했다.”

 그리고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뒤 3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한 점을 이야기하며 또 공통으로 한 말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내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국에 있는 중2(중학교 2학년생) 때문이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그만큼 10대 청소년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벤자민학교 학생들의 발표를 모두 들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10대는 시한폭탄이 아니다. 다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부단히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할 뿐이다. 벤자민학교가 진행하는 이 멋진 교육 실험이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커져간다.